Coexistence : in & out 공존 : 안과 밖

작가 이정태가 주목하는 세계는 마음, 의식, 내적 사고 등 정신적 범주에 속하는 비물질성이다. 그는 그림자나 변형된 인체의 형상에 비유하는 작업을 통해 비물질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오고 있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바쁜 일상에 지나쳐버리곤 하는 '마음'이 우리의 삶에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금 마주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정태_Walking man-03_합성수지_175×60×61cm_2012

「Walking man_03」은 늘 우리를 따라다니는 검은 그림자가 위태로운 모습으로 공간위에 떠올라있는 작품이다.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그림자가 독립된 실체가 되어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이는 비물질적 존재를 삼차원의 물질적 공간에 존재하게 한 것이기에 낯선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우리가 빛에 의해서만 잠시 생성되었다가 이내 사라져버리는 그림자를 한 번도 주체적인 존재로 여긴 적이 없기 때문에 상황이 전복된 듯한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현상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자의 주체였던 우리는 주체가 된 그림자를 바라보며 보이지 않는 비물질성에 대해 상상하게 되는데 바로 이것이 작가가 의도하는 상황이다.

이정태_Inner sapce-02_합성수지_88×46×50cm_2012

「Inner space_02」는 변형된 사람의 얼굴 조각을 굴절된 곡면과 결합시켜 새로운 형상으로 나타내었다. 오목하게 들어간 단면의 중심에서는 신경세포들이 활동하는 것처럼 사유의 형상이 묘사되어 있다. 반대쪽까지 이어지며 피어난 이 형상은 마치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이 형상은 조형적으로 표현된 사유의 형상이기 때문에 특정한 내용을 내포하지 않는다. 때문에 관람객으로 하여금 각자의 생각을 투영하게끔 함으로써 저마다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세계와 마주하도록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는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사유와 반성의 동기를 제시하게 된다.

이정태_Inner sapce-03_합성수지, 오브제_210×115×40cm_2012

「Inner space_03」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같은 형상이 거푸집으로 길다랗게 변형되어 제작된 작품이다. 본래 거푸집은 어떤 물건을 제작하기 위한 겉틀로서 만들려는 형태의 모양대로 속이 비어있다. 거푸집은 그것을 통해 실제로 어떠한 대상이 제작되고 나면 그 대상의 존재에 가려져 버리기 때문에 가치가 없는 주변적 요소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거푸집은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기 위한 모태와도 같다는 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이다. 이 작품은 결과물이 되는 실체-주체적 대상-를 부각시키려 한다. 이렇게 부각된 공간은 이제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보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작가가 의도하는 것은 우리가 주체 혹은 객체라고 생각했던 요소가 항상 고정된 것이 아니라 주체와 객체는 어떤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 도치되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우열의 관계가 아닌 공생의 관계임을 인지하게 하는 것이다.

이정태_Inner sapce-04_합성수지, 석고_185×75×30cm_2012

생떽쥐베리의 소설 속 어린왕자의 말이 떠오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 이정태의 작품은 눈에 보이진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공간, 비물질적인 것들을 마주할 수 있는 안내지도이다. 이 작품들로 하여금 우리가 가시적으로 볼 수 있는 물리적 공간에 보이지 않는 추억과 환영이 떠오르면서 삶을 채우는 감성의 폭이 넓어지기를 희망한다. ■ 이민영

Vol.20120811f | 이정태展 / LEEJEUNGTAE / 李政泰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