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TDOWN-환영에 대한 구체적 재현 MELTDOWN-Concrete the appearance of delusion

노세환展 / ROHSEAN / 盧世桓 / photography   2012_0811 ▶ 2012_0908 / 일,공휴일 휴관

노세환_meltdown auberzine_아키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8×108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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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표갤러리 사우스 PYO GALLERY SOUTH 서울 강남구 청담동 118-17번지 네이처포엠빌딩 B112호 Tel. +82.2.511.5295 www.pyogallery.com

조작의 정체 ● 노세환의 형식은 대범함으로 시작된다. 사실에 대한 기록을 담당하던 장치의 역할을 조작이造作라는 의도적 행위를 통하여 사물이나 상황을 착각하게 만드는 교묘한 수를 만들어 냈다. 학습과 언어로 무장된 상대적 우위 개념과 답습을 통쾌하게 깨어 버리는 것으로 그는 자신의 목격을 시작하고 있다.

노세환_meltdown banana_아키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60×120cm_2012

목격 : 目擊 눈으로 직접 봄. ● 그의 목격은 결코 사과나 바나나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Meltdown도 아니다. 가장 근접한 지점은 작가가 전시의 부제로 달아놓은 '허상에 대한 구체적 재현' 어디쯤일 것 같다. 허상의 사전적 정의는 실제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나타나 보이거나 실제와는 다른 것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습. 정도의 뜻을 가지고 있다. 그가 목격한 것은 없는 것을 만들어낸 전자 쪽의 의미보다는 진짜라고 믿는 것들에 대한 왜곡의 후자에 더 가까운 목격일 것이다. 때문에 그가 재현 혹은 기록하고자 하는 것의 범주는 결코 시각 활동에만 국한 될 수 없으며 다분히 철학적 물음에 가까운 실존적 의미의 목격과 그 목격의 증거 채택에 대한 선택적 방법론이라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그의 작업을 읽어 나가려 한다. 선택 1 : 심리적 선택 ● "가짜를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대부분의 목표다."_노세환(인터뷰 가운데 영화 및 영상물, 미디어에 의한 접근 방식에 대한 대답 중) 노세환의 선택은 이 짤막한 한 마디 말부터다. 다수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방식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태도. 상대적 다수의 선택과 결정에 맹목적 순응이 아닌 태도. 반문이 따르는 도발적 발언이다. 판단과 반응 역시 차별된 선택의 심미가 있었기에 가능한 대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라는 반문에 대해 자연스레 자신의 선택을 전개한다. "그것과는 반대로 실제를 가짜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작업의 방식." (노세환) 선택 2 : 물상적 선택 ● 사과와 바나나는 도道나 지구표면온도보단 훨씬 더 구체적이고, 대중적이다. 게다가 개념과 대전제가 비교적 동의하기 쉬운 매개다. 그가 증명하듯 찍어 놓은 사진 속 대상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과, 바나나다. 녹아내리는 것 같은 처리 방식도 딱히 거부 반응 없이 받아들여진다. 매우 잘 알고 있는 물상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그 물상에 대한 개념적 해체를 시도한다. 녹을 수 없는 것들을 녹인다. 아니 사실 녹이지 않는다. 녹이는 척 할 뿐이다. 그가 선택한 대상과 기법은 반어법처럼 자극적이나 받아들이기 용이하다. 현명한 선택이다.

노세환_meltdown-pafrika_아키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80×100cm_2012

행위 1 : 조작 - 造作(어떤 일을 사실인 듯이 꾸며 만듦) ● 스스로 '조작'이라 명명한 작품들. 사실 조작이 아닌 창작품이 어디 있을까? 다 환영이거나 미학적인 용어를 붙이자면 심미적, 내재적 재현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굳이 슬로건처럼 걸어놓은 저 '조작'이라는 단어로 작가는 보는 사람에게 좀 더 복잡한 생각을 하도록 유도한다. 빤한 조작 앞에서 굳이 조작을 선택한 작가의 의도를 궁금해 하도록. 그 궁금증 앞에서, 좀 더 깊은 사유 앞에서 우리는 조금씩 그의 의도에 따라 깊은 사고를 하도록 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알고 있다고 확언한 것에 대해, 깊이 사고하기 힘든 현대라는 구조 속에서 외면하던 것들에 대한 명제화, 인문학과 철학으로만 논의되던 실존의 매우 사실적 접근 등이다. 행위 2 : mime - 무언극(대사 없이 표정과 몸짓만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연극). ● 저런 골치 아플 수도 있는 것들에 대해 작가는 직접적 단어를 사용해 주입하고, 교육하듯 우리에게 말하진 않는다. 재미있게 시선을 끌지만 스스로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극의 흐름을 읽을 수 없는 마임처럼 행동한다.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있다고 믿으면 다시 사라지게 만든다. 있는 것이라고는 배우의 몸 뿐이다. 노세환이 오늘 제시한 사진을 보며 필자는 마임의 그것과 매우 닮아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의 작품에서 본 것은 단지 녹아내리는 척하고 있는 찰나의 가짜 기록뿐이다. 그러나 그 순간을 통해 앞에 오롯한 대상의 존재와 후에 대상의 미래를 짐작하게 된다.

노세환_meltdown pafrika_아키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90×60cm_2012

속도 1 : 아다지오 (Adagio) ● 허상에서 허상으로 시작되고 끝나는 마임처럼 노세환이 설정한 대상과 공간은 탈(脫)일상적 혹은 초(超)일상적이다. Meltdown은 실제하는 일상적 공간일 수 없다. 그 공간 속 시간 역시 매우 느린 아다지오(adagio)다. 초고속을 지향하는 현대에서 아다지오는 다분히 불편한 속도다. 하지만 그 속도로 인해 노세환이 목격하고, 선택한 행위에 대해 우리는 충분히 몰입할 시간을 부여받는다. 예민하고 미묘한 묘사는 숨소리마저 크게 쉬어서는 안 될 무게로 시선을 사로잡고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속도 2 : 아날로그(analogue) ● 긴장의 순간을 위해 작가는 아날로그(analogue)적 반복을 감수해 낸다. 선택된 물상 위에 페인트를 반복적으로 뿌리는 행위를 거듭하는 것이다. 무식한 짓처럼 보이는 이 방식이 필자는 상당히 의미 있어 보인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추상과 구상의 중간 어디쯤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필자가 보기에 그의 작업은 다분히 개념적이며, 개념 예술이란 필수요소처럼 실행하는 작법 역시 하나 하나 의미가 들어가는 행위, 즉 의식 같은 행위이기 때문이다.

노세환_meltdown-pafrika_아키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20×100cm_2012

노세환의 시각은 오늘에서 출발한 새롭지 않은 새로움이다. 그가 목격한 것은 우리도 이미 목격했으나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못 보았다고 단정 지었거나 편리에 의해 없는 것으로 일단 규정한 것들이기 쉽다. 그의 선택과 행위는 방만한 태도의 우리를 불쾌하지 않은 범주 안에서 알아들을 수 있도록 던져준 예시였고, 그래서 그의 조작은 어려운 이 모두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장치였으리라. 게다가 그의 조작은 오늘에 멈춰있지 않아 나보다 더 많은 사유를 목격하고 그 시각으로 인해 날마다 새롭게 우리를 각성하게 할 테니 나는 그저 그의 목격과 선택, 행위로 이어지는 조작을 계속해서 지켜보며 그가 고민한 결과를 시각 예술 작품 속에서 덤으로 얻으며 누리면 될 뿐! ● 더구나 그가 제시한 조작은 충분히 아름다워 시각적 만족까지 제공하니 동시대에서 좋은 눈을 가진 작가를 만난다는 것은 진정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 김최은영

Vol.20120811e | 노세환展 / ROHSEAN / 盧世桓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