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 - 우트 픽투라 포에시스

Image and Text - Ut Pictura Poesis展   2012_0809 ▶ 2012_0823 / 월요일 휴관

송상희_엽서_앞/뒷면_종이에 펜_10×15cm×2_2012

초대일시 / 2012_0809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강성은_권경환_김영은_김실비_박보나 옥저호_이정_안정주_송상희_한상혁

후원 / 서울문화재단_원앤제이 갤러리 기획 / 글과 그림 프로젝트 기획팀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원앤제이 갤러리 ONE AND J. GALLERY 서울 종로구 가회동 130-1번지 Tel. +82.2.745.1644 www.oneandj.com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지속적인 연구와 논평을 해온 미술사학자 강태희는 오랫동안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소재와 맥락을 통해서 폭 넓게 연구해왔다. 이 프로젝트는 강태희의 저술 중에서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를 점검한 "글과 그림"이라는 글을 토대로 하여, 미술의 역사에서 고찰되어 온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현대미술 작가들이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고 활용한 작업들을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뿐만 아니라 미학, 미술사, 미술비평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들인 강수미, 고동연, 이임수가 새로운 논문을 발표함으로써 이미지와 텍스트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키고자 한다. 이들의 연구 논문은 전시와 함께 출간되는 책을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이정_영어 학교 #1_C 프린트_51×72cm_2005
김영은_9 Great A_악보, 종이에 수채, 연필, 사운드_48×37cm, 00:01:46 loop_2012

강태희는「글과 그림」(『한국예술종합학교 논문집』제1권, 한국예술종합학교, 1998, 37-50)에서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에 대한 미술사적인 논의의 기원을 추적한다. 그에 의하면, '우트 픽투라 포에시스(Ut pictura poesis)'라는 말이 표방하듯이 흔히 회화는 말없는 시, 시는 눈먼 회화라고 일컬어진 것처럼 미술사에서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는 시와 그림의 관계로 대변되어왔다. 그러나 기호로서의 글과 그림의 관계를 살펴보면 글과 그림은 상호 해석, 번역, 도해한다는 점에서 서로 공존하는 기호이자 도상이며, 강태희는 궁극적으로 글과 그림의 기표와 기의로서의 경쟁 관계는 둘 다 흔적(trace)이라는 점에서 공존하는 관계라고 보았다.

안정주_무궁화 Rose of Sharon_서예_180×40cm×5_2012
강성은_Oak Valley Discovery 5_종이에 연필_54×78cm_2011

강태희의 글이 미술사학자로서 통시적인 고찰이라면, 이 전시에 참여하는 젊은 작가들은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를 직접 작업의 화두로 삼거나 작업의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강성은은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만 오롯이 존재하는 작업을 통해 말없는 시와 같은 이미지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한상혁의 드로잉은 글과 그림이 상호 해석하고 도해하며 기표와 기의로서 협력하는 관계를 보여준다. 그의 작업은 세상에서 기표로서 존재하지만 미처 이름지어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다가감이기도 하다. 김실비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어긋남, 그 미끄러짐을 통해 스스로 발화하지 못하는 주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영상 작업으로 푼다. 박보나는 단순한 연결로 발화되는 텍스트가 우리들의 문화적 고정 관념에 유머러스한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것을 영상으로 실험했다. 언어, 소리, 음악, 기호, 스토리를 작업의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김영은 역시 활자를 초월하여 사운드의 영역에서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를 실험하고 있다.

권경환_2870호 전문 조수 12조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2
김실비_스테이트먼트들_3채널 영상설치, 컬러, 사운드_loop_2007

권경환은 숫자나 문자 나열을 조합해서 만든 암호를 특정 상대에게 전달하는 비밀스런 난수방송을 이용해서 암호와도 같은 흥미로운 작업을 펼쳐낸다. 옥정호는 요가를 소재로 삼아 정신적 영역에 도달하려는 수행과 뜬금없는 배경을 충돌시켜서 코믹한 효과를 노린다.「접경」,「아포리아」시리즈를 통해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에 관해 깊이 천착해온 이정은 이들 작업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영어학교 시리즈를 선보인다. 여기에는 유학 시절 작가가 이방인으로서 느꼈던 언어에 대한 이질감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반영되어 있다. 동양화를 전공한 후 현실비판적인 다양한 비디오 작업을 선보인 바 있는 안정주는 오늘날 슬로건이 사회 곳곳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질문했다. 송상희는 향과 균이 널리 퍼진다는 속성을 엽서, 우표와 연결시켜 인류의 역사와 문화사에서 잘 드러나지 않은 정복과 침탈의 구조를 드러낸다. 향항(香港), 즉 홍콩에서부터 시작하는 엽서는 네덜란드, 미국, 화성에까지 연결되면서 강대국과 대기업의 침탈과 패권주의, 그리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조류독감과 같은 질병의 기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송상희가 엽서와 우표를 이용해 이미지와 언어를 교차시키는 놀이는 인류의 역사에서 정의에 눈을 감아버린 우리들의 모습을 지적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박보나_차이니스 멜랑꼴리_단채널 영상_00:00:54_2010
옥정호_태양 예배 자세_단채널 영상_00:05:15_2012
한상혁_수평선 예찬_자작시, 종이에 연필_55×40cm_2005

이 프로젝트는 한국에서 서양미술사학 1세대 학자인 강태희의『글과 그림』이라는 에세이에서 시작되었지만, 그가 지적한 '이론과 현장' 혹은 '텍스트와 이미지'라는 문제는 여전히 젊은 작가들과 비평가들에게도 예민한 문제이다. 전시를 통해서 우리는 동시대 젊은 작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언어와 이미지를 다루는 작업들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작가들과 진행한 라운드 테이블을 통해서는 비평과 작품이라는 서로 다르면서도 분리될 수 없는 문제가 어떤 식으로 수용, 해석되고 있는지 점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이론과 현장, 선후 세대간의 발전적 연구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 이성휘

Vol.20120809c | 글과 그림 - 우트 픽투라 포에시스 Image and Text - Ut Pictura Poesis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