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영展 / 2012_0808 ▶ 2012_0814 초대일시 / 2012_0808_수요일_06:00pm 김소나展 / 2012_0817 ▶ 2012_0823 초대일시 / 2012_0817_금요일_06:30pm 신혜주展 / 2012_0824 ▶ 2012_0830 초대일시 / 2012_0830_목요일_06:00pm
기획 / 장용성
관람시간 / 화~일_10:00am~06:00pm / 수_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시작 Gallery SIJAC 서울 종로구 인사동 39번지 2층 Tel. +82.2.735.6266 www.sijac.kr
고독은 나의 존재를 의식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동시에 타자와의 교감을 원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고독은 절대적으로 고립된 상태가 아닌 관계라는 필연성 가운데 놓여 있다. 멕시코의 시인 옥타비오 파스는 『고독의 미로』에서 멕시코인의 정체성을 추적했다. 책에서 그는 멕시코의 역사와 주변 민족과의 관계를 통해 멕시코인의 현재를 발견한다. 한 민족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과정도 이와 같을 것이다. 철학이나 심리학적 접근만이 아니라 시간과 사건이 축적된 산물로서의 한 개인을 발견해 가는 과정. 이것은 그 사람이 현재 처해 있는 고독을 마주하고 그 주변을 관찰함으로써 얻어진다. ● 전시 『고독의 미로』는 작가와 작품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업이다. 작가들은 고독 속에서 길을 찾고 있다. 그들은 해결하기 어려운 질문들 앞에 운명처럼 세워졌고 그 대답을 찾아가며 미로 안에 좌표를 찍는다. 고독의 미로 곳곳에 놓인 좌표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최선영_Reflection ● 작가에게는 모든 이미지가 현실이다. 그 수많은 이미지 속에서 작가 자신과 맞닿아 있는 이미지들은 그에게 사유의 그림자가 된다. 어릴 적 뒷산에 있었던 수풀과 타지에서 혼자 지낼 때 본 덩굴. 가볍지만 날카로운 어떤 것 또는 상태. 최선영에겐 구체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이미지와 어떤 상태를 나타내는 이미지 모두가 현실이다. 작가는 시각적 관찰에서 얻은 것과 사유에서 얻은 두 이미지의 경계에 놓여있다. 경계에 있는 존재는 언제나 불안하다. 어느 한 쪽에도 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는 불안이며 자신의 균형감각에 대해 끊임없이 확인해야 하는 불안이다. 그는 불안 속에서 자신과 맞닿아 있지만 다양성을 띠며 드러나는 이미지들이 만나는 지점을 찾고 있다. ● 그 지점은 단순히 이미지에 관한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작가가 표현하는 이미지는 정체성의 일부이기에 이미지들이 만나는 지점은 인간의 근본적인 과제인 정체성의 파편을 발견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생겨나는 이미지는 또 다른 누군가의 경험이 되며 사유의 그림자가 되어줄 것이다. 모든 이미지는 그것을 경험하는 이들의 존재를 반영해주는 실체이다.
김소나_폴리포니 Polyphony ● 어떤 기법을 표현하기 위해 재료가 만들어진 것일까, 아니면 재료의 발명으로 인해 새로운 기법이 생겨난 것일까? 언뜻 말장난과도 같은 두 질문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실마리를 제공한다. 작품제작에서 재료와 기법은 골격이면서 테두리와 같다. 즉 기법을 위한 재료, 재료를 위한 기법이 아닌 두 영역이 동시에 서로의 당위를 설명해 주며 긴장을 이룬다. 이와 유사한 형식의 또 다른 질문을 해보자. 작가의 작품은 완성된 상태의 표현일까 아니면 완성되어가는 과정의 표현일까? 김소나의 회화는 다중적인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작가가 화면 위에 기록하는 과정은 순간적인 반응임과 동시에 숙달된 테크닉이기도 하다. 즉 순간적인 반응이라는 과정과 숙달된 테크닉이라는 완성의 요소가 긴장을 이루며 화면을 채워간다. ● 화면 위의 형태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형태를 나타내기 위해 선을 그으려는 순간 또 다른 형태가 떠오른다. 작가는 계속해서 드러나는 형상에 집중하며 그 과정을 기록한다. 하지만 그 변화무쌍한 과정의 기록에도 규칙은 있다. 터치의 속도, 방향, 깊이는 작가의 고유한 개성을 보여준다. 과정과 완성, 그리고 변화와 규칙. 그의 회화는 이중적 요소들의 균형으로 이뤄진 긴장이다.
신혜주_"어느날, 그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 밤은 공간적 시간이며 시간적 공간이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 개의 관념이 교차하는 지점에 밤은 존재한다. 신혜주는 실체를 경험할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밤이라는 대상을 추적하고 있다. 작가가 추적하는 밤은 그와 같은 특성을 지난 다른 ‘실재’들에 대한 하나의 표상이다. 그는 미지의 것에 천착한다. 하지만 그것은 완전히 알지 못하는 어떤 대상이 아니라 관념 속에는 존재하지만 직접 경험해보지는 못한 어떤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대상들은 이중의 나선형을 그리며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심연과 외부에 동시에 있는, 풍경인 듯 하지만 내부이며, 배경인 듯 하지만 전체인 것." 그 나선형을 좇아 작가는 대상의 실재를 경험하는 순간에 도달하려 한다. ● 대상의 경험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어떤 순간에 우리는 그것을 경험했다고 얘기할 수 있는가?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시공간과 사물들의 지극히 한 순간만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작가에게 인지되는 세상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현실의 내부에서 여러 의미를 생산하며 외부와 내부를 반복적으로 오가는 심리적 움직임의 순간들이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실재를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 장용성
Vol.20120809a | 고독의 미로 El Laberinto de la Soledad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