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와 환상

2012_0804 ▶ 2012_0908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강주현_구인성_김도훈_난다_박종필_이국현 이대석_이자란_조샘_천근성_최잔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구로아트밸리 갤러리 GUROARTSVALLEY GALLERY 서울 구로구 의사당길 12 Tel. +82.2.2029.1700, 1742 www.guroartsvalley.or.kr

예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대상 혹은 외부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묘사를 중시하는 것을, 다른 하나는 자유롭고 창조적인 상상력을 중시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이 세상을 모방하고자 하는 예술과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를 창조하고자 하는 예술로 나누어 볼 수 있다. ● 실재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의식의 대상이면서 단순한 외경이나 착각, 환상, 허구 같은 것과는 대비되어 사물의 진실된 자세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반영하고 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환상은 인간의 잠재의식에 바탕을 둔 표현이며, 이를 개입시켜 외부사실을 일그러뜨리거나 경험상의 사실에서 자유로운 유희적 정신작용의 결과이다. 즉 환상은 외부 현실보다는 인간의 내면세계와 창조적인 상상력을 중시한다. 이와 같이 실재와 환상은 명확한 대조를 보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완전히 동떨어진 별개의 것은 아니며 어느 면에서 상통하기도 한다. ● 환상은 실재가 있음으로 존재 한다. 실재가 만들어낸 하나의 도피수단이 될 수 있으며 위안거리가 될 수 있다. 환상이라는 이미지 뒤에 가려진 현실의 내부에 현재·실재의 현상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다. 환상은 우리들의 자아이자 현실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것은 꿈이나 희망이 될 수 있고 병든 자아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의미에서 실재란 합의된 세계인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눈에 보이는 세계가 유일한 실재이지만, 중세에는 유일한 실재도 중요한 실재도 아니었다. 중세에 '합의된' 진정한 실재는 감각너머에 존재하는 초월적인 세계였기에, 가시적 세계를 보이는 대로 재현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었다. 이는 현대 예술이 처한 상황과 닮았다. 카메라의 등장이후 현대 예술에서도 재현은 의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예술가가 외부 현실을 아무리 객관적으로 묘사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카메라처럼 대상을 복제해 내는 것은 아니다. 묘사된 대상은 결국 예술가 자신의 미적 가치 판단에 따라서, 즉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 되는 것이다. 반면에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의한 새로운 세계를 강조하는 경우에도 그 세계가 우리가 사는 현실 혹은 인간의 정신적 실재와 무관하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 따라서 이번 전시는 실재와 환상을 양분화 하여 보는 것이 아니라 외부적 실재와 함께 내면적 실재를, 그리고 의식의 세계와 함께 무의식의 세계를 다룸으로써 작가의 작품을 통해 실재와 환상이 합의된 세계를 보여주고자 한다.

강주현_Combined sense Project-The swish of a hand_PVC, 합성수지, 디지털 프린트_130×130cm_2011

강주현 ● 인간 기억의 유한성을 배경으로 한 기록에 대한 욕망은 세상의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사진의 활용을 촉진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일련의 사진작업들을 통해 사진과 조각, 그리고 드로잉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진조각과 사진드로잉의 형식적 가능성을 실험하며, 제한된 프레임 안에서의 재현적인 사진을 입체로 구현해서 사진조각을 실현하고, 사진을 중첩된 선들의 집합으로 재구성해 사진드로잉을 실현한다. 그리고 시각의 영역으로만 치부되어지는 사진을 감각의 영역, 즉 이미지의 새로운 재조합과 재구성을 통해 사진의 제한된 형식에서 여러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자유로운 드로잉과 같은 형식으로 이미지의 확장을 이끌어 보려한다. 단순히 느껴지는 사진이 아닌 마치 사진 속 대상이 실제화 되어 그들의 감각을 우리에게 체감하게 하듯이 실재와 가상과의 미묘한 감각적 확장을 작품을 통해 표현하려 한다.

최잔_re. 행복한눈물_홍보용 스티커, 아크릴 보드_96.5×96.5cm_2009

최잔 ● 나의 작업은 기존의 작가들이 사회적인 문제를 직접 묘사하면서 예술 작품들이 무거워졌다고 느낀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소비사회를 좀 더 가볍고 신선하게 표현하고자 소비자의 욕망을 자극하여 상징적 기호에 대한 구매 충동을 유발시키는 역할을 하는 광고에 주목하였다. 특히 우리가 무심코 지나가는 길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값싼 스티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스티커는 흔히 볼 수 있으면서도 인식을 하지 못하고 지나치며, 간혹 필요 이상으로 생산되어 쓰레기 취급을 받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대량생산과 복제성, 그리고 사회성의 이미지를 가진 흔하고 값싼 스티커로 사람들이 동경하고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이런 이미지로 명화 내지 대중적인 이미지를 차용함으로서 현대소비사회의 단면을 유쾌하게 드러내고자 하였다.

김도훈_face I_스테인리스 스틸, 철수세미_145×114×10cm_2011

김도훈 ● 김도훈 작가의 인간을 포함한 동물상들은 일정한 크기의 금속판으로 구성된 고도의 인공성이 두드러지지만, 구조적인 면에서는 군복을 입은 군인처럼 늘 한계조건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종들에 보편적인 의태(擬態, 서로 다른 생물 종끼리 유사한 특징을 나타내는 것)의 생태학이 있다. 실내에서 조명을 받으면 조각상들은 주변 공간으로 확장되는 시각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효과는 개체가 생성, 또는 소멸하는 단계의 원소적인 차원을 가시화한다. 개체는 원소로 해체되어 자신이 비롯되었던 허공으로 흩어진다. 그가 만든 것은 사슴, 도마뱀, 북극곰같이 멸종 위기의 생물로서, 우주만물의 생성과 소멸의 경계 위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종들이다. 멸종 위기 종에 자화상을 끼워 넣은 것은 불안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작가로서의 자의식 또한 반영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자화상은 순한 초식동물이나 녹아내려 비좁아진 얼음 조각 위에서 웅크리고 있는 곰에 비해 구체적인 표정이 읽힌다. 자화상은 쇠 수세미를 이용해 머리카락을 연출하여, 머리카락이 길게 자라는 인간만의 독자적 특징을 과장되게 표현했으며, 정면을 주시할 수 있는 인간 특유의 공격적 시선 또한 빼놓지 않았다.

난다_0508엄마의 제단_잉크젯 프린트_150×120cm_2012

난다 ● 나는 '기념사진'이라는 일상화된 사진적인 카테고리를 통해 구현되는 현대인의 기록과 자기 표현욕구, 또 그 안에 용해된 개인의 욕망과 사회적 허상의 현실에 주목한다. 어린이날과 결혼식, 그리고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삼겹살 데이와 같은 각종 변종 기념일까지 현대인들이 만든 기념일들이 사실은 그들의 심층에 자리한 '욕망의 병리적 실체'를 반영한 문화인 것이다. 나는 동시대에 일상화된 '기념사진'의 연극적 요소를 극대화시키는 실행과정을 통해 인간의 삶에 존재하는 기억의 진실과 현대인의 전이된 욕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박종필_cake16-1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9

박종필 ● 나는 실재와 비실재, 현실과 비현실, 아름다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진짜와 가짜에 대한 아이러니를 작품에 담아왔으며, 작업을 통해 그 차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나의 작업에서 대상은 종종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다중적인 의미를 지니며, 약속된 기호로서의 이미지가 아니라 은유적인 언어를 사용한 모호한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는 이 사회의 아이러니를 나만의 방식으로 보여주며, 이로써 관객은 작품을 통해 '잊고 있던 진실'을 보게 된다. "모든 존재는 미와 추의 경계에 서 있으며, 또 그 모든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내가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아이러니한 세상의 진실이다.

이국현_On the Sofa_캔버스에 유채_97×145.5cm_2010

이국현 ● 나는 지식, 즉 경험이 하나의 조각이 되고 얇은 필름과 같이 되어버린 시대의 표상을 '콜라주적 시대', '레이어적 시대'라 부르기로 한다. 나의 작업에서 볼 수 있는 콜라주 기법과 레이어 효과는 이런 시대적 표상을 반영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며, 앞으로 더욱 연구하고 발전시키려고 하는 주요한 형식이다. 이는 동시대의 이슈들, 이를테면 현대인들의 소통의 부재와 소외, 강박증, 페티시, 정신병적인 행태, 전쟁과 폭력, 자본과 성에 관련한 문제의 지점들을 작업에 어떠한 형식으로 담아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의 일환이다. 그리고 각각의 도상들이 캔버스 위에서 충돌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의미형성과 함께 오일 물감이라는 질료가 가지는 특질들(마티에르, 레이어, 물감이 가지는 색감의 재현 등)이 어우러져 보다 설득력 있는 작품(동시대적 이슈와 문제점을 예술작품으로 승화하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대석_gram_테이프, 우레탄_120×150×30cm_2012

이대석 ● 나는 실재 오브제를 캐스팅하여 같은 사물의 형태를 재현했지만 주재료인 테이프의 특성을 살려 쇳덩어리 공구들이 주던 무게감과 질감, 그리고 색채감을 반대로 해석하여 무거움을 가볍게 표현하였고 어두운 색감들을 하얗게 표현하면서 단지 형태만 그대로 유지한 채 사물을 재해석해서 표현하였다. 그리고 기존의 사물들의 형태에만 주목하지 않고 각 사물들을 연결하고 고정해주는 연결점과 고리부분에 주목하며, 이들 부분에는 실재 오브제를 그대로 표현함으로서 다른 곳에 평소 일반적인 사물에서 주목하지 않는 부분들을 부각하여 인지하도록 표현하였다. 더 나아가 기존 조각 작품들은 대부분 무겁고 단단하고 튼튼하게만 표현되는 것에서 벗어나 오히려 가볍고, 강한 색감 없이 밋밋하게 표현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이자란_반 고호와 함께_종이에 수채_80×100cm_2010

이자란 ● 나는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번식)를 식물에 이입하여 표현하였다. 식물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가장 솔직한 대상이다. 식물들이 꽃을 피우거나 새싹이 돋으면 우리들은 예쁘고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식물들에게는 마치 전쟁과 같은 처절한 순간일 것이다. 식물들은 모든 에너지를 끌어 모아 번식을 위해 쓰고, 다음해를 위해 잎을 떨구고 준비한다. 이러한 과정을 과연 예쁘다는 말로만 할 수 있는 것인가. 식물들에게 가장 큰 욕구는 번식하는 일이다. 참고 견디고 기다림 끝에 결실을 맺고 또 다른 생명을 만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향기롭고 화려하게 치장을 해야 된다. 우리도 이와 마찬가지로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꾸미고 가꾼다. 이처럼 나는 식물과 인간의 겉모습은 내면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냈기 때문에 자연을 쉽게 접하고 보다 많이 관찰하였다. 그래서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식물이라는 매체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표현하고 싶다.

조 샘_lamb_잉크젯 프린트_110×110cm_2012

조샘 ● 사람들은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구석구석 볼 수 있지만 보지 못하는 것이 있고, 보지 못하지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개인의 인식이나 의식에 따라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처럼 시각적 인식을 통하여 재발견된 현장 사진을 일반 대중들에게 창의적 시각의식을 통해 제시하고 대화의 또 다른 언어로 인간의 감정적 의식, 즉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의식이 변화될 수 있는 문화의 소통 도구로 보여주고자 한다.

천근성_Pixelbody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0

천근성 ● 천근성 작가의 작업은 남과 여,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진과 조각이라는 대립구조와 서로 이질적인 아이콘을 하나의 작품 안에 보여줌으로서 대립구조의 해체와 동시에 상호 공존의 형태를 보여준다. 개념과 가치란 다 사람이 세운 것이며 가치판단이란 전부 비교함으로서 생긴다. 이는 수시로 변하는 것으로 가치판단 역시 부단히 변한다. 유와 무, 삶과 죽음, 장과 단, 흑과 백, 전과 후 등 모든 것을 태연히 대처하고 범인적인 우려를 버려야 한다.

구인성_the monotonous scenery_카드보드_85×115cm_2012

구인성 ● 판지cardboard는 그 자체로 시대적 산물이다. 시대를 특징짓는 갖가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재생을 거듭해서 인위적이며 때론 자연스레 질서 속에 존재하는 마치 삶의 주변인으로서 살아 숨 쉬는 소산물인 것이다. 작가는 그 자체를 '시대적 유물'이라 말하며, 골판지에 곧게 그어 내려진 틈 사이로 또 다른 시대적 산물의 흔적을 고대한다. ■ 김승태

Vol.20120805h | 실재와 환상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