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물질적 기록

Record Nonmaterial展   2012_0803 ▶ 2012_0831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2_0803_금요일_06:00pm

참여작가 김승현_김온_김윤섭_나광호_배윤환_서은희 양지원_이도현_오구리스 마리코_최제헌

관람시간 / 화~일요일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CHEOUNGJU ART STUDIO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로 55 Tel. +82.43.200.6135~7 www.cjartstudio.com

2012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교류전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비물질적 기록Record Nonmaterial』이라는 명제로 전시를 기획하였다.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의 방법론에서 절대적 위치로 격상된 드로잉이라는 표식언어로 술회되는 작가들을 초대하여 개별 작품세계를 들여다보고 그 의미를 모색해 보는 전시로 꾸며진다. 이번 전시는 10명의 작가들을 초대하였다. 이 작가들은 형식적으로 드로잉 작업을 기저로 하여 자기세계를 표출하는 작가들이거나 항시 단단한 물질과 넓은 필드를 드로잉화하는 행위자들이다. 현대미술에 드로잉은 글쓰기의 개념과 동일시된다고 볼 수 있다. 쟈크 데리다의 글쓰기 개념은 물질적 매개체를 이용하는 모든 언어적 담론에 적용되며 그것은 공간성과 시각성이 없으면 성립될 수 없다. 따라서 드로잉은 매체의 감각적 소여 즉 물질성으로부터 시각성과 공간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글쓰기 또는 이미지의 기록에 해당된다. 또 드로잉은 추상적 개념화 작업에 앞서 기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덜 코드화 되어있는 심미적 코드이어서 탈코드de-code, 탈기호de-sign로 작용한다. 이에 작업과 작업사이에 지속적인 간격과 차이를 만들고 어떤 지칭할 수 없는 경계를 긋는 작업들을 모색한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작업에서 드로잉이라는 일차적 서술에서 벗어나 다양한 매체를 기용, 작가의 섬세한 언표를 기록한 작업들을 선 보이는 전시라 할 수 있다. 명제와 같이 기념비적 오브제에서 벗어난 탈 물질적화된 작업들, 이미지와 개념으로 전달할 수 밖에 없는 모종의 의미들을 드러내고자 한다.

김승현_composition-series 'composition'_실_가변크기_2012

김승현의 최근 작업들은 어떤 텍스트나 형태를 조합해내는 구성이라는 방법론으로 작업을 이끌어간다. 이런 작업들은 그간 개념 미술가들이 행하는 기록의 방식이거나 아이디어를 생성해 낸 설계 드로잉의 제스추어처럼 보이지만 그의 작업들은 실제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캠페인과 연관된 지속적인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번 작업도 던져진 공간을 해석하고 설계하여 우연히 던져진 공간을 독특한 조각으로 구성한다.

김온_작문 - 문법의 감정_소리, 텍스트 설치, 네온, 변압기 4#, 스피커, 마이크, 마이크 스탠드, 손전등_가변크기_2010(2012)

김온의 사운드와 텍스트 작업들은 그녀가 추구하는 비시각적 또는 기표와 기의가 충돌하는 커뮤니케이션들이다. 그녀의 작업들을 살펴보면 텍스트의 이미지를 제거하며 소리내어 읽는 리딩 퍼포먼스, 텍스트를 소리화하는 사운드 작업과 소리를 다시 텍스트화 하는 시리즈 등 비물질화된 글쓰기 작업들을 보여준다. 특히 개념화된 주체를 추상화하거나 추상화된 이미지를 개념화하는 양자의 감각성을 드러내는 작업들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그녀가 만들어낸 해체적 글쓰기와 소리들은 명백하게 어떤 물질의 형식을 획득한 공간성과 시각성을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김윤섭_비연극적 연극적 존재의 출현_종이에 연필_50×100cm_2012

김윤섭의 작업들은 주변에서 일어났던 타자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화면을 연출한다. 이 화면들은 자신과 주변과의 끊임없는 대화에서 일어났던 잡음들 혹은 사건들, 이야기들을 믹싱하여 하나의 주름으로 엮어 내는 것이다. 그가 그림 속에서 이야기하는 타자의 재생산, 혹은 사건, 욕망, 시간 등 그가 만드는 모종의 주체들은 다각적인 사건의 분배를 통해 이미지를 구축하여 그 사이를 관람자로 하여금 들여다보게 한다. 단순하게 한 사건, 한 계기를 다층적인 내러티브로 구축해 펼쳐놓는 김윤섭의 이번 작품들은 회화, 드로잉, 영상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로 풀어내 '익숙한 낯섬'을 시퀀스 형식으로 들어낸다.

나광호_별_종이에 9B 연필_120×80cm_2012

근래 나광호의 회화작업에서 일차적으로 화면에 들어가 보면 퇴행적 소재들-유아적 드로잉, 낙서, 문자, 차용된 문구, 색의 규칙적인 나열 등- 을 즐긴다. 그는 이 퇴행적 소재들과 목표가 와해된 화면에서 그리기의 유희와 의미를 발견하는 장소로 재배치하고 있는 것이며, 가치가 없는 것과 포기되어진 것, 무의미와 역설, 권위와 넌센스, 비지시적행위들이 공허의 언표로 재-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배윤환_Black caprichos_파브리아노에 잉크, 오일파스텔_35×25cm×15_2012_부분

배윤환의 최근 작업들의 표면들은 그가 즐기는 드리핑의 액션, 우연적인 이미지와 의미를 담지하고자했던 충돌의 흔적을 뒤로하고 프란시스 고야의 어두운 고발을 차용한다. 블랙 카프리쵸스 Black caprichos의 작업 연작들이 그것들인데 그가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욕망을 검은색의 화법으로 풀어내고 있다. 잠자는 욕망들, 이성들 그것을 깨우는 괴물들과 동일시하는 자아를 비유하는 그의 검은 회화들은 그가 말하듯 욕망의 분출구로 나아가는 하나의 출구이자 기계들이다.

서은희_도장들 Stamp_고무_가변크기_2012

서은희의 판화작업들은 일차적으로 고무판, 지우개에 드로잉을 그림다음 그것을 도장으로 제작하여 찍어내는 작업으로 시작된다. 그녀의 몇 년간 작업에서 읽히듯 놀이와 교환에서 시작된다. 화면은 유아들의 드로잉을 채집한 뒤 복사하거나 다시 드로잉으로 옮겨 규칙을 제거한 즉흥적 찍기의 이미지로 제작된다. 특히 지극히 유아적인 드로잉들은 어린이들과 대화로 만든 교환의 이미지로서 그녀의 드로잉은 독특한 심리작용과 그 피드백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양지원_무제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2

양지원의 작업들은 그녀의 일상과 연관된 기억에서 출발된다. 말린 꽃작업과 집을 그린 드로잉 작업들이 그것인데 이번 전시에서는 꽃에 대한 인상을 몽상이라는 패턴으로 술회한다. 그녀의 꽃다발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은 '생생함'에서 '시듬' 또는 '죽음'으로 변환된 하나의 단촐한 시간들이다. 이는 일상에서 버려진 사체들을 잘게 부스거나 빻아 '어떤 몽상이었음'이라는 언표로 기록한다. 이런 일련의 반복들은 일상의 소소함이지만 전시장은 '찬란한 무덤'으로 연출된다. 그녀의 반복적인 '시든 꽃'에 대한 집착은 사명을 다한 일상의 패턴들에 대한 작은 예의며 의식이며 시간의 기록이다.

오구리스 마리코_흔적_천, 염료_가변크기_2012

오구리스 마리코의 작업들은 그간 그녀가 제작한 도장을 찍어 만든 스템프 회화와 데코칼마니 기법의 단순하고도 비정형적인 작업에 천착하는 작가이다. 그녀의 이러한 액션들이 드러내는 작업들은 일련 사회적인 의미와도 연결되는데 일상에서 마주치는 우연의 관계를 은유하거나 자신이 접촉하고자하는 '어떤 따뜻함' 이기도하다. 푸른색으로 염색된 천을 전시장에 매달아 관람객으로 하여금 피부로 접촉하게 하여 오구리스 마리코식의 교감을 전달하고자 한다.

이도현_에피소드 1_종이에 목탄, 단채널비디오_260×450cm_00:06:35_2012

이도현의 작업들은 초현실적인 캐릭터에 사회성이 짙은 이미지로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유년시절의 기억을 현재의 시간으로 안착시키며 독특한 드로잉 화법으로 풀어낸다. 작업들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바다, 불에 탄 나무, 검은 새, 우울한 표정과 극도로 대비되는 형형의 색들로 가득차 있으며, 비 현실과 현실의 사이, 퇴색된 기억과 몽환적 경험의 뒤섞인 트라우마와 그로데스크함을 내재하고 있다. 이번 작업에서의 드로잉과 영상작업들도 그에 대한 연작들로 그녀가 만들어낸 하나의 기억을 들춰낸 이미지라고 볼 수 있다.

최제헌_공사다망_썬라이트, 골판지, 페인트, 색테이프, 나사못_가변크기_2011

최제헌의 작업들은 뚜렷한 지향을 재현하고자하는 목적보다는 그녀가 주변에서 목격하는 풍경을 비풍경적인 물질로 재현하는 것이다. 최제헌의 공간적 조각드로잉들은 그녀가 지향하고자하는 해체적 인식들과의 조우이며 다른 이상적 이미지로 나아감을 통찰하고자하는 '목적 없는 결여'의 공간화라고 할 수 있는 오히려 탈물질의 조각들이라 할 수 있다. 풍경을 인식하거나 풍경 밖을 인식하는 중간의 경계의 작업들이 최제헌의 공간 드로잉 이라 할 수 있다. ■ 김복수

Vol.20120803h | 비물질적 기록 Record Nonmaterial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