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LTRA NATURE : Overdose of Green

2012 수원시 수원미술전시관 여름특별기획展   2012_0724 ▶ 2012_0826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2_0728_토요일_03:00pm

Press open / 2012_0724_화요일_11:00am

참여작가 김대남_김도명_김창겸_박유진_방병상_배종헌 안경수_이혁준_임수현_정기현_정찬부_최성임_한석현

후원,주최 / 수원시_수원미술전시관 총괄 / 조두호 기획 / 박소화_김상미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수원시미술전시관 SUWON ART CENTER 경기 수원시 장안구 송정로 19 Tel. +82.31.243.3647 www.suwonartcenter.org

2012년 특별기획 『울트라네이처』展은 수원시미술전시관에서 매해 개최하는 기획전으로 올해는 여름방학 기간에 맞춰 진행했다. 본 전시관의 기획전시는 동시대 인문·사회·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연구와 분석을 통해 전시의 주제를 설정한다. 실험적인 시각예술을 전시하고 교육함으로써 수원시민을 포함한 수도권 거주민의 문화적 향수와 가치창출을 목적으로 기획된 전시는 최근 이슈와 트랜드, 동향 분석을 보다 효과적인 주제를 설정한다. 이는 여타의 그룹전 또는 기획전들처럼 단체의 성격이나 장르적 유사점으로 묶어 전시하는 경우와 차별성을 갖는다. ● 본 전시의 제목인 울트라 네이처를 해석하면 '과도한 자연'이라 번역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은 초록으로 상징되는 자연의 이미지를 동일시한 개념으로 일종의 초록이미지 범람에 대한 경고를 과도한 자연이라 지칭한 것이다. 부제는 '과잉 소비되는 녹색'으로 인간중심의 현대사회가 말하는 재배치된 자연, 생태, 환경과 인간의 문제를 여러 각도로 접근했다. 세부주제는 부유하는 자연_floating nature, 그린유토피아_Green Utopia, 순환하는 자연의 삶_Cyclical nature of life, 인공의 정원_Artificial Garden으로 총 4가지로 나뉜다. 13명의 참여 작가의 작업적 맥락에 맞춰 구분된 범주는 주제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용이성을 더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전시는 자연의 이미지는 무엇인지, 자연으로 대변되는 초록이미지가 말하는 실과 허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인류가 간과해서는 안 될 조금은 불편한 미래를 전달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ULTRA NATURE : Overdose of Green展_수원시미술전시관_2012

초록이라 쓰고 자연이라 읽는다. ● 초록은 노랑과 파랑의 중간색이다. 스팩트럼 파장을 수치로 나눴을 때 520나노미터 윗부분을 차지하는 색인 초록은 머나먼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색이기도 하다. 손쉽게 초록을 찾으려면 파랑물감과 노랑물감을 1대1로 섞으면 된다. 더 손쉽게 초록을 찾으려면 창밖으로 시선을 옮겨 주변을 둘러보자. 들로 산으로 종을 달리하며 자라난 생명체가 온통 초록으로 그득하다. 회색의 건물들로 들어찬 도시의 풍경에는 초록이 없겠는가. 대답은 아니다. 크고 작은 가로수 나무들이 길가마다 초록을 발하며, 집안 곳곳에도 각종 화분들의 초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초록은 노랑과 파랑의 혼합색이지만, 과거부터 심리적 요인에 기인해 근원색이자 일차색으로 분류돼왔다. 또한 상징적인 의미로 생명과 건강, 번영과 생산 등 무수한 의미를 갖는다. 더욱이 초록은 자연에 속해있는 생명체. 특히, 우리 인간에게 안정을 주는 색이다. 눈이 피로하거나 흔들리는 탈 것 안에서 구토 증상이 일어날 때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무엇인가 떠올려보자. 초록을 바라보며 피로를 풀고, 창밖의 먼 산을 쳐다봄으로서 멀미를 이겨내지 않았던가. 초록의 자연은 존재 자체로 인간에게 치유와 정화 작용을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초록은 다양한 관념적 의미를 내포한다. 일반적으로 평화와 안전, 중립 따위를 상징하며, 윤리적 의미로 부여되는 경우도 많다. 병원의 십자가의 색으로 사용되는 초록은 구호, 구급, 안전함을 알린다. 재난 시 탈출하는 비상구의 색을 담당하는가하면 위험천만한 길을 건너는 신호등에도 초록이 있다면 안전히 길을 건널 수 있다. ● 초록은 또 자연, 환경, 생태를 대변하는 색으로 널리 통용된다. 환경보호운동을 벌이는 단체로 독일의 '녹색당'이 있으며, 채식주의자들을 '녹색인'이라 지칭하는가 하면 대부분의 생태옹호론자들이 사용하는 색에 초록이미지가 사용된다. 결과적으로 친환경 또는 자연 친화적이란 개념은 초록이미지와의 동일시 과정을 거쳐 초록을 브랜드 컬러로 사용한 국가, 기업, 인간은 "아마도, 지구를 아끼고 자연을 사랑할 것이다."라는 공동의 신뢰를 획득하게 된다.

최성임_저 너머 Over the Hill_흙, 식물, 사진, 드로잉_가변설치_2012

Green, 초록, 綠色 ● 자연, 환경, 생태를 지칭하는 색. 초록이 얻어낸 '공동의 신뢰'에는 실로 어마어마한 이야기가 숨어있다.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 이후의 인류는 물질문명의 해택과 풍요로운 소비문화를 향유할 수 있었다. 우주의 역사가 약 150억년, 지구의 역사가 약 40억년, 인류문명이 고작 1만 2천년인데 비해 불과 150년간의 근대에 이르러 이룩한 인류의 쾌거는 놀라웠고 믿기지 않겠지만, 공룡이 지구를 지배한 1억 2천년에 시간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시간동안 인류의 시계는 기대 이상으로 빨랐다. 특히, 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20세기 중엽부터 본격화된 인간의 삶의 질적 변화는 자연과 환경 그리고 생태계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로 이어졌다. ● 자연은 본질, 본성, 기원을 의미하며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존재한다. 사람은 자연 속에서 비로소 존재할 수 있었고 세계에서 나약한 의미의 생명체일 뿐이다. 하지만, 인류의 시간 속에서 자연은 편집 가능한 대상일 뿐만 아니라 재배치될 수 있는 성격의 것으로 변모했다. 자본력만 있다면 언제든 수시간 내에 지구별의 어느 곳이든 장소를 이동할 수 있게 됐으며, 물리적 시공간의 이동이 아닌 인터넷을 통한 소통은 국가와 국가, 지역과 지역 간의 시차를 허물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한 식량 문제해결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한 생명연장의 꿈은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이어졌다. 그리고 화석연료의 무리한 사용과 지하수의 고갈 등의 문제는 자연의 온도를 상승시켜 빙하를 녹이고 이산화탄소의 과도한 배출은 오존층을 파괴해 생태계의 균형을 깨트리고 말았다. 이런 현상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거론한자가 있으니, 미국에서 세 차례나 퓰리처상을 수상한 언론인 '토마스 프리드먼(1953~)'이 자신의 저서 『코드 그린(2008)』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를 둘러싼 자연, 환경, 생태는 끈임 없이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로 인도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정찬부_In the garden_빨대, 혼합재료_가변설치_2008
이혁준_ULTRA NATURE : Overdose of Green展_수원시미술전시관_2012 이혁준_Forest_Eden 19-2_콜라주에 바니쉬_320×490cm_2011 이혁준_Forest_Eden 19-3_콜라주에 바니쉬_320×490cm_2011

편집된 자연, 범람하는 초록 ● 자연을 의미하는 색, 초록은 인간을 포함하는 거대범주인 동시에 인간의 주변을 둘러싼 환경조건이기도 하다. 자연 속의 인간은 초록이미지에 둘러싸여있고, 현대문명을 통해 이룩한 고도로 발달한 사회라 할지라도 자연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하려 든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자연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 인간의 보금자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편집자로서의 인간은 자연에 존재하는 산을 자르고, 파헤친 후 도시를 건설한다. 길도 내고, 교통시설도 만들고, 아파트도 짓고, 공원도 끼워 넣는다. 강조하자면 공원도 만들고, 가끔 호수도 만들고, 산도 만든다. 인공자연, 인공생태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사유공간에서도 적용된다.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30평 남짓한 공간을 부여받은 개인은 자연이라 생각했던 초록을 나름의 방식으로 구현한다. 작게는 화분 몇 개에서 취향에 따라 인공정원을 만드는 등 다양한 방식이다. ● 앞서 자연의 정의를 사람의 손이 가해지지 않은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라 말했다. 여기서 커다란 아이러니가 등장한다. 인공자연이란 단어는 사람의 손으로 만든 자연이란 의미인데, 자연에 대한 정의를 교란하지 않는가. 인류가 현대문명을 통해 이룩한 세계는 대부분 편집된 자연이다. 인간의 손으로 형성된 자연이며, 그것이 바로 인공자연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자연은 과연 무엇인가. 실재를 살지만 실재하지 않는 것인가.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이기를 거부하였으며 자연을 지배하며 조정하는 인간의 세계를 택한 것이다. 결국, 인공의 초록으로 장식된 자신들의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하며 범람하는 과도한 초록에 중독된 것이다. ■ 조두호

안경수_Mountain_나무박스에 야광램프_80×90×270cm_2012
방병상_숲 Forest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0×131cm_2012 방병상_ULTRA NATURE : Overdose of Green展_수원시미술전시관_2012

Artificial Garden - 실재와 가상, 당신이 생각하는 자연(nature)이란 무엇인가? ● 自然_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다'라는 한자어로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존재라고 정의한다. 현재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않은 스스로 존재한 자연의 모습을 우리는 쉽게 접할 수 있는가? 우리 도처에는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 놓은 '자연'이 곳곳에 가득하다. 빌딩 안에 조성된 숲은 실재 숲보다 더 푸르른 녹색을 뽐내고 있다. 가증스럽게도 살아 숨 쉬고 있지 않은 플라스틱 덩어리로 만들어진 풀잎이 살아있는 채 한다. 왜 인간은 산을 깎아 건물을 세워놓고 그 안에 다시 숲을 만들어 놓는 것일까? 숲의 형태만을 띤 가짜라도 자연에서 위안을 느끼는 것일까? 어쩌면 인간은 스스로 존재한 자연의 숲보다 인간이 조성해 놓은 꾸며진 자연에 더 친숙함과 편안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한 연구 결과 아이들이 실재 바다보다 워터 파크의 인공 파도, 플라스틱 나무와 돌을 더 친숙하게 느끼며 편안히 즐긴다고 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 김창겸의 「물-그림자」는 물을 담을 수 있는 돌확(곡식이나 양념을 돌로 문질러 쓿거나 가는데 사용하는 연장)에 물의 영상을 투사하고, 잔잔한 수면에 돌을 던질 때 나는 자연의 소리와 자신의 그림자가 아닌 누군가의 그림자의 이미지가 삽입된 영상 작품이다. 서정적이면서도 자칫 섬뜩한 느낌의 이 작품에서 실재 연못이 아닌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돌확과 물고기가 있는 영상으로 전시장 내부에 가짜 연못을 구현한다. 그것도 물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더해져 실재 고요한 연못 앞에 서 있는 듯하다. ● 배종헌은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운 작업을 보여줬다. 이전의 야생이라는 작품과 맥락을 잇는 「별이 빛나는 밤」 영상 드로잉 설치 작품이다. 최근 서울 하늘에서 별이 쏟아질 듯한 밤풍경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도시에 살고 있는 인간은 청정한 공기와 맑은 하늘, 별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을 보러 주말이면 지역 구석구석을 찾는다. 애써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경험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 서울 하늘에서 사라진 별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24시간 도시의 갖가지 빌딩과 영상매체 안에서 쏟아지고 있다. 스타벅스, 칠성사이다, 삼성, KB스타뱅크 등 가지 수를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우리 주변에 쏟아질 듯 스타(별)이 존재한다. ● 안경수는 인공 자연물을 또 다시 재조합하여 영원한 식물, 시들지 않은 과도한 푸르름을 느낄 수 있는 정원을 표현한다. 설치 작품인 마운틴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실재 자연과 뒤섞여서 자연인 채하는 플라스틱 돌과 야자수 등을 그린다. 어느 한 곳의 풍경이 아닌 일산 호수공원의 한 부분, 목포의 어디 등 작가가 경험한 이곳저곳에 자연보다 더 푸르름을 자랑하는 가짜를 조합한 산(Mountain). 우리에게 산은 어떤 존재인가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김창겸_Water shadow-four seasons_비디오설치_00:14:00_2006~7
배종헌_별이 빛나는 밤_단채널영상(DVD), 복합재료_2012_부분 배종헌_별을 캐는 사나이_드로잉_44.5×34.2cm_2012

Cyclical nature of life - 자연스런 순리를 따르자면 모순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 인간은 끊임없이 이기적이다. 자연의 순환, 순리를 지키려 노력하지만 인간의 본성에는 그것을 거스르려는 본성도 함께 존재해 항상 양면성을 띠고 있다. 문명, 산업, 도시가 발달하면서 자연과 함께하는 인간의 모습보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건축물들 사이에서 살고 있는 이가 대부분이다. 최근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사업 중 하나가 옥상정원이다. 건축물에 옥상녹화사업을 진행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가 전국 각지에서 성행하고 있다. 자연을 훼손하여 건물을 올려놓고는 그 건물 옥상에 자연을 조성하고 있다. 결국 또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자연을 위한 것이 아닌 인간을 위한 자연이 조성되고 있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 김도명은 골판지와 흙, 씨앗, 식물이 작업의 재료이다. 골판지로 커다란 항아리를 캐스팅만으로 만들어낸다. 또 항아리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나머지 골판지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그 나머지도 작은 항아리로 태어난다. 그의 작업실에서는 쓰레기가 절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골판지로 만들어진 항아리에 흙과 씨앗을 심고 물을 준다. 종이로 만든 화분(항아리)는 시간이 갈수록 젖기도 하고 썩기도 하며 사라지지만 그 속에 씨앗은 계속해서 자라난다. 하지만 자라난 식물을 갈 곳이 없다. ● 정기현의 뷰티팜 영상작품은 꽤 흥미롭다. 자연 속에서 한 없이 나약하고 작은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닭을 인간의 몇 십배 이상을 크게 확대하고 그 속에 여러 명이 밭을 일구고 농작물을 가꾸며 일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영상과 연결된 설치 작품은 작은 평상 위에 흙과 씨앗을 심어 밭을 꾸며놓았다. 인공식물조명을 사용하여 그 씨앗은 나날이 새로운 모습으로 자라고 있다. 하지만 인공식물조명으로 잘 자랄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법을 작품을 통해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 최성임의 저 너머(Over the Hill). 전시 공간이 아닌 시청각실에 커다랗고 뭉뚝한 둔턱이 생겼다. 본 전시관에서 유일하게 자연 채광이 가능한 자리로, 작가는 이 장소에 자연에서 제멋대로 자라나는 잡초를 옮겨 심었다. 콘크리트 바닥 위에 공기와 물이 절대 통할 수 없는 비닐을 깔고 스트로폼을 두텁게 쌓았다. 그 위에 펄 라이트(인공토양)로 기반을 다지고 흙을 살짝 덮어 작은 언덕을 만들었다.(실제 흙으로만 조성되었다면 흙 무게로 인해 건물이 무너질 수도 있다) 최근 자연은 있어야 할 곳이 아닌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낯설게 조성되곤 한다. ■ 박소화

김도명_항아리(가족사부분)_포장용 골판지, 흙, 씨앗_가변설치_2007
정기현_Beauty farm_HDV 외 복합재료_00:05:00_2011
한석현_SUPER-NATURAL 2009-02_디지털 C 프린트_39×54.9cm

Floating Nature - 언제부터인가 자연(녹색)은 부유하듯 도시 사이사이를 떠다니게 되었다. ● 자연自然은 항상 같은 곳에 자리하며 스스로 나고 자라고 순환한다. 저절로 생겨난 산과 바다, 동물과 식물은 한결같이 그 자리였다. 그리고 그러한 터 위에 사회가 시작되고 인간은 오랫동안 채취와 경작으로 자연에 기대며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의 시멘트와 콘크리트 바닥은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조차 자라나기 힘들다. 사회와 경제가 발전하면서 지속된 도시 개발과 무리한 도로 확장이 자연을 예전과 같이 스스로 자리하고 번식하기 힘든 환경으로 만들어 버렸다. 자연이 늘 있었던 그 자리에서 대지의 끝으로 점점 밀려나게 된 것이다. ● 우리는 빽빽이 들어선 고층 건물들 사이와 로비, 집 마당이나 베란다, 옥상과 같은 자투리 공간에 작지만 제법 그럴싸한 인공 숲을 조성한다. 예쁜 화분들로 뒤덮인, 녹색에 대한 열망과 집착으로 가득한 정원은 자연에 목마른 현대인들의 안식처이자 위안이 되고 있다. 수잔 손탁Susan Sontag의 캠프 개념을 가져와 작업하는 작가 김대남은 공항이나 유네스코와 같이 현대사회에서 의미 있는 장소 안에 잘 세팅된 정원을 통해 현대인들의 도시적 목가를 발견한다. ● 방병상은 「막幕」시리즈를 통해 현대사회의 자연을 무심한 듯 시니컬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녹음으로 짙은 자연을 가로지르는 거칠게 파헤쳐진 공사장의 풍경을 현대사회의 자연풍경으로 프레임 안에 담아냈다. 굳이 자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보다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자 하는 의미이다. 도시 안에 묘하게 공존하는 공사장 펜스는 우리 사회의 아이러니한 단면이다. 작가 임수현의 「Fence」시리즈는 도시의 미관을 위해 공사현장을 가리고자 설치된 펜스를 풍경으로 촬영한 사진 작업이다. 울타리를 뜻 하는 펜스는 현대사회의 거대한 가림막으로 기나긴 공사기간 동안 자연을 훼손하는 건설현장을 가려주고 있다. 실사이미지로 출력된 조악한 자연 풍경을 입은 펜스는 마치 현대사회의 도시와 잘 조화된 듯 그럴듯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지만, 그 너머에는 현대사회의 모순들이 숨어있다. 현대사회에 부유하는 녹색은 인공의 자연 말고도 우리가 그린green이라고 하면 늘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심리를 이용한 대량 생산품들로 가득하다. 한석현의 작업은 인간이 만들어낸 공산품 중 녹색으로 포장된 패키지들을 보기 좋게 담아낸 정물사진이다. 그가 늘어놓은 녹색의 정물들은 언제부터인가 친환경을 대표하고 자연을 대신하는 색으로 녹색이 인식되면서 색이 갖는 사회적, 정치적 담론에 대한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박유진_ULTRA NATURE : Overdose of Green展_수원시미술전시관_2012 박유진_채수원의 에너지 Energy of scion garde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130cm_2012 박유진_시금치의 자손 A scion of spinach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91.9cm_2012
김대남_도시적 목가 PLATE 001_디지털 C 프린트_2012
임수현_제 2롯데월드 신축공사현장 GATE-2 #1_C 프린트_70×70cm_2010 임수현_광교명품신도시 소현초등학교 #1_C 프린트_100×125cm_2010 임수현_ULTRA NATURE : Overdose of Green展_수원시미술전시관_2012

Green Utopia - 어디에도 없는 곳, 녹색으로 뒤덮인 세상. ● 자연을 자연 그대로 보전하지 못하고 점점 피폐하게 만드는 주범이 바로 인간이지만, 자연에 대한 욕망과 애착을 보이는 것도 인간이다. 오랜 옛날부터 자연을 안식처로, 자연에 의존하며 살아오면서 내재된 본능과 함께 근대 사회에 접어들어 자연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면서 인간은 무한한 자연에 대해 아이러니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동양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에게 자연은 늘 이상향이자 소유하고 싶은 대상으로 예부터 산수화를 통해 이상적인 자연을 구현하고자 했었다. 산수화 속의 풍경은 실재하지 않는 이상화된 자연으로 원림을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다. 서구 낭만주의 시대에도 당시 예술가들은 자연을 그대로 구현하기 보다는 좀 더 아름답게 변용하여 화폭을 구성하였다. 상상에 의해 그려진 그들의 자연은 자연을 바탕으로 구성하긴 했지만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인 것이다. 작가 박유진과 정찬부, 이혁준은 각각 그들만의 그린 유토피아를 창조 해냈다. 그린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없다"라는 의미로 토마스 모어Thomas More가 만든 단어인 유토피아와 자연을 상징하는 색, 그린을 조합한 것으로 실재 하는 곳이 아닌 녹색으로 뒤덮인 가상의 자연을 말한다. ● 작가 박유진은 경험에 의한 조경을 통해 「채수원採穗園」시리즈를 일구어냈다. 그녀의 회화작업에 나타난 자연의 모습은 잘 다듬어져 정갈한 자연이나 관상용으로 조성한 정원의 모습과는 다르다. 야생의 자연 혹은 환상 속에서 그려낼 법한 수풀림의 모습을 과장되고 혼합된 모습으로 한 화면 안에서 이리 저리 병치 시켰다. ● 정찬부 작가의 「In the garden」은 대량의 공산품으로 제작된 빨대를 재료로 언제부터인가 가정이나 건물 내부에 당연하듯 자리 잡은 산세베리아 화분을 거대한 크기로 만들어냈다. 빨대가 가진 색과 고유의 질감을 극대화시켜 심어놓은 싱싱한 산세베리아는 과도한 녹색으로 부터 자아내는 공포감과 함께 이질적이고 비현실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 사진작가 이혁준의 「Forest Eden」시리즈에서 나무들이 우거진 수풀림은 실재하는 자연이 아니다. 우리가 늘상 인지하고 있는 숲의 이미지들을 수집하고 하나의 이미지로 편집하여 재창조된 숲이다. 작가에 의해 가공된 숲의 풍경은 현대인들이 자연으로 부터 갖는 모순된 생각이나 그에 따른 행위들을 함축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구현한 그린 유토피아를 통해 인간, 특히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자연이란, 숲이란 어떤 의미와 상징을 담고 있는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 김상미

Vol.20120724d | ULTRA NATURE : Overdose of Green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