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2 코오롱 여름문화축제
참여작가 에릭 벤딕스(Erik Bendix)_카를라 부스틸(Carla Busuttil)_클레어 도셋(Claire Dorsett) 아니 에몽 오뜨(Annie Hémond Hotte)_사라 R 키(Sarah R Key)_J. A. 니콜스(J. A. Nicholls) 카트린 로버츠 (Katrine Roberts)_캐롤라인 워커(Caroline Walker)
주최 / 코오롱 주관 / 스페이스K 후원 / 주한영국문화원
1부 / 2012_0723 ▶ 2012_0908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스페이스K_과천 SPACE K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1-23번지 코오롱타워 1층 Tel. +82.2.3677.3105 www.spacek.co.kr
2부 / 2012_0723 ▶ 2012_0908 관람시간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스페이스K_서울 SPACE K 서울 강남구 신사동 630-7번지 3층 Tel. +82.2.3496.7595 www.spacek.co.kr
2012_0911 ▶ 2012_0930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K_광주 SPACE K 광주광역시 서구 농성동 460-17번지 2층 Tel. +82.62.370.5948 www.spacek.co.kr
1997년 열린 『센세이션(Sensation)』展은 마이클 크래그 마틴과 그의 제자들인 yBa(young British artists)를 미술계 슈퍼스타로 만들었다. 20세기 메디치라 불리는 찰스 사치 감독에 yBa 주연, 왕립미술관이라는 권위 있는 세트장, 그리고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노이즈 마케팅까지 가세되어 영국 미술전시 사상 최고의 반향을 일으킨 '센세이션'전은 영국미술을 단숨에 현대 미술사의 중심에 서게 했다. 그리고 2000년, 뱅크사이드 화력 발전소를 개조해 개관한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탬즈 강변에서 런던에 전력을 공급하는 일 대신 런던 시민에게 예술과 문화를 공급하는 창의발전소로 거듭났다.
이번 스페이스K 기획전 『Creative London』 전시에서는 태생은 각각이지만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런던이 배출한 20대 중반에서 30대 말까지의 젊은 작가 여덟 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스페이스K가 추구하는 '젊은 작가 지원'이라는 기조에 맞게 이들 역시 중견작가의 반열에 오르진 않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작가들로, 동시대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카를라 부스틸(Carla Busuttil)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이다. 그녀는 흑인의 땅에서 자란 백인 여성으로 겪게 되었을 인종문제와 권력 그리고 부조리를 캔버스 위에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다. 그녀가 표현한 인물은 다양한 아이콘과 컬러로 재현된다. 그림에 등장한 인물들은 거칠게 덧칠해 지거나 뭉개져 있더라도 우리는 그들을 그림 속 상징물로 가늠할 수 있다. 영국 여왕은 로열블루의 어깨띠로 표현되고, 인물들의 다양한 지위와 이데올로기는 훈장, 붉은 완장, 의복 그리고 피부색 등으로 표현된다. 다양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그녀는 2011년 사치갤러리 전시 작가인 동시에 사치콜렉션 작가이다.
에릭 벤딕스(Erik Bendix)는 디즈니의 오래된 만화 캐릭터 오스왈드(미키마우스의 할아버지뻘 되는 토끼 캐릭터)를 캔버스로 옮긴다. 언뜻 보면 어린 시절 우리가 만화영화 둘리에 나온 주인공들을 공책이나 교과서 귀퉁이에 펜으로 복제하던 행위와 비슷하게 보이나 에릭 벤딕스는 오스왈드 만화 속 캐릭터들의 형태를 구성하는 시각요소들을 사물 속 혹은 명작 속에서 찾아낸다. 고래와 사슴의 캐릭터 합성을 통해 오스왈드를 찾아내기도 하고 익히 알려진 명화 속에서도 오스왈드의 모습을 찾아내기도 한다. 이는 잉여의 재료를 덜어내면서 숨어있는 형태를 찾아가는 조각의 행위와 닮아있다. 이런 조각적인, 때론 전통 회화에 대한 도발적인 도전행위는 그의 만화 같은 그림을 그냥 웃으며 바라볼 수 없게 만든다.
클레어 도셋(Claire Dorsett)은 일상의 풍경을 담는다. 항상 스케치북을 가지고 다니며 그날의 사건과 사물을 스케치하는 그녀에게 이데올로기나 사회현상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그녀는 그림에서 클로즈업(Close-up)과 크로핑(Cropping) 같은 사진적인 기법을 많이 사용하고 강한 색상의 조합을 즐겨 쓴다. 통화 중인 전화기, 우편함 너머로 보이는 사람의 다리, 기쁜 감정, NO라고 외치고 싶었던 순간 등 그녀의 일상에서 중요했던 순간들이 캔버스에 펼쳐진다. 하지만 그 사건들은 전 후 맥락이 빠져있거나 작가만의 정제된 언어로 한없이 단순해져 버리기에 관람자에게 신선한 낯설음을 제공한다.
사라 R 키(Sarah R Key)는 인간의 심리상태나 행동양식을 동물을 통해 비유한다. 'A Feeling For Ghosts'에서 그녀가 만든, 인간으로 보이는 생명체들은 정제된 포트레이트를 찍 듯 정면을 응시한다. 얼굴을 가리고 있음에도 떨리는 눈빛과 손동작들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치밀히 계산된 붓터치와 우연의 흘러내림 기법을 적절히 사용해서 나타낸 회화적인 완성도는 이 악몽 같은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아무리 가면을 쓰고 자신을 감추고 현실을 조소하더라도 본래의 두려움을 감출 수 없는 눈동자. 우리는 태어났을 때와는 다른 가면을 쓰고, 종국에는 얼굴과 하나가 되어버린 가발을 벗을 수 없는 상태로 두려움에 떨며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J. A. 니콜스(J. A. Nicholls)는 숙련된 페인팅 스킬을 통해 시각적인 재미를 전달하는 작가이다. 그는 2004년 헤이스팅스 미술관에서 열린 『Contemporary British Painting』전시에서 yBa작가로 유명한 게리 흄이 선정한 작가이다. 크레파스, 마커펜, 수채화 물감, 종이 박스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콜라주처럼 보이는 그의 작업들은 모두 오일과 아크릴 물감으로 그려진 회화작품들이다. 이 달라 보이게 그린 재료들의 조합은 풍경을 더욱 극적으로 보이게 하고, 사건을 한층 드라마틱하게 만든다. 동시에 사건의 모든 요소를 더욱 중요하게 만드는 것. 이를테면, 재빠르게 머리를 만지는 부분은 가는 연필 크로키처럼 그리고 묵묵히 그 상황을 지탱하는 다리는 두툼하고 진한 수성 펜처럼 보이게 해서 한 프레임 안에 일어난 사건을 더욱 인상적으로 만드는 것이 그의 작업방식이다. 그의 이런 실험들은 결국 중요한 사건에 더욱 집중하고 수많은 군중들 속에서 아는 사람의 얼굴이 더 확연히 잘 보이는 우리의 삶에 3중, 4중의 카메라를 더 들이대고 있다.
캐롤라인 워커(Caroline Walker)는 집 안에 있는 여성의 모습을 통해 여성의 본질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남성 위주로 쓰이고 묘사되고 그려진 역사 속의 여성은 성적인 대상인 동시에 신비로운 대상으로 과장되어 왔다. 현실의 여성들은 사적 공간에서 팬티스타킹만 입고 형광등을 갈기도 하고, 어떤 여성은 남자의 성적 경쟁상대가 되어 여자 친구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캐롤라인 워커가 보여주는 여성의 사적 공간에는 우리가 쉽게 스쳐지나가기 쉬운 수많은 삶의 흔적들이 나타난다. 아무렇게나 마당에 던져져 있는 실리콘 호스, 욕조 근처에 남은 물의 흔적, 그리고 꽁초가 남아있는 재떨이와 아무렇게나 던져진 등긁개 등은 공간에 리얼리티를 부과한다. 그리고 많은 그림에서 그림 속 여자를 지켜보는, 혹은 관람자를 지켜보는 그림 속 인물화의 시선이 존재한다. 그래서 성적인 에너지를 좇아 여성의 사적 공간을 훔쳐보던 관람자들을 자신을 바라보는 그 시선에 흠칫 놀라게 하기도 한다.
아니 에몽 오뜨(Annie Hémond Hotte)의 작품은 사회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신문 카툰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그녀의 작품 'The Narcissists'에 나타난 인물들은 잘 차려입고 심각한 눈빛을 하고 있지만 머릿속은 쓸 데 없어 보이는 구조물로 가득 차 있다. 의상이 만들어 준 사회적 지위와 권위를 대변하듯 그들의 코는 두툼하게 올린 물감만큼 꼿꼿하고 단단해 보인다. 그녀는 부조리극의 연출자가 되어 인물과 사물을 배치하고 세상을 풍자한다. 만화같은 그림을 통해 매스컴이나 사회 통념이 만든 신화를 벗겨내는 그녀의 작품은 추상표현주의 화가로 알려진 캐나다 태생의 미국 작가인 필립 거스턴(Philip Guston)의 후기 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
카트린 로버츠(Katrine Roberts)의 「Murder victim」시리즈는 화려한 붓터치와 다채로운 색상의 조화로 인물을 재현한 작품들이다. 이 작고 예쁜 인물화를 자세히 보기위해 작품으로 다가간 관람객은 작품들이 살인 희생자의 얼굴을 그린 것이란 사실을 알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게 된다. 그녀의 작업은 이후 「Ineluctable Gaze」시리즈에서 피부의 일부분을 늙어보이게 하거나 심지어 썩어 들어간 모습으로 변한다. 그리고 최근작 「Percolate」시리즈 에서는 인물을 비슷하게 재현하는 데는 전혀 관심 없다는 투의 그림을 보여준다. 화려한 색채와 섬유를 이용한 밀어내기와 뭉개기, 그리고 다양한 도구를 통한 긁어내기 등을 통해 그림은 인물들의 절규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무패널 위에 미끄러지듯 뭉개진 얼굴들을 통해 그녀가 얻고자 하는 것은 바로 아름다움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 『Creative London』전 참여 작가 중 런던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한 명 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은 스스로 런던 작가라 불리는 데 조금의 주저함도 없다. 이것이 바로 런던을 더욱 멋지고 다채로운 곳으로 만드는 원동력이다. 미술이 전통의 도시풍경을 바꾸고, 미술상(Turner Prize)을 생중계하는 곳. 친절한 신사의 나라인 동시에 훌리건의 나라. 세계최초의 의회민주주의가 시작된 곳인 동시에 귀족의 상원의원직 세습이 유지되고 있는 국가. 한 나라지만 하나로 묶이기 싫어하는 4개의 축구 리그가(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 존재하는 곳. 급작스런 이주민들의 만남이 아닌 긴 역사를 두고 유입된 다민족이 따로 또 같이 300여개의 언어를 쓰며 사는 곳. 이 복잡다단한 나라의 수도 런던은 '토니 블래어' 전 총리의 정책 기조였던 '멋진 영국(Cool Britain), 창의적인 영국(Creative Britain)'처럼 가장 쿨한 동시에 크리에이티브한 도시가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다문화주의, 일상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역사, 그리고 미술이 있다. ■ 이장욱
* 스페이스K는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입니다.
Vol.20120723c | 크리에이티브 런던 Creative Londo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