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의 하비투스와 내재성 ● 작가 신덕환의 작품의 테제는 현대의 언어와 이미지의 과도한 폭력에 의한 현대인의 소외 현상이다. 특히 그는 텍스트와 이미지의 절대적 권위 아래에서 타인으로부터 또 자신으로부터 극단적으로 소외되어가는 예술가의 모습을 형상화시키고 있다.

신덕환_Lotus feet_rosa_45×45×20cm

작가가 직시하고 있는 텍스트의 절대적 권위 또는 이미지의 절대적 권위란 우리 사회의 관습적인 법칙 또는 내재적 법칙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다. 이것을 부르디외는 하비투스(Habitus)라 정의하였고, 사회성원들의 사고방식, 감정구조, 행동양식의 총합을 의미한다. 이를 예술에 있어 하비투스라 이름한다면 예술의 내재적인 법칙, 예술의 최소 규정태(lex insita)를 의미한다 할 것이다. 이것은 결국 예술 교육에 의해 각자 행위자 안에 각인되어지는, 실천의 좌표뿐만이 아니라 좌표의 실천을 위한 전제조건으로서의 내재적 법칙이 된다.

신덕환_마네킹씨의 시그널은 왜 비둘기가 평화인지 말할 수 없는가?_단채널 비디오, 스틸

이러한 내재적 법칙은 예술작품의 해석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것은 사회 구성원들 간에 하나의 코드를 제공함으로써 해석을 가능하게하며 공통성 내지 보편성을 담보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의 비판의 지점은 그 다음 지점인 코드들의 코드화에 있다. 다시말해 기표들의 기표화, 텍스트들의 텍스트화를 통한 절대적 텍스트화, 절대적 진리의 독사(doxa)의 권위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자크 데리다는 "죽은 꽃"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 죽은 꽃은 빛나는 진리의 꽃으로서 예술의 은유를 은유로서 읽지 못하게 하며 은유화 과정의 연속성을 파기시키고 예술의 내재성(immanance) 자체를 폐기시킨다.

신덕환_Anxiety_브론즈_200×45×35cm

작가는 이러한 강제된 사회의 부조리를 각혈하고 있는 인물「destruction」, 거짓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인물「uneasiness」, 전족「lotus feet」 등으로 형상화 하고 있다. 각혈과 거짓 눈물, 그리고 전족은 사회적 관습의 억압에 대한 거부이자 동시에 복종의 이중 이미지이다. 작가의 이미지들은 절대적 권위로부터 소외되기를 두려워하는, 그리하여 그 스스로가 굴종의 태도를 취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그 모습을 스스로의 모습으로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사회적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시대의 문제들 중 하나는 맹목적 추종현상이다. 사유하지 않고 고려하지 않고 즉각적 반응을 보임으로써 과도한 현상들이 유지되는 것이다. 결국 벼랑 끝으로 스스로를 내몰게 하며, 한계점을 넘는 고통을 가하는 지속적인 억압의 현실을 재생산해내는 것이다. 결국 자신을 위한 판단과 행위가 아닌 사회적 시선에 길들여진 판단과 행위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이다.

신덕환_Destruction_밀랍_37×50×21cm

결국 이러한 모순된 것들에 대한 부정은 마지막 책장을 찢고 뛰쳐나온 돌덩어리를 입에 물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형상 「P.S(destruction)」을 빌어 말하고 있다. 그는 텍스트의 파기를 통해 언어 이전의 초언어로, 언어의 목록화에서의 탈목록화로, 텍스트 밖인 신체-경험으로의 회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작가에게 있어 예술작품의 내재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행위적 실천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예술작품의 내재성은 'Paradoxa'의 개념과 연결되며, 사회적 통념과 상식에 거스르는 것 또는 양 방향을 동시에 보면서 새로운 삶의 양식을 창조해 나가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 작가의 작품이 위치하고 있으며 작품을 통한 작가의 전언은 '냉철한 사회적 인식과 비판적 태도의 필요성'이라 할 것이고 자신의 작품이 현재의 특수한 규칙과 규율, 특정한 목표에 대한 맹목적 추종으로부터의 이탈을 위한 사유의 공간, 지표로서 작용하길 바라는 것이다.

정주연_흐름–선_스테인리스 스틸_50×105×50cm

flowing : 낯설지 않은 공간 ● 작가 정주연 작품의 테제는 인간의 인식 내에 자리한 자연이 아닌, 자연(自然) 그 자체의 생명력이다. 다시말해 인간중심적인 자연과의 관계가 아닌 자연을 이루고 있는 생명들에 대한 관조적 태도이자 그 경험을 형상으로 나타내 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우선 작가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과 그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생성의 힘들을 관조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 스스로 닫혀진 세계 속에서, 한정된 공간 속에서 만 바라보았던 세계의 모습들이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그 거대한 생명들의 움직임들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일상적인 현상들 속에서 우주의 생명에너지가 모이고 확산하며, 어우러짐과 동시에 흩어지는 생성과 소멸의 창조적 순환작용인 자연(自然)을 대면한 사건이다.

정주연_흐름–원_스테인리스 스틸_50×45×50cm

작가는 마이클 코헨의 "우리들은 눈, 비, 바람, 구름 기온과 햇빛 같은 자연의 요소들에게서 분리됨으로써 그것들이 지니고 있는 생명력에 대해 점차 잊어버리게 된다."는 언급을 빌어 "다양한 자연의 모습 속에서 나는 직접적이고 강렬한 생명력을 느끼고, 나 혼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내가 느낀 것을 공유 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작가는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모든 것들이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분출하는 비가시적인 현상들을 수목구조(산호)와 물고기의 형상들로 대체하고 집적시켜 세계의 유기적 형상을 구성하였다. 수목구조는 우주의 구조 또는 자연의 구조를 표현한 것이며, 물고기는 자연의 모든 무기물과 유기물들의 생명성을 상징한다. 그러한 유기적 형상은 인위적으로 구성된 자연과 세계의 모습이 아니라 실제적인 우리의 삶의 과정에서 대자연과의 만남의 순간에 발생하는 에너지와 사건들이고 할 수 있다.

정주연_흐름–점_스테인리스 스틸_60×40×40cm

다음으로 작가의 제작방식은 열을 가하지 않는 단조(鍛造)로서, 평면의 물고기 원형에 직접적인 단조를 통해 물고기의 볼륨과 움직임을 구현해 낸다. 오직 모로 위에서 망치로 두드려 펴서 늘리고, 이때 발생하는 마찰열과 힘을 이용해 물고기의 형상을 잡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망치와 스텐리스 스틸 판이 부딪힌 노동의 흔적들은 비늘이 되고 생명의 결들이 된다. 스텐리스 스틸 판을 반복적으로 두드려 형태를 구성하는 지난(至難)한 작업과정, 오로지 망치와 원형 판이 부딪히며 내는 열로 작품의 형상을 구체화시키는 제작과정은 창조적 의지의 노동 그 자체이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축적된 망치의 흔적은 생명력을 지닌 것들의 역동적인 힘을 방사하고 작품의 서사성을 극대화시키듯, 작품의 깊게 패인 쇠망치의 흔적은 작품의 내재적 힘을 강화시키며 작가 자신의 조형에 대한 의지를 확인시켜주는 작용을 한다. ● 이러한 노동 집약적인, 작가의 흔적을 가감없이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적 성향은 작가의 소멸과 연극성 또는 서사성의 제거처럼 자신의 흔적들을 철저히 지워내는 행위가 아니다. 오랜 시간의 과정, 노동의 과정인 오로지 두드리고 또 두드린 표면의 흔적과 스텐리스 스틸의 고유한 물성을 드러내기 위한 연마의 흔적은 물성과 작가를 동시에 현존하게 한다. 작품제작의 시간과 인내의 전 과정을 고스란히 작품에 새겨 넣음으로써 유려하지만 메마르고 차가운 감성과는 다른 투박하면서도 물성에 깊게 스며드는 오래된 향수(nostalgia)를 불러일으킨다. ■ 황찬연

정주연_흐름–휨_스테인리스 스틸_60×53×55cm

Habitus and inherence of works of art The thesis of the work of artist, Turkan Shin is about the modern man's alienation phenomenon due to excessive violence of the modern language and imagery. ● He shows especially how one is alienated from others and even from himself through the absolute authority of text and imagery. ● In the artist's view, absolute authority of text and absolute authority of imagery signifies our society's customary rule or inherent law which is connected directly and indirectly. This was defined as (Habitus) by Bourdieu and it sums up how the members of the society think, their emotional structure and their behavioral pattern. If we name it Habitus in the name of art, it will mean inherent law of art and the minimum regulation frame of art. This, in the end, is sealed in each performer by art education and becomes a precondition to an inherent rule through not only practical coordinates but also coordinates put into practice. ● This inherent rule plays an important role in the interpretation of artworks. By providing a single code to the members of the society, it enables interpretation and guarantees from common sense to universality. However the artist's point of criticism lies at the point of encoding of the codes. In other words artist wants to convey the message through symbolization of symbols, text created though text to form absolute text and show absolute truth of doxa' s authority. These characteristics are compared to a "Dead flower" by Jacques Derrida. This dead flower is the brilliant flower of truth and stops Art from being interpreted metaphorically and destroys continuity of the metaphor process. Furthermore, it destroys immanence of Art. The artist formulates them into figures that bleed forced social irregularities such as「destruction」, figures shedding false tears such as「uneasiness」and figures such as「lotus feet」. Bleeding, false tears and lotus feet are rebellion against social customs oppression and at the same time have a dual meaning of submissiveness. The artist reveals social contradiction by portraying images that are scared of being excluded from absolute authority thus show submissive behavior and as a result acknowledge its submissive behavior as it's true self. One of the problems in our generation is blindly following other people's opinions. Without reasoning and without consideration people show immediate responses. These immediate responses maintain exaggerated phenomenon. In the end you stand on the edge of the precipice producing repeatedly continued oppressed reality that has been pushed onward by pain that passes beyond the critical point. In the end wrapping oneself not with judgment and behavior for oneself but with judgment and behavior formed by social society's eyes. In the end, negation of these contradictions is shown by「P.S. (destruction)」, a crying figure, with a stone in his mouth, that just tore out from the last page of the book. By destroying the text, the artist moves to previous meta-language, from language listing to language unlisting and regression of the physical experience outside the text. This is an important behavioral practice that shows immanence of the work of art for the artist. In this context, the work of art's immanence is related to the 'Paradoxa' concept and can be interpreted as going against social convention and common sense or creating a new way of life while looking bidirectional. This is where the work of the artist stands and the message the artist leaves through his work is that there is a necessity of level-headed social awareness and critical attitudes. ● The artist hopes that his work is a place of reasoning and can act as coordinates in life, breaking away from modern special rules and regulations and from blindly following the opinions of other people in pursuit of a particular goal. ■ C. onlypearl

Vol.20120718i | 낯설지 않은 공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