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묵 黑黙

김성민展 / KIMSUNGMIN / 金成珉 / painting   2012_0710 ▶ 2012_0719

김성민_늘어지는 생각_캔버스에 흑연_125×125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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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710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금~일요일_10:30am~08:30pm

광주신세계갤러리 GWANGJU SHINSEGAE GALLERY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49-1번지 신세계백화점 1층 Tel. +82.62.360.1630 department.shinsegae.com

흑묵(黑黙) 이야기 ● 80년대 군대 생활을 해본 남자들은 누구나 페치카(Pechka)에 대해 알 것이다. 페치카는 러시아의 벽돌조적으로 된 벽난로를 이르는 말로 군대에서는 장병들이 생활하는 내무반의 재래식 난방 방식을 의미하였다. 나는 군대시절 난방병 일명 '빼당'으로 겨울을 보냈다. 아침저녁으로 하루에 2번 탄가루를 개어 아궁이에 넣었는데, 이를 한해에 7개월씩 2년 동안 담당하였다. 군생활의 절반 이상을 '빼당'으로 생활하였다면 흑연과의 인연을 쉽게 상상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민_무거운 생각_캔버스에 흑연_91×65cm_2012
김성민_짐이 된 생각_테라코타에 흑연_70×40×35cm_2012

그 당시 '빼당'으로 흑연을 만지면서 지겨움과 힘든 점도 많았지만 또 다른 기억들도 남아있다. 분탄창고는 온통 새까만 암흑과 같은 공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을 들어설 때면 20대 청년의 격정은 사라지고 포근함과 안정감과 같은 묘한 편안함이 이곳에 있었다. 난방을 위해 물과 흑연을 적당히 배합하여 질벅한 덩어리를 만들고 있노라면 도공이 흙 반죽을 개는 모습이나, 조각가가 흙을 주무르는 모습들을 떠올리며 난방재료로써 흑연이 아닌 또 다른 물성으로서의 흑연을 생각하곤 했었다.

김성민_묵직한 생각_캔버스에 흑연_73×61cm_2012
김성민_텅 빈 머리_캔버스에 흑연_73×61cm_2012

그때의 기억들과 함께 2004년에 시작된 흑연작업은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조금씩 체계를 잡아가는 중이다. 지난해 전시와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흑연, 아교, 물을 배합하는 농도의 차이에 따라 다양해지는 재료적 특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그동안 평면에만 그쳤던 작업이 부조로 이어질 수 있었고, 나아가 입체로 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 광물질인 흑연은 외부의 자극에 의해 예상치 못한 특성도 들어냈다. 어떤 물질로 표면을 문지르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광택을 보여주었다. 이는 흑연이 지니는 단색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좀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변화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김성민_어두운 생각_캔버스에 흑연_45×53cm_2012
김성민_긴 생각_캔버스에 흑연_73×53cm_2009

지금까지의 작업을 통해 내가 보여 주고자 했던 주제의식이나 이야기 구조는 변함이 없다. 다만 근자에 흑연을 다루면서 재료적 측면에서 표현 방법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을 뿐이다. 이번 전시 또한 기존에 꾸준히 다뤄왔던 소외와 우울, 불안, 고뇌 등 인간의 실존적 문제를 인체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무수한 경험과 현상 속에 겪게 되는 삶의 질곡을 어둡고 묵시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려는 것이다. 결국 명제 '흑묵(黑黙)'은 우리들이 짊어지고 가야하는 희망이 없는 절망의 굴레를 의미한다. 힘겨움은 끝없는 침묵 속으로 우리를 떨어뜨리고 막연한 미래는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알 수가 없다. 삶은 견딜 수 없는 무거움의 연속이며 지속적으로 우리들이 안고 살아가면서 풀어야할 숙제 일지도 모른다. ● 주제가 다소 무겁고 염세적으로 전달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든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는 개인적으로 느끼는 우리의 삶의 방식과 모습을 여과 없이 표현함으로써, 이를 통해 제기된 사회적 관심과 사랑이 우리네 삶의 생채기를 조금씩 치유할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 김성민

Vol.20120710a | 김성민展 / KIMSUNGMIN / 金成珉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