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yme

이현지展 / LEEHYUNJI / 李炫知 / painting.video   2012_0706 ▶ 2012_0719 / 월요일 휴관

이현지_drawing 드로잉_패널에 무늬목, 연필_30×30cm_201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8: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눈 ALTERNATIVE SPACE NOON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 82-6 Tel. +82.31.244.4519 www.galleryartnet.com

이현지-공간 속에 부재하는 것들 ● 공간은 단지 물리적인 실체로서 자리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 공간은 누군가의 육체와 의식이 거주하는 곳이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무수한 시간의 층과 그 시간을 살아냈던 이들의 살내음이 누적되어 말라붙은 곳이다. 그래서 공간은 추억과 회상을 불러일으킨다. 공간은 말하자면 향수의 근원이다. 이현지는 자신의 작업이란 그에게 의미 있었던 특정 공간, 장소와 그 장소에 대한 의식 사이에서 생기는 어떤 간극과 층들이 서로 전복되어 뒤섞이는 현상들의 은유적 표현이라고 한다. "장소와 나 사이의 상호적 영향에 따른 개인적 의식 공간의 확장"에 대한 얘기란다. 좀 간추려 말한다면 특정 장소에 대한 여러 기억과 감회를 표현하는 것이리라. 단 그 표현은 그만의 시각언어로 이미지화하는 일이다. ● 우리는 특정 공간에서 삶을 영위한다. 따라서 인간의 육체와 의식은 그 공간을 전제로 한다. 공간이 없다면 몸에 대한 감각과 그 몸이 이루어나가는 특정 행동양태나 의식의 흐름도 불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자연에서 살아가던 이들과 도시에서의 삶은 다르다. 도시는 분절되고 폐쇄된 각각의 방, 공간이 삶을 전제한다. 그 공간이 행동을 유도하고 마음과 감각의 흐름을 절취한다. 밀폐되고 고립된 방이자 은밀하고 사적인 공간 속에서 경험했던 것들이 생애를 지도화 한다. 그러니 우리는 특정 공간을 떠올리면 그 공간에서의 삶의 기억이 부감되고 그 공간에서 함께 했던 이들이나 그 공간에서 느꼈던 여러 감정의 흐름이 유출된다. 따라서 공간은 지나간 시간과 기억의 여러 결들을 차곡차곡 모아두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비가시적인 것들이다. 이현지는 바로 그것을 표현하고자 한다. 결국 부재하는 것의 시각화를 도모한다. 부재를 인식하는 것은 존재를 향한 어떤 욕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사실 미술은 부재하는 것의 표상화에 다름아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부재와 현존이 교차하며 낯섦과 익숙함이 몸을 섞는 그 공간에 대한 여러 감회를 상징적인 기호와 물질을 빌어 드러낸다. 공간에 대한 기억의 이미지화!

이현지_drawing 드로잉_나무에 연필, 과슈_26×18cm_2012

자신이 살고 있는 방이나 경험했던 특정 공간을 떠올리는 작가는 그 공간이 발산하는 모종의 에너지에 주목한다. 공간에는 보이지 않는 힘들이 몰려다닌다. 이전의 것들이 순간 떠오르다가 사라지고 어른거리기도 한다. 하여 작가는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여러 잔상을 추적한다. 공간은 비어있고 침묵하지만 그러나 공간은 무수한 기억의 잔상을 남기고 지나간 시간의 흐름을 안겨준다. 그것을 어떻게 시각화하느냐가 이 작가의 관심이다. 침묵과 부재하는 공간이 간직하고 있는 것들을 호명한다. 내면적인 환영들의 형상화! ● 그로인해 공간은 다시 환생한다. 새롭게 구축된 공간, 공간의 이미지화는 단지 물리적인 입방체나 건축적인 현상의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공간은 육체와 기억, 시간을 저장하는 공간이자 용기이며 그 공간을 보는 이들에게 많은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이기에 그런 공간의 아우라를 표현하고자 했고 그렇게 해서 태어난 공간은 또 다른 삶을 산다.

이현지_drawing 드로잉_나무에 연필, 과슈_18×26cm_2012

작가는 나무 판넬에 얇은 나무껍질, 실제 무늬목을 콜라주하고 금속물질을 얹혀놓았다. 그것은 빛나는 선으로 공간을 횡단하고 가로질러간다. 빠르고 찰나적인 느낌을 결정적으로, 시각화한다. 기하학적 선들이 얼핏 특정 방의 구조를 떠올려주고 무늬목은 생생하게 바닥을 체감시킨다. 그 위로 당구공 같은 단호한 원이 부유한다. 아마도 그 장소에 있었던 존재의 은유인 듯 하다. 암시적인 얼굴이자 익명의 존재 혹은 희박해진 누군가의 육체일 것이다. 서로 다른 색상을 지닌 원은 행성처럼 떠돌고 어떤 것은 물감의 힘에 누출되어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이 끈적한 질료의 질감은 공간에 달라붙은 추억의 힘일까? ● 평면에 부착되어 이루어진 이 콜라주기법은 여러 기억이나 생각이 얽혀있는 의식의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 동원된 듯 하다. 그러니까 다양한 사물과 형태들이 조합되어 공간을 이루는 장면의 시각화다. 콜라주된 실제 오브제들은 그림처럼 표면에 서식하며 그 위로 자리한 추상적 기호들은 평면에서 이탈되어 부유하는 듯한 공간감을 안기면서 그 평면성을 위반하는 깊이를 슬쩍 안긴다.

이현지_drawing 드로잉_나무에 연필, 과슈_18×26cm_2012

작가는 말하기를 자신이 다루는 재료들은 자신의 집과 작업실,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는 것들이고 그곳에서 수집된 물질, 오브제이다. 그렇게 수집된 여러 요소들이 다시 평면에 재구축되어 공간을 가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그림이라기보다는 평면에 얹혀진 부조의 느낌을 강하게 안긴다. 동시에 오브제와 회화, 실제와 추상, 선과 원 등 이원적인 곳들이 공존하는 형국을 연출하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특정 공간에 암시적인 이미지를 안기고 정적인 물성 안에 시간의 흐름을 올려놓는다. 그렇게 해서 공간을 풍경화로 다룬 작업이 나왔다. 그 풍경은 구체적인 공간이자 동시에 가상의 공간이다. 물질적 공간과 심리적 공간이 충돌했기에 그렇다. 앞서 언급했듯이 작가는 특정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과거의 시간이 떠오르고 아울러 현재의 시간이 충돌하는 체험을 했다고 한다. 작가의 작업은 그러한 잔상의 환생이다. 구체적인 공간에서, 실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 그러나 분명히 인지되고 떠오르는 것들을 공존시키고 그것들을 기시화하려는 시도가 작가의 작업인 셈이다. 생각해보면 예술은 현실과 가상의 그 사이에서 생을 사는 존재다. 그런데 인간이야말로 그 사이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아닌가?

이현지_form of oblivion 망각의 형태_패널에 혼합매체_91×122cm_2012

작가는 대안공간 눈이란 전시공간을 소재로 해서 작업을 구상했다. 원래 이 집은 갤러리 대표의 부친이 45년 전에 직접 지은 건축물이란다. 그동안 최대 일곱 가구가 살았던 집이고 그동안 여러 차례 손을 보고 비어있기도 했다고 한다. 작가는 이「눈」이란 전시공간을 감싸고 있는 시간의 궤적을 떠올려 '지나간 시간이 머물렀던 장소'를 재해석하고자 한다. 이는 이전의 작업과 동일한 맥락에서 기능한다. 오브제 회화와 드로잉, 그리고 영상이 선보인다. 영상은 환각적인, 몽환적인 이미지를 안긴다. 그것은 선회하고 유동적이며 액체성으로 흐른다. 분산과 이동, 퍼짐과 파장이 있고 빛이 있으며 나선형으로 어디론가 이동하고 거슬러 올라간다. 그것은 아마도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은유이자 역으로, 기억으로 줄달음질치는 시간의 흐름도 보여준다. 결국 작가는 특정 공간에서 파생한 자신의 의식과 경험을 이야기한다. 그 부재하는 것의 현존을 시도한다. 사라지려는 것들을 안타깝게 호명한다. 부재하는 것을 힘겹게 시각화하려 한다. 아마도 작가는 모든 소멸하는 것에 대한 향수와 애도를 간직하면서 시간에 저항하고 있는 것 같다. ■ 박영택

이현지_climb up 오르기_영상_00:39:00_2012

Abyme (abim)이란 불어로 깊은 구렁, 심연, 또는 무한, 극치라는 뜻으로서, 'mise en abyme' (액자구조)이라는 용어로 한 작품 안에 또 하나의 작품을 집어넣는 예술적 기법을 일컫는데, 나는 현재의 시공간과 그렇지 않은 것과의 경계, 삶과 죽음, 영원 또는 현실과 허구의 매개로서의 '문지방' 역할을 하는 장치로서 연구하고자 한다. ● 장소와 의식 사이에서 느끼는 어떤 부재ㅡ 간극에서 불러 일으키는, 일상적인 것에서의 낯섦에 대한 작업들이었다. 장소와 나 사이의 상호적 영향에 따른 의식 공간의 확장에 대한 것이었는데, 주로 방이나 내부 공간의 형태로 나타난다. 과거에서 현재로 시간이 지나고, 사라졌던 것들이 다시 나타나면서 잔상들이 혼재되거나 변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을 묘사하려 하였다. ■ 이현지

Vol.20120706j | 이현지展 / LEEHYUNJI / 李炫知 / painting.video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