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629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이유진갤러리 LEE EUGEAN GALLERY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7길 17(청담동 116-7번지) Tel. +82.(0)2.542.4964 www.leeeugeangallery.com
삼십 대 후반의 동갑내기 작가 노상준과 이준형의 전시가 2012년 7월 6일(금)부터 7월 28일(토)까지 청담동 유진갤러리에서 열린다. 영국 유학 중 교류하게 된 두 작가는 2008년 귀국 후 갤러리 팩토리에서 첫 이인전을 선보인 뒤 지금까지 총 네 차례의 전시를 같이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이인전이 매번 공통의 관심사에서 출발한 특정 주제와 긴밀한 협의를 바탕으로 하는 공동작업의 형태일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해이다. 작년 한남동 재개발 구역에서의 작은 설치전을 제외하고,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주제나 관심사에 집중하되 전시 디스플레이를 통해 그 결과물들의 유사성과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을 택해왔다. 이 둘에게 있어 이인전이란 주도면밀하게 의도된 공동의 영역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장이기보다는 설치과정에서 새롭게 맞닥뜨리는서로의 작품을 한 공간 속에 섞어봄으로써 각자 작업의 의미를 더욱 명확하게 하는 흥미로운 실험인 것이다.
유진갤러리에서의 이번 전시는 횟수로 다섯 번 째 이인전에 해당한다. 이준형은 유화의 물성을 이용해 흘리기 기법으로 완성된 추상 페인팅과 인물 페인팅을, 노상준은 박스 골판지를 해체하여 자유로운 상상 속 이미지를 구현하는 입체 작업들을 선보인다. 이번에도 역시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두 작업 사이의 공통점 또는 명확한 상관관계를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 둘의 이인전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할 지는 의외로, 그리고 단순하게도, 두 작가의 사사로운 관계에서 답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영국이란 낯선 땅에서 만나 새로운 것들을 함께 경험했던 기억과 대한민국의 삼십 대 후반 남자 작가들이 겪는 비슷한 입장과 경험들을 공유하는 그들에게는 일종의 동지의식 같은 것이 있다. 작업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작업방식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일이 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몸에 밴 그들이기에 이인전은 서로가 서로에게 잣대가 되어 현재 자신의 작업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해 보기도 하는 일종의 의례 같은 것일 수 있다.
이준형은 최근작에서 스포츠 선수의 찰나적 모습을 포착한 'Chapter 11' 시리즈나 여성의 격정적 표정 속에서 의미의 이중성을 찾는 'Made in heaven' 시리즈를 통해 대립되는 개념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과 그것을 기록하는 그만의 회화적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유화 물감이 흘러내린 우연한 물리적 흔적에서 출발해 점점 화면의 형식을 갖추어 나간 초기의 추상화를 일부 다시금 선보인다. 우연과 의도, 형식과 비형식의 충돌 사이에서 그는 내용이 형식에 역전 당하는 순간을 생생하게 경험하며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이 멍한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아마도 이 때부터 '이중성', '경계'라는 것들이 그에게 가장 중요한 예술적 화두가 되었던 듯 보인다. 이 후 화면에는 구체적인 사람의 형상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는 움직임과 정지, 쾌락과 고통 같은 대립적 개념들을 흐릿하게 만들며 그에 걸맞는 회화적 표현방법을 찾아 나갔다. 드로잉을 연상시키는 빠른 붓놀림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번짐과 흘러내림 등의 결과들은 형상의 구체성을 의도적으로 뭉개어버리며 관객들로 하여금 이것은 회화라는 자각만을 또렷하게 할 뿐이다. 이번 전시를 위한 그의 신작들은 뭉개어진 인물의 형상과 물감 자국, 붓의 흔적만이 남아 있는 두 캔버스를 나란히 병치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구상과 추상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으로 돌아가 결국 '회화란 무엇인가', '그린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의 사유적 태도를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한편 노상준은 그의 트래이드마크인 골판지로 만든 작은 종이 입체물들을 캔버스라는 형식과 결합시킨 신작들로 이번 전시를 구성하였다. 영국 유학시절, 한국으로부터 도착한 소포박스가 세상과의 유일한 통로였던 그는 박스종이를 자르고 찢고 조립하고 채색하여 조물조물 작은 입체물들을 만들기 시작했다고한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겠다는 계획이나 의지보다는 단순하게 작가가 좋아하거나, 만들고 싶거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수백 개의 작은 형상들이 탄생하였다. 이 작은 조각들은 그 자체로 개별적인 의미는 갖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작가가 상상하는 풍경이나 상황의 일부분이다. 갤러리 팩토리에서 이준형과 함께 선보인 'In my shoes'란 제목의 이인전에서나 최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이동유원지'라는 제목의 개인전에서 작가가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한 것은 대도시에 사는 개인의 고립된 상황에 대한 은유였다. 작가는 빠른 속도감으로 언제나 변화하고 있는 세상을 바라보며 그렇지 못한 개인들이 느끼는 소외감을 조감도적인 시점의 풍경을 통해 표현하였는데, '고립', '소외'와 같은 다소 어둡고 무거운 주제는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시각적 다채로움이나 재기 발랄함과 대비되어 아이러니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작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조금 더 가벼우면서 작가 특유의 소년적 감성이 빚어내는 자유로운 상상 속 이미지가 펼쳐진다. 주목할만한 새로운 시도이자 변신은 작은 입체물들을 사각형의 캔버스 형식과 결합시킨 것인데, 조각의 입체적인 특성상 보통 전시장 바닥이나 계단, 좌대 위에 놓여지곤 했던 그의 작업들이 이번엔 벽에 설치 된다. 페인팅한 캔버스 위에 조각을 얹거나 사각틀 위에 찢어진 골판지를 붙이고 채색하여 배경을 만든 뒤 조각물들을 배치하는 형식이다. 부조 느낌의 이 작품들은 멀리서 보았을 때에는 평범함 회화인 듯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조각의 입체적인 디테일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서 있는 자리와 보는 각도에 따라 마치 렌티큘러처럼 화면의 구성이 다르게 보이는 시각적 재미를 선사한다. ● 노상준과 이준형은 이변이 없는 한 매년 이러한 이인전 형태의 전시를 이어나갈 것이라 말한다. 그들의 작업은 계속 평행선을 달릴 수도, 어느 순간 한 지점에서 잠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이와 작가라는 직업적 공통점 외에는 언뜻 너무도 달라 보이는 두 사람의 이인전이 어떤 모습으로, 언제까지 이어져 갈지 자못 궁금하다. ■ 곽현정
Vol.20120706f | 이인전 異人展-노상준_이준형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