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irth

조정화_하종우展   2012_0704 ▶ 2012_0803 / 주말,공휴일 휴관

조정화_오드리 헵번-티파니에서 아침을_폴리코트에 채색_185×55×45cm_2009

초대일시 / 2012_0704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주말,공휴일 휴관

리나갤러리 LINA GALLERY 서울 강남구 논현동 229-26번지 해광빌딩 1층 Tel. +82.2.544.0286 www.linaart.co.kr

7월. 리나 갤러리에서 두 조각작가의 기획전을 마련하였다. 허구 속 이미지나 현실에 존재했던, 하지만 지금은 부재한 인물을 조각을 통해 재 탄생시키는 조정화 작가. 엘리자베스 테일러, 오드리 햅번, 황진이 는 조정화 작가의 대표적 이미지가 되었으며, 그만큼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들의 영화나 팜플렛 등, 2차원적인 이미지를 여러 번 보며 조정화 작가의 매의 눈과 마이더스의 손으로 입체물로, 그것도 생생하게 그 인물이 살아 돌아온 것 마냥 재해석해 조각한다. 조선시대 센세이션한 소재로 도화서에서 쫓겨나면서까지 인간의 욕망을 표현했던 신윤복의 작품을 재해석해 현대적인 느낌으로 표현한 하종우작가. 조선시대의 풍습이나 인간의 욕망을 시대의 분위기에 휘말리지 않고 과감하게 표현한 신윤복의 실재이미지를 동양적인 기법이 아닌,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거기에 섹시아이콘의 아바타를 투입해 신윤복의 이미지에 묘한 재미를 더해준 하종우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이 두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아티스트'가 표현할 수 있는 표현능력과 표현세계가 얼마나 넓고 다양할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마치, 그때 그 사람. 그 상황이 이 두 작가의 손에 의해 재 탄생해 우리 눈앞에 살아 숨쉬는 듯한 느낌을 받아『Rebirth』라는 타이틀로 한 달여간 전시가 진행된다. 이 두 작가는 우리의 기억 속의 인물을 꺼내어 주어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다. ■ 천미리

조정화_엘리자베스테일러_폴리코트에 채색_70×34.5×14.5cm_2008

조정화 ● 조정화가 만든 인간상은 조각이면서 회화이고 부조이면서 환조이기도 하다. 앞면과 뒷면이 납작하게 맞물려 직립하거나 벽/평면(밥상)에 기생하는 이 입체물은 어디선가 보았던 이미지들을 강하게 환기시킨다. 그것은 기억 속의 이미지들을 건드려주면서 부단히 참조하게 한다. 미술사 책자의 도판, 영화배우와 만화의 캐릭터, 광고 모델, 그리고 인터넷상으로 떠도는 다양한 이미지들을 불러 모아 현실 공간으로 호출하였다. 가상공간 속에 저당 잡힌 인물들이 마법에서 풀려나 우리 눈앞에 부정할 수 없이 자리했다. 스크린이나 대중매체의 지면에서 홀연 빠져나와 현실계에 존재하는 이 이미지는 실제와 가상 사이에서 흔들린다. ● 작가는 일상 속에 편재된 무수한 이미지, 인물상들을 채집하고 이를 재현한다. 실재하는 모델의 육체나 허구 속 이미지들을 다시 복제, 재현한 이미지다. 이미지를 다시 이미지화 하고 있는, 이미지의 재이미지이자 이미지의 복제인 셈이다. 그것은 실제이면서 허구이고 욕망이면서 환상이다. 보기만 하고 만질 수 없는 것들을 감촉시키고 가상 속에서만 자리했던 것들을 실제화하고 있다. 사실 모든 이미지는 결국 부재하는 것을 눈앞에 현존시키고자 했었던 강렬한 욕망의 소산이다. 이미지는 실제이자 동시에 허구이고 허구이면서도 실제를 끊임없이 상기시켜주는 마술과도 같은 것이다. 모든 사물, 인간의 일회적 성격을 극복하려는 이미지의 어원은 매직이다. 그리고 모든 조각적 재현은 당대 우상들의 몸이었다. 고대인들이 갈망했던 육체와 신과 동물의 몸, 종교적 우상물이 그렇다면 동시대인들이 우상은 대중문화를 통해 제공된 스타들의 몸일 것이다. 자본화된 관능과 매혹, 완벽한 육체에의 동경, 시간과 질병이 스며들지 않는 영원히 신선한 몸, 성적 매력과 완벽한 외모를 지닌 몸이 오늘날 우리시대의 우상, 종교다. 나아가 광고와 만화, 애니메이션 속의 도상들 역시 그렇다. 그런가하면 미술사 속의 여인상 역시 작가의 개인적 관심 속에 지속되어 재현되는 우상의 또 다른 예다.

조정화_마릴린먼로-Winter_폴리코트에 채색_68×50×18cm_2009
조정화_황진이_폴리코트에 채색_73×42×15cm_2008

조정화의 인물상은 개인적 욕구와 관심에서 우선적으로 출발한다. 작가 자신이 동경하는 아름다운 여성, 매력적인 몸들이자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들의 육체가 입체로 출현한 것이다. 그들은 본래의 맥락에서 이탈해 독립적으로 호명되어 공간 속에 평면으로, 선으로 자리하고 있다. 구체적인 현실 공간에 침묵으로 서있다. 폴리코트 위에 채색을 더해 만든 이 상은 이른바 직립하는 부조회화다. 단면으로 자리한 이 회화조각은 정교한 묘사와 채색에 힘입어 사실성을 강조한다. 극사실에 가깝게 실재하는 모델을 닮은 형상들은 조각적 모방의 오랜 전통을 떠올려주는 한편 결국은 허구의 상이라는 사실, 동시에 평면의 공간에서 존재하는 볼륨을 지닌 이미지란 사실들과 충돌한다. 작가는 평면이미지를 보면서 그것을 늘상 입체로 상상해보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당연히 조각가는 모든 것을 입체적으로, 공간적으로 환원하는 상상력을 지니는 존재다. 평면이 회화의 존재조건이라면 3차원의 공간은 조각의 절대적인 조건이다. 회화란 피부위에 질료들이 구축되어 서식하는 장이라면 조각은 물질들이 자립하는 영역이다. 그것은 단지 망막에 호소하는 세계가 아니라 촉각적이고 물리적인 세계이자 중력의 법칙을 생의 조건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조정화는 조각과 회화를 섞어버리고 그 경계를 무화시키고자 한다. 그림 같은 조각, 조각 같은 그림이기도 하고 조각의 존재론적 조건을 적극적인 회화적 영역으로 전환시킨 형국이다. 조각이란 일정한 무게감을 지닌 덩어리가 특정한 공간을 차지하면서 실제하는 입체이자 무엇보다도 중력의 법칙을 받고 있는 구체적인 사물이라는 인식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것은 납작하고(저부조) 칼라링과 묘사로 인해 회화로 다가오면서 조각적 재료가 지닌 본래의 물질성이나 질료성을 지워나갔다. 거의 부피를 갖지 않고 약간의 높낮이를 지닌 이 이미지는 회화와 조각, 그 어딘가에서 부유하는 듯 하다. 그 모두에서 혹은 그 어디에도 속하기 어려운 그런 공황적인 경계를 보여준다. ■ 박영택

하종우_2011 Funny Imagination-端午風情 단오풍정_합성수지에 우레탄, 에나멜 페인트_90×122cm_2011
하종우_2011 Funny Imagination-酒肆擧盃 주사거배_합성수지에 우레탄, 에나멜 페인트_76×122cm_2011

하종우 ● 인간은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사회가 회의적일수록 그 '질문'은 더 적극적이 된다. 작가 하종우 역시,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그 욕망이 과거의 욕망과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과거의 그림을 변용-복제-변용-복제의 과정을 통해 시뮬라르크 놀이를 하고 있다. ● 영화 아바타에서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는 인간의 판도라 행성 자원 탐사 프로그램의 일부인 나비족 아바타를 통해 현실에서는 불가능했던 육체적 자유와 새로운 세계(나비족)와의 교감을 갖게 된다. 작가 하종우의 아바타 또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혹은 어려운 욕망이라는 이름의 '질문'을 비현실적 세계에서 자신의 분신이 되어 가상의 세계에 대해 욕망을 표출하고 질문을 던지는 가상의 인격이다. ● 그는 18세기 조선시대의 화가 신윤복의 그림을 그의 시뮬라르크 유희의 대상으로 점찍었다. 신윤복이 만들어낸 독특한 화풍과 날카로운 풍자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소재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그는 신윤복 회화에 자신의 아바타를 투입해 현대 사회가 생성해낸 욕망을 과거의 욕망과 조우시키는 변용을 시도한다. 작가는 이러한 조우를 데페이즈망 (Depaysement)이라고 했다. 하종우의 데페이즈망은 마그리트의 그것과는 불러일으키는 심상이 꽤나 다른 종류의 것이다. 필자는 하종우의 데페이즈망을 서로 다른 가치관의 충돌이 일으키는 '쾌(즐거움)'라고 말하고 싶다.

하종우_2011 Funny Imagination-舟遊淸江 주유청강_합성수지에 우레탄, 에나멜 페인트_122×180cm_2011
하종우_Funny Imagination-春畵 춘화_합성수지에 우레탄, 에나멜 페인트_86×83cm_2012

표현의 '쾌(유쾌)'는 우리의 시선이 고정된 표현된 이미지가 당장의 우리의 반응을 조정함으로써 특정한 관념이나 사유를 우리의 마음속에 계속 불러일으키는 그러한 감정과 관련되어있다. 그의 작품 단오풍정 외 이번 개인전의 작품들은 모두 금발의 육감적인 여성이 비키니 환조로 등장해서 조선시대 풍자의 대상들을 낚시질 하거나, 도발적 몸짓으로 그들의 시선을 즐긴다. 두 가지 동떨어진 시대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캐릭터들이 참으로 기대치 못한 방식으로 얽혀 생성해내는 암시들이 (혹은 욕망, 아니면 사회에 대한 '질문') 작품에서 눈을 떼고서도 한참이나 망막을 자극하거나 머릿속에 아른거린다. 참으로 '쾌'하다. ● 작가 하종우는 신윤복의 작품을 패러디해서 작가의 아바타와 만나게 한 후 그의 작품에 담겨있는 그 시대 사람들의 욕구와 욕망들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해석해 보는 것을 이번 전시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작가가 해석한 그 시대의 욕망은 신윤복의 작품이 변용-복제-변용-복제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 시대의 욕망이 되어버렸다. 어느새 작가는 시뮬라르크 놀이에 빠져 자신의 아바타를 대동하고 새로운 '쾌'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이제 그 해석은 작가의 유희에 놀란 관람자들이 풀어야할 퍼즐이 되어버린 것이다. ■ 조소영

Vol.20120704k | Rebirth-조정화_하종우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