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704_수요일_05:00pm
후원/협찬/주최/기획 / 경기조형학회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일,공휴일_10:30am~06:00pm
인사갤러리 더 베이스먼트 INSA GALLERY THE BASEMENT 서울 종로구 관훈동 29-23번지 Tel. +82.2.735.2655~6 www.insagallery.net
집적과 중첩의 망 ● 그는 일반적으로 단단하다 인식되는 금속성의 소재를 가열하고 두드리며, 자신의 의지에 의해 유연함과 유동적인 질료적 특성을 부여받게 되는 소재에 마법과도 같은 매력을 느낀다. 이는 한 소재를 오랜 시간 다루어 본 사람이라면 체험할 수 있는 질료적 반전의 묘미를 의미한다. 또한 이것은 장시간의 지속적 노동과 일관된 자세를 요구하는데, 종종 덜 의식적이란 오해를 산다. 하지만 그의 작업 프로세스에서 요구되는 성실함으로 인해 의무감으로 작업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종의 관찰자로서 사물들 사이에서 유랑하듯 자신의 센서에 포착된 환경에 복잡한 현상들을 단지 기록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행적을 몸소 따라간다. 자신 스스로 'worker'라 불리길 원하는 작가는 환경에서 받아들인 형상들의 패턴들을 파악하고 분석하여 어떠한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먼저 실행하고 시도하여 얻어진 수많은 패턴들로 작업의 원천을 삼기 때문에 모티브가 된 현실의 사실적 형상들과는 무관한 방향으로 전개되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의 대다수 작품들에서 보이는 편집증과 같은 완결성은 무엇이든 끝맺음을 갖고자하는 작가의 성격에서 기인한 것이다. ● 그의 반복된 노동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것들에 대한 경외감을 내포하는 듯하다. 하나하나의 개별적인 것에 대한 존중의 의미인 듯이 그 추적 작업에 기꺼이 정밀하고 반복적인 육체적 수고스러움을 투자한다. 어쩌면 식물이나 단백질 세포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성장 프로세스가 이와 같이 고되고 반복되리라. 씨앗에서 발아한 식물이 그 자신의 근원지에서 위로는 중력과 반하고, 아래로는 압력에 대항하며, 하나하나의 촉수들이 현실에 빈틈을 파고들 듯 각각의 줄기들이 뻗어나가며 얽혀진다. 때론 갈라지고, 때론 서로 만나며 에너지의 결과물로서 '망(網)'을 형성한다. ● 그는 공간에 즉흥적으로 순간순간의 과정들을 선택하고 통제하며 드로잉을 하는 조각가이며, 단순히 공간에 입체적인 선(線)들을 연속적으로 그어 나가는 것 뿐 만아니라 개체들의 확대와 확장이 최종적으로 나타나는 주변사물과도 같이 현실에 실재하는 작가의 표상을 드러낸다. 특히 이번전시에서 보여주는 작업들은 이전 작업들에서 보다도 더욱 특유의 조형 프로세스에 집중하는 듯하다. 이전까지 작가는 그의 작업방법에 대한 확신을 확인하는 과정에 충실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그 작업 형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궁극적 형태들을 연출해 보여준다. ● 여기서 몇 개의 작업에 대해 살펴보자면, 01_cracked_130×80×5cm 2pcs._stainless steel - 이전에 일종의 성장 프로세스로서 잎맥이나 뿌리들의 '엮어나가기'였다면, 이번 작품「cracked」에서는 유리의 깨진 틈이, 즉 '無'가 형태를 이루며 전개되는 양상으로 표현되었다. 다시 말해 꽉 찬 투명한 유리판에 갑작스럽게 출현한 균열은 물체의 없는 부분인 틈으로 시야를 방해해, 그 존재를 드러낸다. 이전까지 그의 작업에서 주 관심대상이(잎맥, 뿌리, 가지 등) 형상으로 드러나면서 전체적 조형성을 주도했다면, 구성방식은 이전까지와 같지만 전체적 조형성을 주도하는 주체는 본질적으로 판이한 역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역전은 작가의 평범하고 고요한 주변 환경에서 일어난 일대 사건(원인 모르게 차유리가 깨진)이란 작가의 말에 수긍하게 한다. (2011년 모임 16시 도록 에필로그에서 본인의 글 발췌)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또 한 번의 변화를 주어 원래에 부가된 반영을 동시적으로 병치하였다.
02_wave_100×200×8cm_copper wire, stainless steel - 물결의 이미지를 작가의 방식으로 구조화한「wave」는 흥미롭게도 수면의 이미지가 일종의 어떤 실체에 대한 샘플과도 같이 특정한 포맷과 부피가 부여 됐다. 본래 작가로부터 직조된 면이 스스로 그 구조로 인해 지탱하는 견고성을 지니길 의도했다 해도, 선이나 표면이 빛의 반사로 이루어지는 시각적 이미지의 한계를 넘어 제 나름의 무게와 구조, 부피를 가진다는 것은 고정된 인식작용에 커다란 반전을 불러일으킨다.
03_cell_105×105×105cm_stainless steel - 무수한 선들의 조직이 하나의 세포를 이루는 개체에 대한 다층적 밀도는 작가의 작업을 대표적으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인위적 그 무엇이 생명체의 성실함을 흉내 낼 수 있다면, 아마도 이 하나의 세포가 아닐까? 보이기에 겹겹의 구체는 작가가 받아들이는 개체에 대한 복잡한 심경내지 경외감을 드러낸 것처럼 보인다.
04_slit_48×13×103cm_stainless steel - 솔직히 이 작업의 제목을 보지 못했다면, 수많은 이세상의 또 하나의 작품이란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사전적으로'가느다랗게 베다'란 의미는 일반적으로 어떤 사물에 틈을 만든다는 의미이다.「cracked」와 같이 이 작업에서는 역으로 무엇인가가 더해져 있다. 이것은 앤디 워홀의(대량생산품과 판화작업들에서) 오리지널의 파괴 개념처럼 반전이 있다. 무엇을 제거하면, 동시적으로 그 공백은 두드러지고, 더욱 큰 존재감으로 드러난다. 작가는 틈에 대한 존재감을 실제적인 사물로서 파악하는 능력이 있는 듯하다.
05_rolled_127×257×63cm_stainless steel - 망을 이룬 조직들의 밀도가 자신을 말아 올려 스스로의 형태를 지탱하게 한다. 개체들의 망이 집적되고 중첩되는 고유의 양상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이는 개체들의 고도로 집적된 에너지가 자연적으로 드러난 형태들(회오리바람이나 소용돌이 등)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 그의 작업 전반에서 집적과 중첩의 이미지들이 작업의 밀도를 더하며, 다양한 유형을 보여준다. 이것은 작가가 발견한 어떤 실체에 대한 사유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능한 유형들을 분석하는 진지한 탐구과정이다. 허나, 한 단계 진보를 위한 다양한 시도에는 작가의 작업 프로세스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복적 작업을 생략해보는 과감함도 필요하지 않을까? 미완도 허용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보다 폭넓고 다양한 작가의 표현체계에 풍요로움을 더할 수 있지 않을까? 각성이나 환기를 위해 때론 가슴을 생략하거나, 머리를 잘라내야 할 때도 있다. 대상에 대한 표현의지가 집착이 되는 것을 경계하기위해, 또는 작업에서 탄탄한 체계를 구성하려는 의욕과 짜임새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이 현실안주로 변질되지 않도록 확인하는 장치들을 고안하는 작업 또한 작가의 업이므로, 끊임없이 현실에서 자신의 한계를 실험하고 확인하는 과정도 중요한 작업의 요소일 것이다. (20120626) ■ 김태진
Vol.20120704j | 최규문展 / CHOEGYUMUN / 崔奎文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