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704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토_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에뽀끄 GALLERY EPOQUE 서울 종로구 재동 38-1번지 B1 Tel. +82.2.747.2075 www.galleryepoque.com
사물에 비친 나(我)를 ● 최현희가 수집한 사물은 모여 탑 모양을 이룬다. 화면 중앙에 자리잡고 앉아 물체들이 바닥을 붙이고 곧추 서 있는 모습은 초상화에서 사람이 위치한 자리와 비슷하다. 쌓는다는 행위는 작가에게 물체만 쌓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쌓여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아래에서 위로 올라온 물체들은 시간 더미를 이룬다. 궤적이라는 말이 있다. 시간을 쌓는다. 시간을 쌓아 눈으로 보여준다. 이것들은 관념적 시간을 시각화한 것으로 기억에 대한 퇴적물이다. 그 기억 덩어리로 정물을 그렸지만 자신의 감정을 물체들에 담아 자화상을 만들었다.
작가가 수집한 물건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이다. 그 물건들은 정갈하게 쌓여 있다. 마구잡이로 쌓여 있는 것 같지만 들여다 보면 물체들은 조용하다. 반항하거나 소리 지르지 않는다. 마치 시간 순서를 기다리듯 다소곳이 서 있다. 그림에 나타난 물체들은 개인적인 의미를 담은 기호들이다. 주로 자유에 대한 동경을 나타낸다.
이번 전시에 나타난 『Collection of the Mind』(2012)에서는 물체들과 그림자 사이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물체들은 중력을 잃은 듯 혹은 차원이 다른 듯 쌓여 있다. 기존 작업들과 달리 쌓여 있는 형태도 다르고 벽에 마치 파고 들어갈 듯 붙어 있다. 그러나 더 이상 불완전한 그림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작가는 화면에 자신을 밀착시키고 더욱더 굳세게 나아간다. 이 그림의 결론은 현재 탈출이다. 현재 상황에 힘들어 하고 자유로이 작업하고픈 작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지만 누구도 그의 외침을 듣는 것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 스스로 그러한 불평이나 비명을 지르는 것에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힘들 때면 마음 속에서 외치던 최현희는 자기중심적언어(ego-centric speech)라는 말에 대해 언급했다.
피아제(Jean Piaget)는 유아가 자기중심 언어에서 성장하여 사회인지적 언어로 변화한다고 말한다. 정확한 맥락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최현희는 자기중심적 언어에서 벗어나 사회와 소통을 적극적으로 시작한 셈이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그가 더욱 나아가고자 한다. 현실과 이상을 일치시켜가며 한층 신나는 행보를 준비한다. 재미있고 좋은 작품을 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오롯이 드러내는 솔직한 작업을 하는 것은 더 어렵다. 그가 기존에 속내를 드러내는 것에 주춤했던 시기라면 이제는 더 성숙한 모습과 자신감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용기도 생겼다. 소리도 지르고 큰소리로 이야기도 하고 누군가와 과감하게 어깨동무하며 걸어갈 수도 있다. 그가 쌓아 올리는 시간처럼 캔버스에 물감이 쌓여가며 드러날 그를 반긴다. ■ 이주리
Vol.20120704h | 최현희展 / CHOIHYUNHEE / 崔賢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