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태균_김혜영_노미정_서할_손승범_좌혜선
주최/기획 / (재)이랜드문화재단
관람시간 / 09:00am~07:00pm / 주말 휴관
이랜드 스페이스 E-LAND SPACE 서울 금천구 가산동 371-12번지 이랜드빌딩 Tel. +82.2.2029.9885
『2012 New Generation』展을 기획하며 ● 이랜드스페이스는 이랜드그룹 사옥로비에 위치하여, 많은 사람들이 친숙하게 예술작품과 만날 수 있는 열린 전시공간이다. 2010년에 처음 시작된 이랜드스페이스는 작가공모를 통해 신진작가 등용을 지원하고, 미발굴된 중견작가들의 전시를 소개했으며, 다양한 기획전을 선보인바 있다. 이번 2012년 여름 기획전으로는 동시대 신예작가들의 작품 경향을 확인해 볼 수 있는『2012 New Generation』전시를 준비하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대부분이 대학, 대학원을 갓 졸업했거나, 현재 재학중인 20~30초반의 신예작가들이다. 이들의 젊고 신선한 상상력이 모여, 좀더 세련된 형태로 한자리에 모였을 때 나타나는 시너지효과와 혼합적 감각에 주목하고자 했다. 전시에서는 재능있는 6명의 조각, 회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20여점이 소개될 예정이다.
김태균의 작품은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되풀이 된다는 자연과학의「프랙탈 이론(fractal)」에 기반을 두고, 철조각들을 조립하고 이어붙여 커다란 동물 형상을 만들어 낸다. 차갑고 기계적인 철조각이 만들어내는 형상은 그 재료와는 사뭇 이질적인 말이나, 사슴, 소 등 친숙한 동물들이다. 이때 형태의 밀도를 위해 철조각들은 계산된 일정한 비율에 따라 확대, 축소되며, 치밀하게 맞물려 하나의 작품으로 완결된다. 이러한 반복적이고 수고스러운 노동집약인 작업과정은 고되지만, 한편으로는 과정자체가 작가에게 큰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김혜영의 그림은 비현실, 혹은 초현실의 공간으로 관람자를 인도한다. 작가는 본인의 사적인 기억을 기록한 사진들을 모아, 그곳의 공간이미지를 채집하면서 새로운 낯선 공간으로 재조립한다. 과거의 기억에서 시작한 작업이지만, 그 기억들이 만들어낸 화면은 현재와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작용하며, 타인의 공간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관음증적인(voyeurism) 시선의 유희를 선사하기도 한다. 이때 작가가 그리는 공간들은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언캐니(uncanny)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노미정의 회화는 작가의 공상이 현실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시각적 유영을 시도한다. 이때 실내와 실외의 공간이 그 경계가 허물어져, 공존하는 풍경으로 나타난다. 현대미디어 발달로 이루어진 신기루와 같은 뉴미디어 아트 홍수 속에서, 다시 머릿속 상상력의 세계를 시각화한 화면은 비정형의 형태들이 유기적으로 뒤섞이며 증식하는 이미지이다.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붓질과 비정형의 형태들이 자라나는 이미지는 작가의 공상이 기록된 그림이다.
서할의 조각은 작품 제목「HAND MADE」처럼 언어적 유희에서 비롯된 '손으로 만들어진 형상'이다. 손동작의 변화를 그대로 떠내는 캐스팅기법으로 만들어진 형상들은 여러 개가 결합하면서, 꽃이나 동물, 사람의 인체 등 다양한 모습으로 탈바꿈된다.「HAND MADE」시리즈 작업은 작가의 유년기의 그림자 놀이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하는데, 손의 다양한 표정들은 새로운 사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손승범은 서커스라는 연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마술사, 광대 등을 그린다. 작가는 서커스를 현대사회의 축소판으로 설정하며, 등장 인물들을 각박한 현실과 경쟁구조 속에서 고독과 불안감으로 얼룩진 현대인의 어두운 자화상으로 그리고 있다. 이러한 고달픈 삶의 모습을 희화화시키는 인물들은 서커스라는 공연의 화려함과 대조를 이룬다. 이때 제작방식은 전통 수묵과 동양화 채색기법으로 완성되는데, 겹겹이 쌓아올린 채색과 바닥에 깔린 먹색은 깊이감을 더해주는 동시에, 작품의 완성도를 높혀준다.
좌혜선의 동양화는 부엌과 그곳에 있는 여러 기물들, 혹은 여자들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여러 번의 붓질로 쌓아올린 화면은 두터운 안료층을 이루며, 전통 채색화의 깊은 맛을 살려내고 있다. 그림에는 빛이 감도는데, 이 빛은 침침하고 어두운 공간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여성들이 가족을 위해 밥을 짓고, 고된 노동의 시간을 보내는 부엌이라는 삶의 공간을 페미니즘(feminism)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때 차분하게 가라앉은 화면은 작품의 주제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우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현대미술에 관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누군가는 현대사회에 소외된 개인과 불안한 인간의 실존을 말하고, 한편에서는 오늘날 일상의 삶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한쪽에서는 작가 자신의 기억에 기반한 초현실의 세계로 관람자를 인도하며,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공상을 기록한다. 자연과학의 이론을 예술에 접목해서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 특유의 해석적 관점이 드러나기도 하고, 예술창조의 근원적인 동기인 유희적 발상에 충실한 작품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동시대 최근 현대미술의 주요한 이슈인 '글로벌리즘(globalism)', '혼종성(hybrid)', '젠더(gender)', '매체와 예술' 등 만으로는 읽어낼 수 없는 다양한 관점이다. 따라서 동시대 미술은 앞서 열거한 키워드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보다 광범위하고 다양한 관점의 작업들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동시대미술의 경향성을 신예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바라보는『2012 New Generation』전시는 한국현대미술을 바라봄과 동시에, 한국미술의 미래를 가늠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 고경옥
Vol.20120703c | 2012 NEW GENERATIO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