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뮬라animula의 노래

김경경展 / KIMKYUNGKYUNG / 金敬京 / painting   2012_0622 ▶ 2012_0704 / 백화점 휴점일 휴관

김경경_코폴라파라다이스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30×194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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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토,일_10:30am~09:00pm / 백화점 휴점일 휴관

롯데갤러리 부산본점 LOTTE GALLERY BUSAN STORE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2동 503-15번지 롯데백화점 6층 Tel. +82.51.810.2328 www.lotteshopping.com

김경경 영혼의 노래-아니뮬라(animula)의 노래 ● 롯데갤러리 부산본점에서는 극락과 같은 인간세계를 벗어나 시각적 아름다움과 조형의 극치를 표현한 김경경 작가의 『아니뮬라(animula)의 노래』展을 개최한다. 아니뮬라는 영혼, 마음을 뜻하는 라틴어로 아니뮬라의 노래는 다가올 육체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 아니라 삶 가운데 무의식 속 영혼에 대한 기억이자 영혼이 갈망하는 낙원에 대한 그리움을 희망으로 노래하는 것이다.

김경경_카이로스파라다이스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97×162cm

우리는 왜 '낙원'에 열광 하는가. ● 성경 창세기에는 꽃과 과일이 가득하고 푸른 식물들이 자라나고 강이 흐르는 에덴동산이 그려진다. 인류의 기원을 갖는 하나님이 만든 최초의 아름다운 정원이다. 아미타경(阿彌陀經)에서도 칠보(七寶)의 보물이 땅 위를 뒹굴고, 밤낮으로 끊임없이 천상의 만다라 꽃이 비 오듯이 흩날리고 있다는 극락(極樂)이 묘사되고 있다. ● 이렇듯 에덴동산, 극락과 같은 인간 세계를 벗어나거나 이상향의 그 먼 곳은 시각적 즐거움의 극치이자 조형의 극치로 표현된다. 골무작가로 알려진 김경경 또한 잃어버린 세계나 이상향의 아득한 그리움을 그린다. 골무를 쓴 아이와 신화 속에 살아 숨 쉬는 상상의 동물들, 꽃과 과일 이 모든 것은 신비한 우주의 비밀을 품고, 은밀하게 또는 강화된 색의 변주를 보여준다. 상상 속의 맑고 고운 새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뿜어내는 생의 환희와 찬란한 몸짓은 인간의 청각을 넘어서는 우주의 파동과 같은 신비한 언어를 담고 있다. 이렇듯 작가의 화면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자극하고 끌어당겨 저 먼 세계로의 이상(理想)을 꿈꾸게 한다. 마치 시인의 무한한 시적 상상력을 증폭시키고, 그것을 느끼거나 노래하지 않으면 그 황홀하고 축축한 세계를 벗어날 길이 없는 끌림처럼 말이다. 낙원, 신화, 꿈, 상상, 그리움을 담은 작가의 화면은 선명하고 강화되고 원시적이다. 사실, 이러한 신화의 세계를 그리는 것은 르네상스기의 성경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조형화한 것에서부터 18세기 낭만주의의 동양적이고 이국적인 세계에 관한 동경까지, 근자의 루소(Rousseau)나 천경자 화가처럼, 낙원으로의 꿈은 포기할 수 없는 신선하고 영원한 주제임이 틀림없다. 이토록 우리가 '낙원'을 그리워하고 감동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융(Jung)이 말하듯이 '낙원'은 인류전체의 체내에 존재하고 있는 보편적이며 원시적인 집단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의 이미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곳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시간이 아득히 오래되었기 때문일 것이며, 아무도 그 곳을 보지도 가지도 못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가지 않은 길의 신화는 증폭되고 강화되고 신화화되기 때문이다. ● 사실, 김경경의 낙원은 에덴이나 아르카디아(Arkadia)와 같은 종교와 역사에서 묘사되는 낙원에서 출발하고는 있지만, 이들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그의 화면은 레테의 강을 건너 만나는 죽음 이후의 낙원인 엘리시온(Elision)에 더 근접하다. 이것은 작가의 화면이 푸른빛 보랏빛으로 깊고 아득한 세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종교적이고 신앙적인 믿음과, 삶을 둘러싸고 있는 시간과 그 순간의 시간을 뛰어넘는 영원한 시간으로의 여행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경경의 낙원은 이상향을 넘어서는, 멈춰버린 시간의 영원함이 들어있는 성서적인 천국과의 친밀성을 보여준다.

◁ 김경경_quiet time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30×130cm ▷ 김경경_코폴라 파라다이스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62.1×97cm

골무는 기호이다. ●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골무가 꼭 등장한다. 작가에게 골무는 기호이다. 골무를 뒤집어쓰고 있는 작은아이는 작가의 어린 시절이나 현재의 자화상을 대변한 것이다. 손가락에 끼는 기능적인 것에서 작가는 자신의 회화적 상상력을 발휘 시키는 계기가 되어 골무는 현실의 나를 영원히 사는 세계와 현실을 뛰어넘는 시간이 멈춰버린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세계로 이끌고 간다. 골무를 뒤집어 쓴 아이의 쓸쓸한 뒷모습은 작가의 자화상이자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영혼의 울음이며, 곧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자 힘든 현실에 당면한 애환 어린 우리들의 모습인 것이다. 작가는 자수명장에게서 사사 받을 정도로 한국전통 자수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있다. 그것은 이불호청의 풍성한 문양과 윤기 흐르는 고운 비단, 손가락에 끼는 기능적이고 작은 골무에서 자신의 회화적 상상력을 출발시키는 계기가 된 듯 하다. 골무! 요술모자와도 같은 골무를 씌우고 화려한 비단의 반짝이고 미끄러지는 표면으로 작가의 화면은 완성된다. 요술모자가 신비한 마법을 일으키고 비밀의 세계를 넘나드는 것처럼, 작가의 골무는 현실의 나를 영원히 사는 세계, 현실을 뛰어넘는 시간이 멈춰버린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세계로 끌고 간다.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골무를 읽어내면서, 골무를 뒤집어쓰고 얼굴을 가린 작은 아이의 이 외롭고 쓸쓸한 삶의 뉘앙스들을 건드리는 것은, 잃어버린 나의 어린 시절이나 현재의 나의 자화상을 대면하는 듯 마음이 아려 온다. 마법의 골무를 쓴 작가는 금지된 세계의 빗장을 연다. 기호학자인 퍼스(Peirce)가 말한 것처럼, 김경경의 골무는 세미오스(semiose) 즉, 의미작용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골무는 작가의 어린 시절의 그 모든 것을 응축한 핵으로써, 골무가 가진 반질거리는 물질성과 골무가 가진 전통적인 경험, 역사성을 역동적으로 융합시키고 있다. 한국인인 우리에게 이 보다 더 고전적이며 이 보다 더 환기성을 지닌 모티프를 본 적이 있는가. 골무는 강력한 고전으로의 회귀와 마술모자로서의 신비한 힘과 어릴 적 추억을 끄집어내는 마법의 기호이다. 이 기호는 축제의 폭죽과 같아서, 이 기호를 읽는 것은 축제의 장관이 찬란하게 쏟아져 흐르고 있는 것처럼 화려하고 아름답다. 이렇듯 작가의 화면은 지상낙원, 영원의 세계의 전율과도 같은 디오니소스적인 쾌락과 카프카의 소설에서 보여주는 허무와 실존과 같은 쓸쓸함이 만나고 있다.

김경경_나이팅게일의 노래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30×130cm

영혼의 노래, 아니뮬라animula의 노래 ●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사후에 대한 영혼에 초점을 맞추어 죽음 이라는 자체를 어두운 생각이 아닌 영혼에 대한 그리움과 아름다움을 노래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신화 속에 살아 숨쉬는 상상의 동물들이나 꽃과 풍성한 과일들은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생명나무의 이미지를 재해석하여 서양의 공간 이미지와 동양의 낙원에 대한 산수 이미지들을 함께 재구성 하여 표현 하였다. 이 모든 것은 신비한 우주의 비밀을 품고 은밀하게 강화된 색의 변주들을 보여준다. 작품들은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느껴왔던 잃어버린 세계나 이상향들을 향한 아득한 그리움을 보여주고 현실의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순수한 동심의 기억들을 이미지화 하였다. ● 사실, 골무를 뒤집어 쓴 아이의 쓸쓸한 뒷모습은 현대인이 앓고 있는 영혼의 울음이다. 상처로 뒤덮인 지구의 울음이며 자연의 아우성이며, 세기말적인 공포와 공황, 우울한 자아의 거울이다. 이는 곧 현대를 대변하거나 폭로하는, 두려워하는 나약한 인간의 존재론적인 단상인 것이다. 이것은 지나간 과거의 평안과 안락의 세계에 관한 향수이며 동시에 미래에 도래할 영원한 세계에 관한 희구인 것이다. 이러한 김경경의 작품세계는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작품「영원과 하루(Eternity And A Day, 1998)」나 타르코프스키의「노스텔지아(Nostalgia, 1983)」와 같은 작품에서 문학적인 작품의 내용들을 끄집어내는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영화가 예술영화로써 높은 미적 완성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나약한 인간과 멈추지 않는 시간 이 속에서 진지한 존재론적 성찰이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상당히 시적이며 상징적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김경경의 작품이 단순한 회화적 조형의 실험성과 미적 감각에서만 출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들 거장들의 영화에서 드러나는 인간에 관한 존재론적인 성찰은 작가가 그의 작품세계에서 인간을 드러내는 뉘앙스들로 다시 해석되고 있다는데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그의 작품이 풍부한 문학적인 상상력과 스토리를 갖고 여러 단계의 감동의 층위를 형성시키고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영원한 세계, 천국과도 같은 낙원의 가시화 속에는 이렇듯 현재와 미래의 시간이 교섭하고, 우울한 인간의 쓸쓸한 자아가 뒤섞이며 동양과 서양, 종교와 신화, 미술과 문학이 인문학적인 경계를 허물고 있다. 탄탄한 문학적인 토양 위에 작가는 마음, 영혼으로 시를 써 내려가 듯 영원한 이상향을 그려나간다. 이것이 김경경 회화의 곱씹어도 그 맛을 잃지 않는 매력인 것이다. 그 속에서 거대한 우주 속에서 영원할 수 없는 외로운 인간의 영혼 즉, 아니뮬라(animula)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 박옥생

◁ 김경경_beyond the world 2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91×72.7cm ▷ 김경경_beyond the world 3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91×72.7cm

완연한 여름으로 접어드는 6월 우리들에게 시원한 청량감을 더해줄 김경경 작가의 작품들이 창세기의 에덴동산과 같이 영원을 꿈꾸는 낙원(Paradise)이 되시길 기대하며, 이번 김경경 초대전에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 롯데갤러리 부산본점

김경경_아르카디아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97×162.1cm_2011

아니뮬라의 노래 - 아리스토텔레스는 분류학의 창시자로 인간을 육체 정신 영혼을 가진 존재로 분류하였다. 인간이 죽으면 육체는 소멸하나 육체 안에 담겼던 영혼은 원래 그 영혼이 있었던 장소로 돌아간다. ● 육체란 그릇에 담겨 영혼은 살아가고 있지만, 영혼은 항상 태어난곳 어릴적 살았던 돌아갈 고향을 그리워한다. 결국 그 고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꿈꾸는 이상향의 낙원이며, 무의식속에서 기억으로 남아있다. 우리는 그 기억으로 생을 살아가며 꿈을 꾸는 것은 아닐까? 아니뮬라의 노래는 다가올 육체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 아니라 삶 가운데 무의식 속 영혼에 대한 기억이자 영혼이 갈망하는 낙원에 대한 그리움을 희망으로 노래하는 것이다. ● 코폴라 파라다이스 - '코폴라'는 그리스어로 '작은 꽃'을 상징하는 어휘로 사랑이란 서로에게 작은 꽃이 되어 주는 것이다 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서로가 다른 존재들이지만, 서로에 대한 작은 이해와 관심은 위로가 되어 사랑이란 작은 꽃들을 피울 수 있다. 코폴라가 피고 있는 그곳이 영혼이 그리워하는 파라다이스가 아닐까? 아르카디아- '아르카디아'는 욕망으로부터 자유롭게 순수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장소라는 의미이다. 영혼은 육체란 그릇에 담겨 현실을 살아가고 있지만 영혼이 쉼을 얻는 곳은 현실의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순수 동심에의 즐거움을 누리는 곳이 아닐까?

김경경_아르카디아3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97×162.1cm_2012

카이로스 파라다이스 - 크로노스가 시, 분, 초로 묘사되는 시간, 연대기적 시간이라고 볼 때 무의식 속에는 또 다른 시간이 흐르고 있다. 시계로 측정할 수 없는 시간, 그 순간은 그 사람에게 있어서 참다운 시간이며 삶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시간, 그 시간이 '카이로스'이다. 이러한 시간은 현실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이다. 카이로스가 존재하는 공간을 상상하여 이미지화 하였다. 노스텔지어-진정 돌아가야 할 영혼의 고향은 어디인가? 육체는 꽃처럼 피었다 떨어지는 유한한 삶이지만, 영혼은 영원히 돌아갈 곳이 있다. 우리의 생(生)은 영혼이 꿈꾸는 낙원에 대한 기억을 품고 사는 그리움이다. ● 시간은 가슴속에 있다. 가슴속 깊은 그 곳에 감춰진 보배처럼 황금의 시간들은 살아있다. 보배를 찾아 떠나는 내면 여행은 영혼의 세계를 풍족하게 하는 행복한 순간이다. 가슴으로 느껴지지 않는 시간은 모두 사라져버린다. (작업노트 中) ■ 김경경

Vol.20120622g | 김경경展 / KIMKYUNGKYUNG / 金敬京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