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스프링업 프로젝트

2012 Spring Up Project展   2012_0620 ▶ 2012_0728 / 일요일 휴관

박천욱_중간으로 자라다_플라스틱, 알루미늄, 스틸_200×200×140cm_2012

1부 / 2012_0620 ▶ 2012_0707 초대일시 / 2012_0620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 박천욱 작가 + 김현정 비평가

2부 / 2012_0711 ▶ 2012_0728 초대일시 / 2012_0711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 강민숙 작가 + 손부경 비평가

주최 / 캔 파운데이션 CAN foundation 후원 /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스페이스 캔 Space CAN 서울 성북구 성북동 46-26번지 Tel. +82.2.766.7660 www.can-foundation.org

작가와 비평가, 기획자는 자신의 창의적 사고를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볼 때 현재 CAN foundation이 진행하고 있는 'Spring Up! project'는 초년생 작가, 비평가, 그리고 기획자를 선정하고, 이 단체의 전문 자원을 통해 인큐베이팅하는 전 시형식이다. 앞으로 한국의 미술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이 전시의 참여자들을 응원하며, 더불어 이러한 형식의 전시가 현대미술에서의 창작이라는 에너지를 발견하는 센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리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 김성희

박천욱_하늘세수#2_피그먼트 프린트_각 100×72cm_2011

박천욱의 사진에는 두 개의 프레임이 있다. 하나는 사진의 사각 프레임, 또 하나는 사진 속 사각 프레임. 그것은 마그리트의 캔버스 속 캔버스처럼, 다른 사진을 합성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른 공간을 향해 열려 있는 창문 같기도 하다. ● 이 사진은 어떤 공간에 놓여 있는 사물을 찍은 것이다. 다시 말해, 이것은 3차원 공간의 입체 사물을 재현한 평면 이미지다. 공간 속 사물은 응시 주체의 움직임에 따라 매 순간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우리는 사물의 경계를 만져서 확인할 수도 있다. 반면, 사진은 하나의 시점에서 바라본 한 순간의 풍경이며 영원히 고정된 이미지다. 그러므로 작품을 보는 것은 제작 방식을 경험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초에 어떤 사물의 사진을 찍은 뒤 그 프레임을 따라 실제 사물을 사각형으로 절단한다. 그리고 절단된 사물을 새로운 장소에 놓고 처음 사진을 찍을 때와 같은 각도와 거리에서 촬영한다. 전시공간에는 이 두 가지 결과물이 함께 설치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입체와 평면의 차이를 경험하게 된다. 사진 속 '사진', 혹은 다른 공간을 들여다보는 창문처럼 느껴졌던 낯선 이미지는 단 하나의 시점에서 얻을 수 있는 장면일 뿐이다.

박천욱_Untitled_피그먼트 프린트_각 65×100cm_2011

그러니 사진은 본다는 것의 허약함을 말해준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사진 안의 것을 증명하지 못한다. 단 하나의 시점은 대단히 권위적인 자리이나 사실은 가벼운 바람에도 흔들릴 수 있는 자리가 아닌가. 또한 사진은 사진 밖의 것을 증명하지 못한다. 사진에 나타난 것은 사물의 일부분일 뿐 사진 밖에 있는 사물의 전체는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것은 알 수 없는 공간이며 불확실한 영역이다. 박천욱은 사진 프레임을 따라 실제 사물에서 잘라낸 날카로운 단면을 보여줌으로써 그 경계를 촉각적으로 확인하려고 하며 다소 엉뚱해 보이는 문맥에 이 조각을 끼워 넣어 지각과 인식의 충돌을 일으킨다.

박천욱_Untitled_피그먼트 프린트_각 63×100cm_2011

박천욱은 최근 작업에서 사물의 물리적 결합과 배치를 통해 새로운 형태를 발생시켰다. 작가는 두 장의 사진 이미지가 연결되었을 때 우연히 하나의 재미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에 착안해 그것을 입체 형태로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 결과 만화경이나 데칼코마니처럼 논리적인 규칙을 갖고 있지만 우연히 발생하는 작업이 탄생하게 되었다. 하나의 사물에 다른 것이 덧붙여지면서 일정한 형태가 될 때까지 커지고 복잡해지는 방식을 '발생'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생물체로 본다면 하나의 모세포가 초기 분할하는 과정 중의 한 장면과 유사하게 같은 단위가 여덟 방향으로 복제된다는 점에서 이것을 사물의 발생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박천욱_어떻게든 무엇이 되다_플라스틱, 스틸, 호스_120×110×90cm_2012

이 형태를 구성하는 것은 의자와 훌라후프, 물조리개와 배수관 같은 일상적인 도구들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거나 일상적 상황에서 쓰이는 사물을 이용하는 것은 초기 작업부터 일관되게 드러나는 경향이다. 구체적으로 둥글고 오목한 부분과 직선적 형태가 어우러진 것, 손잡이가 있는 그릇같은 형태의 사물이 자주 쓰인다. 작업은 절단된 사물을 대칭적으로 결합한 최초의 모티프에서 출발하여 즉흥적으로 발생해 나간다. 물론 모든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입체의 균형적인 모습을 위해서는 신중한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완성작'에 대한 사전 계획이 없이 진행되어 어느 순간 완성(발생 중지)된다는 점에서 즉흥적이고 자유롭다. 한 작품의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어떻게든 무엇이 되"며 심지어 중지된 발생은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 ● 이런 발생을 통해 박천욱은 사물이 서로 만나 충돌과 조화 사이의 어떤 지점에서 균형을 찾으며 관계맺는 것을 보려고 한다. 필연적인 관계가 없는 사물들은 갑작스런 만남으로 우물쭈물한 상태가 된 듯 보이다가도 절단면에서 새로운 생명이 자라나듯이 어느 순간 이야기가 피어나는 것이다. ■ 김현정

강민숙_공중 사다리_고무공, 사다리_170×60×100cm_2012

2012 스프링업 프로젝트-강민숙「Ground」 ● 평범한 사물을 별다른 가공 없이 조합해보인 강민숙의 작업은 외관상 레디-메이드나 관념적인 추상 구조물 사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연석을 반복적으로 쌓아올린 형태, 수박무늬 비치볼을 반복적으로 달아 내린 형태, 철재 사다리와 고무공의 결합 등 이 전시를 위해 고안한 개별 작품들은 대체로 단순하고 즉물적인 형태를 띤다. 기존의 예술관행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형태는 종종 고도의 개념이 내포된 대상으로 해석되기 쉽다. 자연히 작가가 특정 재료와 형태를 선택한 이유와 거기에 내포된 의도는 무엇인지와 같은 생산미학적 물음이 일차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 달리 사실상 이 작업들을 어떤 의도에 따라 구성된 것으로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작품 자체의 내적 의미에 주목할 경우, 이 작업들은 구체적인 의미나 지시대상을 갖지 않는 텅 빈 것으로 경험될 뿐이기 때문이다.

강민숙_Someone We Know_의자, 스티로폼, 모터_인터렉티브 설치_2011

조각과 영상매체를 전공한 작가는 졸업과 함께 몇 가지 매체예술을 선보여 왔다. 대표적으로 「Someone We Know」나 「A Piece of Her」, 「Empty Travel」, 「Black Coat」와 같은 일련의 작업은 조각과 디지털 영상, 인터랙티브 설치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예술형태의 사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작가는 한 가지의 첨단기술에 집중하기보다는 이미 보편화된 기술매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하는데, 이 과정에서 매체와 매체 사이의 독특한 관계가 형성되곤 한다. 이를테면 조각과 동작감지센서, 산업적 오브제와 이미지 프로젝션 등 다소 이질적인 사물들의 결합이 지각상의 새로운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강민숙_수박 비치볼_모터, 비치볼_210×30×30cm_2012

이번 전시 역시 사물과 매체의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 볼 수 있다. 이 전시를 위해 제작된 「공중 사다리」, 「무빙 파고다」, 「수박 비치볼」은 기술의 문제를 잠시 접어놓고 보다 일상적인 사물에 집중한 결과로 보인다. 작가는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재료를 선택한 후, 그것을 적당히 재구성하여 일종의 관계적 형태를 고안해내었다. 이러한 형태는 모더니즘 조각과 급진적인 레디메이드를 오가며, 일차적으로 은유적인 오브제 또는 반대로 반미학적인 제스처를 연상시킨다. 이 경우 관람자는 습관적으로 작품의 표현내용을 읽어내려 하는데,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어김없이 작가의 의도나 평자의 해석에 의존하곤 한다. 그러나 강민숙의 작업은 매우 단순화된(de-skilled) 방식으로 나타날 뿐 아니라 사물간의 자의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읽어낼 대상이 분명치 않다. 그런 이유로 이러한 작업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다소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

강민숙_Moving Pagoda_돌, 바퀴_170×50×50cm_2012

전시된 작품들은 각각 완결된 텍스트라기보다는 하나의 멀티미디어를 구성하는 불완전한 객체에 가깝다. 객체가 모여서 하나의 매체를 이루고 그 매체가 다시 보다 큰 단위의 매체의 요소와 호환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따라서 개별 작품의 의미는 작품의 외부 조건, 즉 다른 작품, 주변 공간, 관람자와의 관계를 토대로 하여 일시적으로 형성된다. 예를 들어 사다리와 고무공의 만남, 그리고 그 주변으로 바퀴달린 돌탑, 천장에 매달린 채 흔들리는 비치볼이 서로 간섭할 때, 복합적이고 상이한 감각체험을 전달하게 된다. 게다가 몇 가지 기술매체가 개입함에 따라 기술적으로 매개된 사물과 실제 공간을 둘러싼 또 다른 문맥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은 작가의 말처럼 "일상 속에서의 익숙하면서도 생경한 순간"을 체험하는 것과 닮아 있다.

강민숙_Empty Travel_단채널 비디오_00:03:48_2010
강민숙_Black Coat_단채널 비디오_00:04:00_2010

이러한 맥락에서 강민숙의 작업과정과 전시형태는 '포스트-미디엄(post-medium)' 또는 '포스트-프로덕션(post-production)'과 같은 개념을 떠오르게 한다. 각 용어는 미니멀리즘과 프로세스 아트 이후의 비전통적인 방식의 매체활용, 그리고 기존의 문화형식을 미학적으로 재맥락화하는 과정을 가리키는데, 이는 작품 생산과 전시, 배포 형식의 급격한 변화를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여기에 제시된 작업 역시 기존의 예술매체가 강요하는 코드화된 소통방식에서 벗어나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움직이는 조각과 기성품, 산업재료, 비디오 프로젝션이 병치된 장면은 소위 '스타일'의 재생산보다는 유연하고 장소특정적인 모델을 추구하는 작가의 태도에 대한 지표이다. ■ 손부경

Vol.20120620k | 2012 스프링업 프로젝트 2012 Spring Up Project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