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nd of condolence

한아림展 / HANARIM / 韓娥林 / painting   2012_0619 ▶ 2012_0702

한아림_타인의 꿈_장지에 분채_130×80cm_201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관람은 확인전화 바랍니다.

에이원 갤러리 A1 GALLERY 서울 송파구 송파동 116-9번지 Tel. +82.2.412.9560

:이례적인 폭우에 우리를 지탱하던 땅이 무너져 내린다: 견고하고 단단할 것만 같았던 거대한 그것이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누군가는 삶의 터전을 잃고, 누군가는 목숨을 잃고, 그리고 누군가는 비통함 속에 자신을 잃었다: ● 나도 그랬다. 맥없이 무너져내리는 산을 보며 내 안의 연약함과 죽어있던 나 자신의 일부를 만났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거대한 지지체, 신념 또한 그러한 것이다. 우리는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무엇에 의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먹고 일하고 대화 나누고 걱정하고 사랑하고 울거나 웃고 화내거나 즐거워 한다.

한아림_For the unprotected soul_장지에 분채_104×134cm_2012
한아림_A song for the unprotected area_장지에 분채_104×134cm_2012

출처없는 불안에 잠 못이루는 날들,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데 눈물이 나곤 했다.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며 다독이면서도, 마음 저편엔 언제나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나는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잘 해내야 한다는 것인지 ,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것은 분명 어딘가로부터 내게 온 것이었고, 그 생각들의 주체는 '나'가 아니었다. 누군가로 부터 주입되어 마음 속 깊이 '각인된 높은 자아이상'은 그와는 동떨어진 '보잘 것 없는 현실의 나'의 모습과 끊임없이 비교해가며 실체 없는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에 허우적거렸다. 내 것이 아닌 누군가의 이상을 쫒는 동안, 우리는 딱 그 만큼의 자신을 외면하게 된다. 그 빈자리가 나로 하여금 만성적 공허감에 시달리게 했다. ● 오랫동안 외면당한 나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순간, 말할 수 없는 연민의 마음이 일어난다. 그것은 마치 자기 자신의 무덤의 조각들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여기, 나는 그동안 상처받고 지쳐있던 나 자신에게 용서를 구하고, 이제는 보내주어야만 하는 오랫동안 함께해온 '거짓자아'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의식을 치른다. 나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 나의 내면 깊숙히 들어가 크고 작은 혼란과 좌절, 불안과 상처들로 응어리진 마음들을 빗줄기로 씻어 내리고, 강요 된 자아와 마주하여 그것을 태워낸다.

한아림_The reflected utopia_장지에 분채_90×90cm_2012
한아림_Out of the unreal_장지에 분채_90×90cm_2012

익숙한 것을 놓아주어야만 할 때는 의례 극심한 고통과 저항이 따른다. 사랑하는 연인이나 가족과 이별할 때 그러하듯, 나와 한몸이 되어 살아왔던 거짓자아를 놓아주는 일이란 쉽지가 않다. 우리는 한번 형성된 애착은 그것이 아무리 고통스러운 관계일지라도 유지하려고 한다. 신념이라는 감옥 안에서의 생활이 그 나름의 안락함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거짓자아'는 본래 실체가 없었으므로, 정면으로 마주하는 순간 연기처럼 흩어져버린다. ● 부유하는 대지 형상의 티슈는 어떤 순간에만 존재하는 일회적인 공간, 실체가 없는 것, 환영, 연약함을 대변한다. 형상만 있고 실체는 없으며, 늘 한번 쓰고 버려진다. 한번 쓰고 버려진다. 쓰고 버려진다. 쓰고 버려진다. ● 존재하지 않는 것을 쫒는 것은 좌절이 예고된 시작이다. '외부의 유토피아', '타인의 꿈', '거짓자아'. 이렇게 모든 상처와 고통은 실체가 없는 '허상'을 '실재'로 착각하고 쫒을 때 생겨난다.

한아림_애도-별 헤는 밤_장지에 분채_53×80cm_2012
한아림_신들의 놀이터_장지에 분채_80×80cm_2012

눈에 보이는 것이 진실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세계는 눈에 보이는 것처럼 단단하지도 않고, 고정된 실체 또한 없으며, 무수한 가능태가 공존하고 있다. 인간이 인식하는 스펙트럼은 실재의 극히 일부일 뿐이며, 어쩌면 우리가 눈으로 보는 모든 상이 허상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내부의 거짓자아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과 같이, 우리가 사는 세계는 겹겹이 환영으로 구조되어 있다. '환영'속에 갇히지 않으려면 내부에 무엇이 살아있는지 살펴야한다. 실재로 존재하는 것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면 이미 나는 여기에 없다. 단지 나는 외부세계를 통해 나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을 뿐이다. ● :나는 매일 밤, / 귀를 찌를듯한 고요함의 진동 속에, / 일렁이는 촛불을 바라보며 / 그 날의 내게 용서를 구하고, / 깊은 슬픔을 전한다: ■ 한아림

Vol.20120619i | 한아림展 / HANARIM / 韓娥林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