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지현석_정미애展   2012_0618 ▶ 2012_0803

지현석_벽1(我)_ 합성수지, 유리, 우레탄도장_33×33×36cm_2010

초대일시 / 2012_0618_월요일_12:30pm

관람시간 / 월~금_09:00am~05:30pm / 토요일 예약 관람

샘표스페이스 SEMPIO SPACE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매곡리 231번지 Tel. +82.31.644.4615 www.sempiospace.com

거창한 대서사시나, 텍스트적으로 읽혀지는 작품들만이 예술이라는 이론이 절정이었던 미니멀리즘, 모더니즘의 시대가 지나가고 언제나 역사는 순환하듯, 이에 반하는 다다,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가 도래하며 다원주의적 성향이 정점에 달하고 있다. 예술, 그 중에서도 미술은 고급문화라고 스스로를 엘리트화 시키며 예술가들은 철저하게 지적 탐구에 대한 욕망을 지적 허영심으로 변질시키고-어찌 보면 강박적일 수도 있는-지극히 심오한 주제들만이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스스로를 상등화 시키려는 현상이 극에 달하여 공허함을 야기시켰고 이후의 출현하는 모든 작품들은 패러디이고 인용으로 전락 할 뿐이었다. 그들의 이러한 자취는 근본적인 예술의 회화적 감성을 도외시 시켰으며 대중들은 미술품을 습관적으로 읽으려고만 하는 감상법을 취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미술은 스스로 대중문화로 발전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점점 좁혀온 것이다 . ● 팝 아트나 키치처럼 읽혀지기 쉬운 미술만이 대중에게 다가가기 용이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편견은 버리고 회화적 감성이 풍부한 작품들도 개념, 텍스트 본질 자체가 대중화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모색해 보고자 이번 전시가 기획된 것이다.

지현석_벽2(애처로운 손길)_합성수지, 유리, 우레탄도장_33×25×84cm_2010

이번 기획전에 참여하게 된 두 작가는 무거운 주제들은 뒤로하고, 작가 개개인의 일기로써의 수단, 또는 작품을 제작하는 행위 자체를 수련의 한 방법으로 해석해 나가며 감상자에게 작가 고유의 감성을 전달하고자 한다. 고통스러운 자신의 일상을, 본인만이 느꼈던 일상의 이야기들을 음악,영상, 글 등이 아닌 미술품으로 감상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도록 한다. 그들이 예술에 임하는 소소한 자세로 부터 출발 된 작품들은 감상자 역시 각각 본인만의 소소한 감성과 일상을 이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필자가 의도하고자 하는 수 없이 많고 다양한 현대 미술의 풍류 속에서 예술을 대하는 다양한 자세 및 방법들 중 하나인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에 임하는 작가의 자세, 예술에 임하는 감상자의 자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위한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김연희

지현석_벽3(상처)_합성수지, 유리, 우레탄도장_24×26×40cm_2011
지현석_벽5(我2)_합성수지, 유리, 우레탄도장_36×30×12cm_2012

혼란스러운 세상, 기쁨과 눈물이 어지럽게 흩어져있는 공간, 바다만큼이나 넓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공간 속에서 우리는 헤엄치며 살아가고 있다. 모두들 세상이라는 바다를 개개인이 내린 정의 속에서 그것을 믿으며,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동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아름답게 그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면으로는 비극적인 영화처럼 그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가 그려본 세상도 검고 탁하며 가식적이고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 고통은 나를 더욱 겸손하게 만들고 성숙하게 만들었다. 고통 속에서 상처받은 내 마음을 달래 보려 한다. 솔직했고, 겸손하지 않았으며, 어른처럼 성숙한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어린 아이가 되어서 구원의 손을 내밀었고 아플 땐 소리쳤다.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참지 않았다. 작업 속에서 유리라는 것은 세상이라는 것을 표현하기에 적합했다. 투명하지만 단단하고 그러나 깨질 수 있고 날카로움의 상징이었다. 나에게 주문을 걸었고 그 속에서 나는 내담자가 될 수 있었다. 울었고, 소리치며 한 장 한 장 채워 나갔다. 어린 날의 그림일기처럼... 계속해서 일기처럼 써 내려 갈 것이다.

지현석_벽6(냉정한 도시)_합성수지, 유리, 우레탄 도장_41×46×23cm_2012

시간이 흐르고 생각했다. 나의 영화는 비극을 맞이하는 영화 속의 주인공이 아닌 감독이 되어 내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있지는 않은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직은 상처들을 품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것은 언젠가 극복하기 위한 나의 몸부림 정도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나 그것을 극복했다는 행복과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 따뜻한 작업이 나오길 바라면서 행복한 인생의 자서전을 쓸 것이다. (작가노트 중) ■ 지현석

정미애_AND_와이어_400×300×300cm_2011

늘 반복되기 때문에 무심하게 지나치는 상황이나 장면, 그리고 외부의 충격으로 인한 이미지나 형상들을 작가는 개인적인 시선에서 선이라는 재료를 사용하여 또 다른 형상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과정에서 작가는 과거의 자신만의 추억, 일상의 이야기들을 작품으로 나열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독특한 성질, 방식들을 갖는데 와이어를 통한 늘어짐과 구부러짐, 재료의 연결을 통한 가변적 성질 그리고 빛과 선의 그림자를 통한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게 된다. 선 즉 와이어라는 재료는 만들어지기 이외의 효과, 설치되는 공간에 또 다른 공간을 형성하여 상상할 수 있는 이미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작업과정은 작가의 개인적 시선에서 본 일상성을 통한 재현적 내면고찰을 보여주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단순한 형상의 시각 효과로서의 선이 아닌 공간의 개념으로써 작가의 내면세계를 생동한 화면으로 보여주는 데 의의가 있다. ● 작품은 나의 인생의 줄거리이며 하루하루의 나를 표명하는 일기장이다.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목적은 일상생활에서 문학적으로 시와 같이 자연이나 인생에 대하여 일어나는 감흥과 사상 따위를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즉 단어 속의 또 다른 의미를 찾듯 작품을 통해서 작가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작가의 경험과 기억 속의 아련한 추억을 되돌려 보듯 서정적이면서도 일상적인 사물을 와이어라는 재료를 통하여 드로잉 하듯이 설치한다.

정미애_사랑을 쓰려면 연필로 쓰세요_와이어_30×200×30cm_2010

일상적 체험을 통한 세계 ● 예술이라는 것은 인간과 인간 활동의 장(場)으로서의 세계를 반영한다고 볼 때, 일상적인 것들이야 말로 우리가 인간과 가장 가깝게 맞닿아 있다. 그래서 일상은 우리와 매우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음으로 이를 통한 외적인 현실의 반영이 무엇보다 용이하며, 예술의 소재를 가장 가까운 곳 즉 일상의 삶 속에서 찾으려 하는 것을 그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이렇듯 작가가 체험했던 다양한 일상은 그 어떤 초월적인 곳에 있지 않았으며 또 그 어떤 이데올로기를 위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작가의 작품은 이러한 일상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가지고 일상적인 이야기로 시작된다. 일상적 체험의 내면세계를 표출하기 위하여 엄격함과 고고함, 엄숙함과 진지함을 버리고 오히려 가벼운 정신의 자유분방 함으로서 삶들에 얽혀있는 관계 속으로 가보고자 하였다.

정미애_HAND_와이어_200×200×100cm_2009

형상의 모호함 ● 작가의 작품은 재료의 성질과 엉킴의 작업방식 결과로 인해 형상의 모호함의 결과를 낳는다. 조명에 의해 다른 분위기를 갖거나 보는 각도에 따라 형상이 달리 보이는 형태를 갖는다. 시각적 혼란에 의해 이중적으로 형상과 의미를 낳는 작가의 작업들은 일상의 사물에 대한 폭넓은 시각과 틀이 없는 인식의 전환을 유도하고자 작가가 설치한 일종의 장치이기도 하다. 기억이미지의 재구성 ● 작가의 작품의 소재들은 과거의 기억과 일상적 체험에 비롯되어 내면적인 성숙과 현재로서의 존재함에 본질적인 세계를 나타내고자 하였다. 기억 속의 과거는 일종의 추상화된 과거다. 다시 말하면 의미화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정서와는 다른 정서로 보존되어 있는 과거다. 모호했던 실제를 분간할 수 있는 형태로 그리고 변형된 정서의 형태로 기억은 과거를 보존하고 재현한다.

정미애_사소한 기억_와이어_200×30×20cm_2011

그림자를 통한 새로운 이미지 ● 현대미술에 있어서 영역과 개념의 확장은 재료와 매체의 혁신에 대한 실험정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재료를 통하여 연구자만의 실험정신으로 조각의 재현적 주제나 이미지에 구애 받지 않고 자신이 다룰 수 있는 재료의 영역에서 탐구하다 보면 물질적인 이미지를 통해 허공의 이미지 즉 그림자를 볼 수 있다. 작가의 작품에서는 공간에 대한 배치로 인해 재료의 직접적인 조형물보다 공간의 물성으로 이루어진 재료의 간접적인 이미지 창조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와이어(선) 라는 재료의 특성상 빛에 의한 반사나 투과되는 이미지는 작가에게 있어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이렇게 형성된 새로운 이미지는 물질적 형상과도 연결되어 또 하나의 차원을 형성하게 된다.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으로부터 얻은 경험에 의해 많은 것을 알고 느끼게 되며, 이로 인해 개인만의 새로운 조형세계를 만들어간다. 따라서 예술은 인간의 일상적 체험에 의한 내면세계의 표현을 추구하여야 하고 그 출발점을 일상적 경험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작업에서 선은 일상과 공간을 이어주는 매개적 요소로 출발한다. 또한 일상은 더 이상 영유의 목적이 아니라 소통의 소재로 확장된다. 이렇듯 작가는 내면세계를 공간적으로 표현하고자 가장 기본적 요소인 일상을 주제로 선택하여 선과 공간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표현하였다. (작가노트 중) ■ 정미애

Vol.20120618a | 예술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지현석_정미애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