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시대

최민식展 / CHOIMINSICK / 崔敏植 / photography   2012_0613 ▶ 2012_0708 / 백화점 휴점시 휴관

최민식_부산_C 프린트_1969

작가와의 대화 / 2012_0615_금요일_04:30pm

작가와의 대화 장소 : 롯데백화점 본점 문화센터(13층, Tel.02.726.4151~2) 접수 : 롯데문화센터(13F)방문 또는 인터넷 접수 culture.lotteshopping.com 수강료 : 1,000원

후원,협찬,주최,기획 / 롯데갤러리

관람시간 / 10:30am~08:00pm / 백화점 영업시간과 동일 / 백화점 휴점시 휴관

롯데갤러리 본점 LOTTE GALLERY 서울 중구 소공동 1번지 롯데백화점 본점 12,14층 Tel. +82.2.726.4428~9 store.lotteshopping.com/handler/GalleryManage_F-curato

한국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스트, 최민식 ● 호국과 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최민식 작가의 작품 중 '少年'사진 150점(미공개작)을 한자리에서 소개하는 전시를 마련했습니다. (**여기서 소년은 어린아이, 유년의 시절을 뜻합니다.) 이번 전시는 전쟁과 가난, 정치의 변혁기에 유년을 보낸 수많은 '少年'에 대한 경의이자 우리 사회에 대한 자기성찰의 시간이 될 것이며 5가지 섹션(1부/소년, 표정을 짓다, 2부/소년, 가족을 만나다, 3부/소년, 등에서 크다, 4부/소년, 친구를 찾다, 5부/소년, 순간에 머물다)으로 나누어 전시됩니다. 사진작품의 촬영연대는 1957년부터 현재까지이며, 부산의 자갈치시장, 광안리 해변, 영도 골목, 부산역 등등에서 최민식작가의 카메라에 담긴 각계각층의 어린이들의 사진들이 선보입니다.

최민식_남해_C 프린트_1965 / 부산_C 프린트_1969

다큐멘터리의 전설을 보다 ● '끝나버린 주제에 매달리는 이해할 수 없는 작가.' 가난하고 고통스러운 사진을 찍는 최민식작가를 보고 그를 폄하하는 동시대 작가들은 이렇게 비난했다. 또 어떤 사람은 그를 '분노'의 시선에서 가난한 사람을 찍었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150여 점의 아이들 사진, 그 중에서도 이번에 처음으로 발표되는 130여 점의 사진들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인간을 존중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너무나 확고히 와 닿는다. 우리는 그 동안 너무나 한쪽으로 치우친 작가의 사진만을 보아왔던 것이 아닐까. ● 한국 사진예술계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의 제1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 바로 최민식작가다. 올해 85세인 그는 그의 작품을 통해 서민들의 고단한 생활을 적나라하면서도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도록 했다. 가난하지만 그 힘든 현실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땀과 억척스러움이 짙게 묻어난다. 작품 활동 56년째인 그의 사진은 여전히 더없이 인간적이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고 평가 받는 배경도 그 때문이다. 그의 사진에서 '저항할 수 없는 힘'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 1950~1970년대의 서민 생활을 포착한 사진은 더 그렇다. 6•25의 폐허를 딛고 근대화를 이룬 역사의 한 단면이 사진을 통해 그 사실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부산의 자갈치시장에서 한 아낙네가 하던 일을 멈추고 선 채로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장면의 1969년 사진도 그 중 하나다. 고무신을 신은 소녀의 등에 업힌 아이가 오른쪽 손으로 어머니의 왼쪽 젖가슴을 잡고 고개를 들어 입으로 오른쪽 젖을 먹고 있는 모습이다. 어머니는 생선을 만지던 비린 손이 아이에 닿을까 손을 뒤로 한 채 젖을 주고 있다. 그 소녀와 아이의 어머니인 아낙네가 몸뻬 차림에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 젖먹이를 내려다보는 표정에는 궁핍함 속에서도 잃지 않은 가족과 삶에 대한 강렬한 애정, 가난 극복의 강인한 의지 등이 비친다. ● 화가의 꿈을 안고 1955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중앙미술학원을 다닌 최민식 작가는 헌책방에서 에드워드 스타이겐의 사진집 '인간 가족'을 접하고 사진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뒤 부산에서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해왔다. 2008년, 자신의 사진작품 원판 10만여 장 등 13만여 점의 자료를 국가기록원에 내놓아 민간 기증 국가기록물 제1호로 지정되게도 한 그는 사진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다. "사진은 관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진실이다. 정직하고 정확해야 한다. 자꾸 꾸며대고 조작하면 안된다. 그래야 보는 이가 감동한다." 진실이야말로 감동의 원천이라는 그의 예술관(觀)이 어디 사진 분야에만 적절하겠는가. 다른 예술장르를 포함해 사회 모든 분야에서 거짓과 가식으로는 그 누구도 감동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그는 사진 작품과 예술관을 통해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 앞서 말한대로 최민식 작가는 이미 모든 자료를 국가기록원에 기증한 상태다. 때문에 '少年時代'라는 이번 주제에 적합한 작품을 셀렉하기까지는 국가기록원이 소장하고 있는 십 만장의 필름 중에 어린이 필름을 고르고, 스캔하고, 프린트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일률적인 톤을 맞추고 높은 퀄리티의 출력을 시도했다. 작가는 정식으로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고, 넉넉하지 않은 생활형편으로 당시의 출력물이 그다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때문에 비록 이번 전시가 작가가 그 시대에 직접 암실에서 프린트한 빈티지 프린트는 아니지만, 그 시대의 느낌과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작가와 의견을 나눠가며 최적의 프린트를 시도해보았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이번에 선보이는 작가의 작품이 종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고 심지어 단 한번 인화조차 되지 못했던 사진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최민식_부산_C 프린트_1963 / 부산_C 프린트_1957

1950~1970년대의 서민 생활을 포착한 사진은 더 그렇다. 6•25의 폐허를 딛고 근대화를 이룬 역사의 한 단면이 사진을 통해 그 사실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부산의 자갈치시장에서 한 아낙네가 하던 일을 멈추고 선 채로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장면의 1969년 사진도 그 중 하나다. 고무신을 신은 소녀의 등에 업힌 아이가 오른쪽 손으로 어머니의 왼쪽 젖가슴을 잡고 고개를 들어 입으로 오른쪽 젖을 먹고 있는 모습이다. 어머니는 생선을 만지던 비린 손이 아이에 닿을까 손을 뒤로 한 채 젖을 주고 있다. 그 소녀와 아이의 어머니인 아낙네가 몸뻬 차림에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 젖먹이를 내려다보는 표정에는 궁핍함 속에서도 잃지 않은 가족과 삶에 대한 강렬한 애정, 가난 극복의 강인한 의지 등이 비친다.

최민식_서울_C 프린트_1960

국수를 먹고 있는 아이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엄마와 할머니의 시선에서, 가녀린 누이의 등 위에서 젖을 찾는 아가와 그 아이에게 젖을 주기 위해 부끄러움도 잊은 엄마의 마음에서 살기 어려웠지만 자식부터 거두고 먹였던 절절한 사랑이 묻어난다. 또 우는 동생의 눈물을 닦아주는 어린 누이의 손길에서부터 업고 이며 동생을 길러낸 수많은 우리 형제, 자매들의 모습까지, 지독히 가난했지만 뒷골목을 주름잡으며 세상에 부러울 것 없었던 골목대장들의 익살까지 이 처절한 기록들은 이제 아름다운 추억이자 가장 찬란한 기록으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했던 '사랑'을 생생하게 보여줄 것이다.

최민식_부산_C 프린트_1973 / 부산_C 프린트_연대미상

1960년대 아이들과 1980년대의 아이들. 굳이 비교하자면 옷이 조금 더 남루하거나 꾀죄죄하고 얼굴에 땟국물이 흐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판자집에 기대어 말뚝박기를 하는 아이들의 함성, 남부끄러운지 모르고 홀딱 벗은 채 카메라를 향해 지은 함박웃음, 자신도 꼬마면서 동생을 업고 친구 따라 냅다 내달리는 누이의 악착같음은 세대가 변하고, 환경이 변해도 변할 수 없는 그 무엇일 것이다. 작가의 작품집이 어느새 15권째 출간이 되었지만, 우리가 미쳐 볼 수 없었던 수많은 아이들의 사진들은 보다 분명하게 우리를 최민식작가의 사상으로 인도한다. 그가 찍은 '少年'들은 그 시대의 분명한 '사실(reality)'이자 진실(truth)이며, 그 곳에 흐르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희망이야말로 최민식작가가 자신의 사진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가장 중요하면서도 유일한 단 한가지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번 전시의 백미(白眉)다.

최민식_부산_C 프린트_1970 / 부산_C 프린트_1990

그 동안 최민식작가는 자신이 '거지작가'라고 우스갯소리로 얘기한다. 더군다나 네팔, 인도 등지에서 찍은 요즘 사진들로 '국제거지작가'라고 불린다고도 한다.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진을 보고 희망과 새 힘을 얻게 되는 것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사진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가 바로 우리의 '희망'을 눌렀기 때문일 것이다. ■ 롯데갤러리 본점

Vol.20120614d | 최민식展 / CHOIMINSICK / 崔敏植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