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한빛미디어갤러리 후원 / 서울시_GL Associates_streetworks
관람시간 / 10:00am~09:00pm / 월요일 휴관
한빛미디어갤러리 HANBIT MEDIA GALLERY 서울 중구 장교동 1-5번지 Tel. +82.2.720.1440 www.hanbitstreet.net
인상과 풍경 ● 보이지 않는다고, 보이지 않게 그대로 두지 않는다. 그것을 감각적으로 감지하여 거대한 풍경으로 잡아 소리를 낸다. 모든 것을 보고, 또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도록... ● 모든 미적 가치는 그것을 보는 인간의 시선에 달려 있다. 인간 내부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미학은 인간을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게 한다. 그러한 울림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존재의 심화에 이르게 한다. 장면의 지속적인 감각을 다루는 작가 김호준은 최초의 풍경에 더하기, 더하기, 그 무한한 더하기를 반복함으로써 존재의 전환을 이룩한다. 작가는 해의 뜨고 짐 같은 가장 단순한 풍경에서도 위대한 지구의 운동법칙을 느끼며, 보이는 시각적 장면, 사물은 물론 인간의 의식이 작용하는 무형의 바람, 공기, 소리까지도 포착하여 구상화시킴으로써 더 많은 세계를 담아낸다. 이것이 작가의 체험된 풍경들이다.
작가 김호준은 긴 시간의 부피가 만들어낸 일상의 풍경을 겹겹이 축적한다. 그 시간과 기억의 기록을 예민하게 포착, 변환, 확장한 내밀한 풍경소리는 겹겹으로 자리하여 새로운 수많은 풍경을 이루어낸다. 풍경 속에 자신의 기억을 입혀 층층이 쌓아가는 그의 작업은 순서와 도식이라는 정해진 규칙 없이 즉흥적으로 느리게 화면을 완성해나간다. 이로써 그는 스스로를 찾는 과정을 걷게 된다. 작품을 통해 그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과의 존재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풍경의 면면을 보면 작가 자신의 기억이 틈틈이 스며, 있는 그대로의 건조하고 평이한 일상의 장면, 인상, 사물일 수 있지만, 작가에게는 단순한 풍경으로 남아있지 않다. 모든 요소들이 잠재적 형태로 혹은 발전된 형식으로 존재하여 다양한 요소들이 끊임없이 공명하고 서로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렇게 확산과 응축을 반복하는 작가의 작업방식은 꿈틀거리는 거대한 유기체처럼 보인다. ● 여기서 풍경이 주는 인상은 바라보는 주체자의 몫이다. 대상 또는 대상군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며, 단순히 눈꺼풀을 들어올리는 행위만이 아닌 시지각을 매개로 성립하는 정신현상으로, 인간의 심적 현상이 풍경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대지의 시각상과 인간 정신이 만나는 곳에서 발생하는 특이한 세계상이 작품에 담겨지고, 이는 객관적인 장면의 성질도, 순수한 시각상도 아닌, 그 중간에서 발생하여 인식과 평가가 혼연일체가 되어 성립된다. 즉, 하나의 대상을 투시하여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계기로 하여 작가 내부에서 발생하는 이미지 현상으로, 물리적 실체 외에 그것을 시각상으로 포착하는 인간의 존재에 따라 제각각의 풍경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렇게 작가가 차지하고 있는 시간의 흐름, 역사적 언어, 공간적 시점의 정확한 순간에 자리잡아 어우러진 감성적 여운, 회화적 상상력은 보는 이를 화면 속에 끌어들이고, 시·공간의 중첩을 통해 만들어지는 기억이미지는 새로운 인간, 새로운 장면, 새로운 환경을 품어 제3의 인간, 자신에 대한 존재를 갖게 한다.
작품 현실 속, 풍경을 체험함에 있어 가장 우선시 되는 감각은 시각이다. 다양한 풍경의 시각상을 획득하기 위한 시야의 신축과 시선의 이동, 몸의 이동과 자세의 변화 등의 신체적 활동은 연속적인 풍경 변이를 체험하게 한다. 또한 소리는 생동감 있는 현실성을 담보하며, 시각으로 획득한 감각 정보를 증폭함으로써 시각적 환경에 청각적 심상이 더해져 작품에 생명을 불어 넣는다. 이러한 오감을 통한 풍부한 경험은 공간 속 한 층을 이루어 작품 안에서 적절히 맞물리고 또 다른 인과관계를 낳게 된다. 풍경에 다가서는 인간의 감각은 그 순간 "인상"으로 이끌어져 풍경의 본질이 심적 현상을 통해 "인식" 속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외부의 사물이 아니라 내부의 정서를 드러내는 작업으로, 감각적인 인식은 서로 의식하며 공존함으로써 새로운 풍경을 탄생시킨다.
『Layered Landscape』展은 작가의 내면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형태로 머물고 있던 풍경에 관한 갖가지 기억들을 갤러리 공간에 부상시켜 체험적, 감각적 풍경으로 재구성해낸다. 유기적 관계의 요소들을 마치 퍼즐을 맞추듯 풍경으로 전개해나감으로써 개인적 기억이 공공의 사유로 공유된다. 전시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불러내고, 기억이 만들어지고, 그 기억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풍경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추적해볼 수 있으며, 이러한 과정은 감정을 깨우고 특별한 정서를 불러오게 한다. ● 보는 이를 고요히 장악하는 풍경작용, 작가의 예술언어에 이끌려 그 풍경 속에 발을 들이면, 어느새 경계는 허물어지고 우리의 셀 수 없는 기억들이 덧입혀져 또 다른 풍경, 또 다른 내가 되어 영원히 갈라진다. 바로 그 순간이 비로소 내가 ‘존재한다’는 실재감을 획득하는 순간이며, 풍경이 혼을 울리는 순간이 된다. ■ 조희승
Vol.20120613l | 김호준展 / KIMHOJUN / 金昊俊 / interactive media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