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 노랑

김희진展 / KIMHEEJIN / 金希珍 / painting   2012_0613 ▶ 2012_0619

김희진_노란 버스 징크스_장지에 채색_130×324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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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613_수요일_05:00pm

기획 / 갤러리 도스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gallerydos.com

1. 나는 종교적인 사람이다. 여기서 종교적 이란 뜻은 초인적인 어떤 것에 기대고 의지하여 행복을 얻고자 하는 인간의 성정을 의미한다. 인간 모두가 어느 정도의 종교성을 갖고 있지만 그 중 나는 유독 더 종교적인 사람이다. 나는 무언가를 믿고 의지하는 것을 좋아하고, 내가 그것을 믿고 따랐을 때 좋은 결과를 얻게 되면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렇게 종교적인 인간인 나는 역설적으로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 나는 종교에 회의적이며 배타적이기까지 하는 가정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항상 기존 종교들을 의심하였고 부정적인 시각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나는 종교적인 인간인데 반해 종교를 가질 수 없는 환경에 있었기 때문에 나만의 믿고 따르는 것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나의 종교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했고 그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냈다. 나는 이것을 '징크스'라 부른다. 나의 '징크스'는 여러 가지가 있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노란 버스를 보면 그날 하루 좋은 일이 생긴다.' 라는 '징크스'이다. 종교가 없는 나에게 나의 '징크스'는 종교인의 종교와 같다. 종교인은 항상 그들의 종교에 대하여 생각하고 모든 결정을 내릴 때 종교의 기준에 맞춰 결정하며 항상 그것을 믿고 의지한다. 나 역시 나의 '징크스'를 항상 생각하고 따르며 '징크스'가 나의 생활의 많은 부분에 개입한다. 따라서 나는 나의 '징크스'를 종교화 하는 작업을 한다. 이 작업을 함으로써 나의 '징크스'가 나에게는 종교인의 종교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김희진_생각이 나눠지는 밤 3_장지에 채색_100×100cm_2012
김희진_밤에 그린 그림 4_장지에 채색_45×45cm_2012
김희진_밤에 그린 그림 5_장지에 채색_45×45cm_2012

2. 나의 종교성은 불안에서 시작한다. 난 내 주변에 있어야 할 것이 없을 때, 혹은 그것이 사라져 버릴 조짐이라도 보이면 매우 불안해하곤 한다. 나는 항상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을 걱정하고 그것에 미리 대처하려 하며, 모든 것이 대비되어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매우 보수적인 사람이다. 나는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싫어하고 기존의 것이 항상 유지되기를 바란다. 나의 가정환경, 현재의 경제적 상태나 사회적 지위, 내가 이루어 놓은 것들이 많이 대단한 것들은 아니지만 이를 잃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회 체제와 같은 환경의 급격한 변화이다. 전쟁, 자연 재해와 같이 내가 이루어 놓은 것, 갖고 있는 것을 없앨 수 있는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기를 항상 원하고 있다. 반대로 내가 안도할 수 있는 것은 계획적이고 예상할 수 있는 것이며 체제 유지, 안정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사회 체제에 적합하도록 나 자신을 맞추며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의 사회 체제가 계속 유지되기를 원하고, 변화가 있다면 그것을 미리 예상하고 그에 대처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대비할 수 없는 불안한 일들은 점점 많아지고 이것들을 피할 수 없다. 얼마 전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분단된 우리나라의 상황과 전쟁의 불안,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기업과 권력, 갑작스런 사람들의 죽음과 질병 등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사건, 사고들이 수도 없이 벌어지는 이 세상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며, 나쁘게도 내가 대비할 수 없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김희진_생각이 나눠지는 밤 1_장지에 채색_130×130cm_2012
김희진_생각이 나눠지는 밤 2_장지에 채색_162×130cm_2012
김희진_골키퍼의 불안 1_장지에 채색_35×25cm_2012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과 그에 대한 점점 커지는 불안, 이에 맞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무언가에 기대고 의지하며 안심하는 방법뿐이다. 내가 대비할 수 있는 사소한 일뿐만 아니라, 내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들까지 나는 절대적이며 초인적인 존재에 기대어 나의 불안을 떨쳐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나의 노란 버스로 대표되는 징크스에 의지하고 그것을 따르며 안도하려 한다. 나는 유독 더 종교적인 사람이지만, 이러한 불안과 종교성은 인간 모두에게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불안으로 인해 추구하는 절대적인 존재와 그에 대한 의지 역시 보편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나는 불안함을 만드는 비절대적인 요소들과/ 이와 비례하여 생기는 절대적 존재의 추구, 안정을 바라는 마음, 이 두 가지가 항상 존재함을 나의 회화의 시작이었던 노란 버스를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불안한 현실 직접 그리고 혹은 현실을 왜곡시켜 표현하면 할수록, 나는 동시에 변화 없이 고요하며 견고한 노란 면을 그려나가야 하고, 이 과정에서 나는 조금이라도 내가 나의 상황을 통제하고 있는 거 같다는 안도감을 얻는다. ■ 김희진

Vol.20120613j | 김희진展 / KIMHEEJIN / 金希珍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