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머금다. - 윤 종 주 10년간의 작업 ● 작품은 정신적 산물이다. 즉, 작품의 외양이 아무리 현란해도 그 궁극적 뿌리는 작가의 가치관에 기인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이렇게 보면 작품을 제대로 읽기란 작가에 대해 진정한 이해의 여부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러한 정황에서 나는 신중해지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나는 작품이 보여주는 외양에 대해 섣부른 속단을 경계하고자 하며 또한 내가 읽어내는 의미와 가치에 대해 거듭 자문하게 된다.

윤종주_she N her_아크릴 물감, 잉크, 미디엄 등_100×80.3cm_2012

10년 세월에 걸친 그의 작품들은 한눈에 보아도 다양한 조형어법이 구사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시기별로 살펴보면, 우선 2001년「flow」또는「flying」이라는 명제로 한 작업에서는 화면에 가해진 순수행위가 특징이다. 테라코타 입자가 섞인 안료는 화면에 압착되는 과정에서 화면을 긁으며 이따금씩 흐름을 타고 선을 남긴다. 이 점으로 미루어 보면 윤종주가 추구하는 것은 색감이 골고루 곱게 잘 펴진 화면이기보다 '순수 동작'이랄 수 있는 단순행위로서의 몸짓, 그리고 그 힘이 만나는 화면과의 작용/반작용 그리고 의도된 과정으로서의 시간이다. 화면으로 다채로운 색감을 구사하지도 않을 뿐더러 거듭되는 손길에 색면의 경계는 허물어져 중성적 색조로 부드러운 흐름을 형성한다. 무상무념의 경지를 느끼게 하는 명상적 분위기는 어느 사상이나 내용을 전달하기 이전에 매우 서정적이며 작품의 아우라를 느끼게 한다.

윤종주_she N her_아크릴 물감, 잉크, 미디엄 등_60.6×50.5cm_2012 윤종주_she N her_아크릴 물감, 잉크, 미디엄 등_60.6×50.5cm_2012

그 다음 2003년의 「flow」 작업에서는 수없이 반복되는 덧칠 작업이 특징이다. 무수히 반복되는 덧칠행위 또한 단순행위의 성격을 갖는다. 여기서도 화면은 유연하고 부드러운 흐름을 보여준다. ● 2006년의 「over there」 작업에서는 색면의 경계가 뚜렷해서 일견 color field painting을 떠올린다. 그러나 시간의 축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마이클 웨슬리(Michael Wesely)의 사진 작업이 더 유사성을 갖는다. 웨슬리는 장노출 방법으로 긴 구간을 촬영하여 그가 지나친 풍경의 모습을 부드러운 색띠로 남긴다. 렌즈-세상을 보는 눈-를 통해 들어온 사물 하나하나의 이미지는 모두 사라지고, 스침과 겹침만이 누적되어 남게 되는 그 화면은 '가시화된 시간'이다. 또한 윤종주 그림에서도 삼라만상의 모든 구체적인 형상은 작가의 무상무념적 행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는 모든 형상이 사라진 무화된 화면에서 공간의 깊이와 물성을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윤종주_she N her_아크릴 물감, 잉크, 미디엄 등_60.6×50.5cm_2012

2009년의「think of the space」작업에서는 실제 건축 공간에 적극적인 설치방법으로 직접적인 공간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고 2010년의 「compromised」작업에서는 '구조'와 '물성'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파라핀을 몽환적 효과를 나타내는데 구사하고 있다. 재료의 적절한 선택으로 이전 작품에서의 순수행위와 덧칠의 작업효과는 극대화 된다. 빛과 색은 저감도의 은은한 울림으로 그만의 독특한 색조(tone)을 만들어 낸다. ● 2010년의 「solid-flexible」작업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명제부터 이원론적이며, 반으로 나뉘어진 화면 위로 몇몇 얼룩 점을 배치하고 있다. 매우 단순하긴 하지만 구성의지가 표출된 조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심미적인 얼룩은 질료의 점성(黏性)을 이용하여 얻는 gradation의 효과로 꽃잎처럼 매우 경쾌하고 아름다운 구성을 보여준다. 행위를 자제하고 자연적 물성을 수용하려는 시도로도 보이는 이 작업은 향 후 윤종주 작품세계의 전조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윤종주_Cherish the time展_누오보 갤러리_2012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통하여 작가가 도달하려는 지점은 어디일까? 우리가 보는 자연과 세상이 궁극적 실체로 볼 수 없는 외피일 뿐이라는 생각은 그의 그림에 적용할 수 있다. 겹겹의 시간의 층이 쌓여 나타나는 이 그림 앞에서 우리는 인간과 사물의 존재, 우주 안에서의 무릇 모든 사물의 유기적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실 현상계의 어느 존재도 영원한 것은 없어 보인다. 또한 어느 하나도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도 없어 그나마 상호관계에서 어렴풋이 짚어질 뿐이며 어느 깨달음의 단계도 영구하지 않아 우리의 사유는 돌고 돌아 언제든 제 자리에 와 있곤 한다. 그의 그림도 지속적으로 한 방향으로만 변증법적인 진화를 한다기보다 윤회적인 사유의 반추가 이루어진다고 보인다.

윤종주_Cherish the time展_누오보 갤러리_2012

이러한 다양한 조형언어를 구사할 수 있음은 물론 얽매이지 않은 작가적 탐구적 태도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윤종주에게서 더욱 중요한 것은 우주적 존재론에 대한 그의 입장이다. '시간을 머금다.'라는 명제로 나는 그의 화업 10년을 표현하고 싶다. ● 지난 10년간의 작업에 대해 면밀히 숙고하면서, 앞으로도 분방한 자유의지와 확고한 철학적 신념으로 새롭게 펼쳐질 윤종주 작품세계에 기대를 갖게 됨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 최승훈

윤종주_she N her_아크릴 물감, 잉크, 미디엄 등_100×80.3cm_2012

Cherish the time. - works of Yoon Jong Ju over last 10 years, ● Art is the product of mental. In other words, no matter how flowery on its appearance, it is a self-evident truth that ultimate root is always upon artist's values. In this sense, reading art work properly depends upon whether there is sincere understanding to artist or not. In this context, I can not be imprudent. Therefore, I try to keep a distance from hasty conclusion and also asking repeatedly about the meaning and value which I have read. ● In her works over 10 years, it is found at a glance that various formative structure and method have been used. As looking by time period, firstly, in the year of 2001, pure action applied on screen is distinctive in works titled 「flow」or「flying」. Pigment mixed with terra-cota particle leaves line along the flow at odd times as scratching scene in the process of compressed on pictures. ● In this connection, the thing artist Yoon Jong Ju follows is not the well-spread screen but is the gesture of simple action as said 'pure action', action & reaction which occurred by the power created by action meets surface and the time of intended process. Not only she does not play with various colors on canvas but also it forms gentle flow with neutral tones as boundary of color plane collapses due to consistent touching by hand. Meditative atmosphere which makes feel a state of impassivity is very lyrical and shows aura of work before conveying contents or idea. ● In works 「flow」of 2003, numerous painting over is its feature. Countless repeat painting-over also has a character of simple action. In here, works still show mild and flexible flow. ● In works「over there」of 2006, color field painting can be remind because it has clear boundary of color plane. But in terms of time accumulation, photography works of Michael Wesly has more similarity. Wesely leaves passed landscape as soft color band with taking long section as using long-time exposure method. Every individual object image through lens - the eye seeing the world- disappears. The screen with only accumulated gaze and overlap is 'visualized time'. Also in works of Yoon Jong Ju, every detailed figure of universe gets infiltrate in the impassivity action by artist. In this process, she can sense a property of material and depth of space in screen where everything disappears. ● In works「think of the space」of 2009, she was experimenting against direct space with aggressive installing in actual architecture space. In works 「compromised」of 2010, she started to expose the awareness about 'structure' and 'material' and present dreamy effect as using paraffin. Properly selected material made her works maximizing its effect of painting-over and pure action shown in previous works. Light and color with tone down sensitive delicate echo makes her unique tone. ● In works「solid-flexible」of 2010, there is something new experiment. The proposition is dualistic in first, some stain dots are placed on screen which is divided into half. It is very simple but it can be said it is expressed figurative of composition will. Aesthetic stains are from gradation effect of material viscosity. It is showing very cheerful and beautiful composition. Those works seem like it was experimenting to accept natural materiality as controlling action. This is also very important in terms of sign which shows the world of art by Yoon Jong Ju. ● Where is the artist's destination through this various experiments above? We can apply the thought that natural and the world are only the outer which can't see the ultimate reality. We can think about organic relationship of all things in universe, the existence of human being and things in this picture of shown layer upon layered time. In fact, it seems like there is nothing eternal in this phenomenal world. ● Besides even one thing can not be existed as independent so it only can be counted vaguely in mutual relation. Not any enlightenment is permanent so that our reason has to be back to its original position after being round and round. Her painting also can be said in this way. It ruminates the reason in the eternal cycle of birth, death and rebirth rather than dialetic revolution forward to one direction. ● Not only can command various figurative language but also not being bound herself are based on inquiring attitude of artist. But the more important thing to Yoon Joung Ju is about her position against universal ontology. I would present her 10 years paintings as the preposition 'cherish the time'. ● It is very much inspiring to have expectation about works of Yoon Jong Ju which will spread newly with resolute philosophical belief with unfettered free will in the future as closely contemplating works over last 10 years. ■ Choi Sung Hoon

Vol.20120612b | 윤종주展 / YOONJONGJU / 尹鐘珠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