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 위의 아이들

2012_0609 ▶ 2012_0623 / 월요일 휴관

작가와의 대화 / 2012_0616_토요일_07:00pm

『안녕,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시간들』/ 공연 –산마을 콜렉티브

참여작가 구름_김꽃_조희진_박희수 김혜민_성기백_다카하시 에미

후원,협찬,주최,기획 / 산마을고등학교 Artist run space413_국도 위의 아이들_김꽃_구름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월요일 휴관

Artist run space 413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4가 31-48번지 Tel. +82.10.9821.0778 www.41-3.com

『국도 위의 아이들』전은 지난 두 달 여 동안 문래동에서 산마을 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한 『국도 위의 아이들』이라는 창작수업의 과정과 결과물을 발표한다. 창작수업은 함께 공동의 전시를 만들기까지가 수업의 내용으로 포함돼있으며 이 전시 또한 수업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수업을 마치며, 또 전시를 열며) 4월. 산마을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맡아 하던 친구(구름)가 내게 아이들과 찾아가겠으니 수업을 함께 해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며칠 고민을 했다. 고민이 되는 내용은 크게 둘. 하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이 가르친다는 방법으로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 둘은 내가 하는 작업이 학생들에게 어떤 교감을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며칠 고민 끝에 내가 가진 고민을 학생들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게 되었고, 수업 안에서 무엇을 가르치는 역할에서 함께 고민하는 학생으로 내 지위를 바꾸면 좋겠다고 결정했다. 수업 명은 '국도 위의 아이들'. 카프카의 단편소설 '국도 위의 아이들'의 내용을 떠올리며 아이들이 내리막길을 내달리고 마을을 헤집고 다니며 보고 듣고 대화하는 상상을 했다. 고속도로처럼 넓고 곧게 뻗어가는 삶의 속도에서 잠시 이탈해 구불거리는 국도를 달리는 느리고 거추장스러운 속도를 학생들에게 던져보기로 했다. 그 시간을 누리게끔 멍석을 깔아주면 학생들은 어떤 행동들을 하게 될까. 그 속도 안에서 예술이라는 것이 녹아있다는 것을 스스로 체험 할 수 있을까. 수업의 커리큘럼이라면 그 멍석의 크기와 모양새를 만들어 주는 것이겠거니 생각했다. 수업은 두 달 동안 여섯 번 이루어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해서 사실은 좀 놀랐다. 학생들이 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에는 아마도 어떤 목적이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에서 삶의 소소한 즐거움과 가치를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수업 안에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 의무감이 아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도구를 늘어놓아주려 노력했기 때문에 스스로 능동적일 수 있지 않았을까.

조해인_해인의 수첩_2012

수업의 첫날은 수첩을 나눠주었고 학생들은 문래동으로 출동했다. 무엇이든 생각이 머물거나 걸음이 멈추면 수첩에 기록해서 저녁 즈음 돌아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학생들이 처음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여유로운 오후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 시간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함도 있었다. 친구들이 동네를 돌아다니는 동안 나는 구름과 함께 413에 앉아 그들을 기다리며 처음 이 동네에 이주해왔던 때를 생각했다. 우리는 저녁에 모여 빙 둘러앉아 각자의 수첩을 들여다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학생들은 그들에게 생소했을 마을의 풍경을 아주 제멋대로 생각하고 한바탕 자지러지게 웃음이 일어나게 솔직하고 멋대로 기록해왔다. 서로의 다른 시각들, 생각들을 보고 들으며 웃다가 진지하게 한숨짓다가 질문하고 대답하는 시간들로 첫 수업을 마무리했다.

주어온 물건들에 대한 대화

두 번째, 세 번째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수첩의 내용을 추적해 나가며 그 장소들에서 옮길 수 있는 어떤 것들을 옮겨왔다. 학생들은 그것들에 많은 감정이입을 하고 있었다. 각자의 삶의 단편적인 기억들을 사물에 점철시키며 사물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며 설명했다. 물론 각자의 감정이입만큼 제 각각의 정도를 보였다. 그 대화의 시간에서 친구들은 사유의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학생들의 생활에서는 일상에서 머무르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즐기는 일이 자주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규칙이 그 시간을 여간 잘 내어주지 않지 않은가. 나는 그 대화의 시간이야 말로 수업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수업을 진행하며 슬쩍 친구들에게 이 물건들로 무엇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운을 띄었다.

작품제작과정

슬쩍 띄운 운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전달되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댓글을 남기며 다음 수업으로 연결되었다. 그런 연결은 처음부터 그린 그림은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생각의 시간은 머무르는 장소에서 다른 어떤 장소로 옮겨 갈수 있는 힘을 지니지 않은가. 학생들은 몇 회에 걸쳐 보냈던 시간의 힘으로 자연스레 일련의 행동을 계획하고 각자 혹은 함께 창작작업을 진행해갔다. 그것을 제작하는 시간으로 나머지 수업은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작업을 하며 이런 질문을 줄곧 했다. "지금 내가 뭘 만들고 있는 거예요?, 이게 작품이 되나요?, 어떤 의미를 담아야 할까요?"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의미는 이미 친구들이 돌아다니고 대화하며 모두 담기지 않았을까?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작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학생들은 나의 대답을'뭐라는 거야' 라는 반응을 보이며 그저 만들었다. 때론 웃고 떠들며 때론 작업실 다락방에 모여 궁시렁거리며 고민하며… ● 다카하시 애미, 이보리, 조해인은 문래동 공장에서 나온 정체를 모르는 검은 가루가 담긴 스타킹자루 몇 개 주어왔다. 그 가루가 무엇인지에 대한 호기심과 왜 스타킹에 넣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가져왔다고 했다. 공장을 돌아다니며 무엇인지 물으며 다니더니 인체에 꽤 해로운 돌가루 비슷한 것이라 아저씨들이 알려주었다 했다. 그리고는 그 자루를 보며 어떤 소설같은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 이야기는 친구들과 대화를 하며 점차 내용이 형성되더니 제법 이야기다워졌다.

다카하시 애미, 이보리, 조해인 은혜의 아버지의 양말과 글
다카하시 애미, 이보리, 조해인 철규의 장례식

성기백은 줄곧 마을을 돌아다니며 어떤 짧은 글을 적어갔다. 동네의 교회에 대해, 마른 개똥에 대해, 지나가는 아저씨에 대해, 많은 글과 그림을 그려내었다. 그리고는 다른 학생들이 작업을 진행할 때 그것들을 관찰하며 또 다른 글을 만들었다. 그 내용들을 전시장 곳곳에 걸어두기로 했다. 김혜민, 조희주는 문전성시라고 적힌 액자와 쇼핑카트, 술병, 담뱃갑들을 가져왔다. 이 둘은 함께 작업했고 한편으로 각자의 작업을 진행했다. 쇼핑카트를 끌고 다니며 술병들을 수집하고 그것을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하는 모양새로 꾸몄다. 꽃마차라고 했다. 해민은 문전성시액자에 페인트를 흘렸고, 희주는 담뱃값과 꽁초를 벽에 배치했다.

김혜민_문전성시_2012
김혜민, 조희주_꽃마차_2012

박희수는 철 가루가 담긴 마대자루, 고장 난 시계, 페트병, 돗자리, 돗자리를 쌓고 있던 천, 빗자루, 유리병, 우산 손잡이를 가져왔다. 그 물건들을 조립하며 어떤 사람의 형상을 만들었는데 담배를 피우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박희수_크악_2012

김희진은 손 장갑 네 켤레, 부서진 타일조각, 고장 난 가습기를 가져왔다. 두 가지의 작업을 했는데 고장난 가습기에게 부치는 편지는 편지의 내용을 낭독하고 녹음해서 가습기와 함께 보여준다. 그리고 나머지 물건들로 바람에 흔들리는 모빌을 만들었다.

김희진_버러진 것들의 모빌_2012
김희진_가습기를 위한 편지_2012

이 수업『국도 위의 아이들』을 개설하며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고 익히는 것에서 벗어나 그저 어떤 목표 없는 시간을 즐기고 각자의 이야기들을 털어 놓았으면 하고 바랬다. 그 바램은 예술이 우리의 삶에 어떤 접근성으로 자리잡고 있는지에 대해 수업을 통해 알아가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세계가 줄곧 빠른 속도만을 위한 구조를 만들어 내고, 우리는 각자의 시간을 찾기 이전에 세계의 구조 속으로 퐁당 빠지는 현실, 그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은 이 수업을 개설한 출발점이 된다. 이런 담론을 이 전시를 통해 이야기하려는 것이 전시의 목표는 아니다. 그저 이 수업을 통해서 그런 것들에 대해 의문을 품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의지일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학생들은 수업에 너무도 충실했고 그 시간을 통해 결과물까지 만들었다. 물론 그들이 만든 작품이 날카롭거나 단단한 모양새이지 않을 수 있으나, 작품을 통해 각자의 삶의 모습을 투영해내고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확실한 듯하다. 이번 전시는 작품을 보여주는 것에도 충분한 의의가 있지만, 두 달 여 동안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하며 행동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에서 더욱 의미를 띤다. ■ 김꽃

Vol.20120609d | 국도 위의 아이들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