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돌아가는 기계 A Machine That Would Go of Itself

2012_0608 ▶ 2012_0629 / 주말 휴관

고창선_한 발로 서서 한 눈으로 보기_혼합제료, 발전기, 필드스코프, 나무, 철, 우레탄 밸리_200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 고창선_조융희_최종하_홍기원

기획 / 아트스페이스 휴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 휴관

아트스페이스 휴 Art Space Hue 경기도 파주시 광인사길 68 성지문화사 3층 302호 Tel. +82.31.955.1595 www.artspacehue.com

현대 한국미술의 아트씬에서 여전히 비주류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키네틱 아트의 경향을 가늠해보는 기획전이다. 제목인 『저절로 돌아가는 기계』는 외부에서 공급되는 에너지 없이도 영원히 스스로 작동하는 장치를 꿈꾸었던 근대 과학자들, 기계 시설자들을 연상시킨다. 어쩌면 키네틱 아트란 이미 과학적으로 그러한 기계는 불가능하나 단지 꿈이라고 밝혀진 세계에서, 예술의 영역에서 새롭게 번역되고 자라난 꿈이나 욕망을 의미할 지도 모른다. 이러한 근대 정신의 현대적 과학과 중세의 신화적 연금술이 기묘하게 융합된 세계로서 키네틱 아트를 새롭게 해석해보려는 기획이다. ■ 아트스페이스 휴 기획팀

홍기원_14.2.2010 +Suspicion_혼합재료_장소특정적 설치_2011
홍기원_Fancy twisters_혼합재료_장소특정적 설치_2010~1

움직임. 기계. 인간 : 아트스페이스휴 『저절로 돌아가는 기계』"밤이 되어 하얗게 전율하며 작열하는 병기공장과 강렬한 전등들이 이글거리는 조선소를, 뱀처럼 피어 오르는 연기를 탐욕스럽게 삼키는 기차역을, 곡선을 그리며 길게 꼬리를 드리운 연기가 만들어낸 구름을 굴뚝 끝에 걸고 있는 공장들을, 거인 운동선수처럼 강물 속을 뽐내며 걸어가는 교각들이 칼처럼 태양 아래에서 번쩍이는 것을, 킁킁거리며 수평선의 냄새를 맡는 모험심 강한 선박들을, 배관으로 고삐를 채운 거대한 철마의 발굽처럼 바퀴로 선로를 긁으며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우레 같은 소리를 내지르는 기관차들을, 그리고 프로펠러가 깃발처럼 바람 속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열광하는 날렵한 비행기의 비행을 노래할 것이다." - Filippo Tommaso Emilio Marinetti

최종하_Utterance Cancellation (취소기계)_혼합재료_110×120×90cm_2011
최종하_Audio Equipment2_혼합재료_80×40×25cm_2010

인간이 기계를 찬양하던 시절. 찬란한 미래가 기계로부터 만들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가득했던 때가 있었다. 과거의 유산을 버리고 새로운 문명의 산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자는 미래주의자들의 전위적 선언은 이론적 이즘을 넘어 일종의 믿음으로서 혹은 운동의 방향으로서 존재했다. 당연하게도 기계는 인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굳이 하이데거의 기술론까지 소급하지 않더라도, 발달된 기계 문명은 도구적-이념적 기술(계)론을 넘어 본질로서 존재했다. 새로운 기계는 과거 생각하지 못한 속도와 편리를 제공했으며, 인간이 가진 몇몇 굳건한 신념조차 흔들어놓았다. 인간의 사고는 언제부터인가, 스스로가 만들어낸 기계에 의해 다시 확장되는 반복적 흐름 속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과거 고정된 예술 작품에 움직임을 부여했던 키네틱 아트(Kinetic Art)는 미래주의적 산물을 넘어 예술에 있어 관객과 작품의 관계를 재설정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흐름을 제시한 셈이다. 과거 예술 작품은 그 형태적 혹은 의미적 측면에서 고정된 것이었다. 감상을 위해서 관람객들에게는 작품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위치변동이 요구되었으며, 정적인 예술 작품은 인간의 사고 속에서만 활발한 그 무엇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술은 기술 매개된 기계를 예술 장르 속에 편입시켰다. 예술 작품은 스스로의 모습을 변화시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조융희_ANOTHER VIEW _ DESIRE1_레진, 철, 스테인리스 스틸 거울, 모터_2010

아트스페이스 휴의 2012년 기획전 '저절로 돌아가는 기계' 展에는 4인의 아티스트들에 의한 작업이 선보여지게 된다. 이 작품들은 흔히 '키네틱아트' 라는 장르로서 설명될 수 있다. 다만 기술-기계에 관한 해석과 믿음이 시대마다 그 형태와 유형을 달리하듯, 기술매체가 매개된 키네틱 예술 작품 또한 과거의 그것과는 의미를 달리한다. 미래주의자들에게 기계 자체와 기계화된 예술 작품이 미래에 관한 희망적 비젼을 제시했다면, 이번 전시에 포함된 작품들은 이미 기술에 의해 과도하게 발전된 현재 시점의 문제들을 풀어놓는다. 즉, 기술 매체에 의한 왜곡된 현실이 드러나거나 (조융희), 현대인들의 강박관념을 대체하는 기계로서 (최종하), 또는 레디-메이드한 기계 장치들의 상징으로서 (홍기원), 심지어 탈-기계화하기 위한 자가운동장치로서 (고창선) 말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기계를 단순히 예술 작품을 위한 오브제 로서가 아닌 도구적 기능주의를 벗어던진 상징적 메타포로 이용한다.

조융희_We' re same, but different_레진, 철, 스테인리스 스틸 거울, 모터_2010

기술은 우리의 상상의 영역에 침투한다. 많은 학자 및 과학기술자들은 기술을 발전시키는 필수 요소로서 인간의 상상력을 꼽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인간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것도 기술이다. 그 옛날 밤하늘의 달은 우리에게 염원의 대상이자 상상 속에 존재하는 이상향이었지만, 기술적 정복이 완료된 현재 시점에서의 달은 과거와는 달리 현실적 대상이 되어버렸다. 기술중심적 사고로 보자면 시대가 변화할수록 그 변화의 중심엔 기술-매체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기술이 본래의 목적대로 인간과 공존하기 위해선 그것이 지닌 기능적-도구적 역할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그것이 기술을 매개한 예술의 최소한의 책임이며, 예술과 기술매체, 기계와 인간이 꿈꾸는 새로운 이샹향을 위한 최대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 유원준

Vol.20120608k | 저절로 돌아가는 기계 A Machine That Would Go of Itself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