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발

Ulsan International Woodcut Print Art Festival 2012展   2012_0606 ▶ 2012_0612

초대일시 / 2012_0607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CHINA / Chen Qi_Chen Zhao_Kang Jianfei Wang Jianru_You Yu_Zhang Minjie_Zhao Haipeng JAPAN / Akira Kurosaki_Hiroko Furuya_Ikuhiro Kugo Keisei Kobayashi_Saito Rika_Seiko Kawachi_Teruo Isomi KOREA / Kang dongseak_Kang Haengbok_Kwak Nasil Kim Kyungbae_Kim Kyungsoo_Kim Dongin Kim Sangku_Kim Seokwhan_Kim Seop Kim Eok_Kim Youngman_Kim YooKyung _Kim Inja Kim Jeongim_Kim Jongryeol_Kim Joonkwon Kim Joongkeol_Kim Hanyoung_Kim Hyungdae Kim Hyo_Namkung San_Nam Sanghee Noh Seobok_Moon Hyunkyung_Min Kyeongah Park Guhwan_Park Kiran _Park Jeongwon Park Hyunsoo_Bae Namkyung_Suh Sanghwan Seo Hyunju_Son Kihwan_Song, Burnsoo Song Sooknam_An Jeongmin_An Hyeja Oh Sunyoung_Oh Younghee_Woo Hyekyeong Yook Kyoungran_Youn Byongmi_Yoon Yeogeol Lee Kyunghee_Lee Kyunghee_Lee Sangguk Lee Seoksoon_Lee Seungil_Lee Wonsuk Lee Yunyop_Lee Hana_Lee Hyoim Im byoungjoong_Im YoungJae_Jo Hyangsook Cho Hyekyoung_Ju Sungtae_Chun Jinkyoo Choi Jongsik_Choi Chisook_Han Hyo jeong Hur Eunnyong_Hong Seonwung_Hong Seunghye Hong Yun_Hong Ikjong_Hong Jinsuk_Hwang Inja

주최 / 울산제일일보 주관 / 2012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발 운영위원회 후원 / 울산광역시_한국현대목판화협회

관람시간 / 10:00am~08:00pm

울산문화예술회관 ULSAN CULTURE ART CENTER 울산시 남구 달동 413-13번지(번영로 200) Tel. +82.52.275.9623~8 www.ucac.or.kr

한·중·일 목판화의 지역성과 세계성 - 제1회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발에 부쳐 ● 아시아 최초의 목판화국제전이 울산에서 열린다. 목판화가 발달한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목판화 단일 장르로는 국제전이 개최된 적이 없는데, 한국에서, 그것도 지역인 울산에서 이런 전문적인 국제전이 열리니 판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기쁘고 고마운 생각이 든다. 특히 국내 대표적인 작가들과 함께 일본과 중국의 저명한 작가들까지 참가한 대규모 전시이니만큼, 아시아 목판화의 주요한 흐름을 일별할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큰 전시라 하겠다. 올 해 처음으로 개최되는 제1회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발』은 우선적으로 한·중·일의 목판화를 대상으로 하였으나, 앞으로는 세계 각국의 주요한 작가들과 작품들로 확대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니 더 놀랍고 기대가 크다. 한·중·일 현대목판화는 세계목판화에서 가장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전통적 역사성과 현대미술로서의 미학적 수준이 높아서 더 그렇다. 서구의 그것이 상당부분 과거의 출판 일러스트에 연계된 그래픽적 성향이 두드러짐에 비해, 한·중·일의 현대목판화는 오히려 순수미술의 성격이 더 크다는 점에서 그런 특성은 두드러진다. 이는 한·중·일 목판화가들의 상당수가 회화와 연계된 작가출신이란 점에서 연유한다. 따라서 회화적인 주제의식, 장르 개념, 목판화 특유의 도상, 제판, 인쇄의 모던한 방법론을 개진해 오면서도, 각 나라마다의 미학적 특성을 동시에 견인해온 것이다. 부연해서 설명하자면, 그리고 세계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동북아 3국 목판화의 뛰어난 전통적 인쇄문화의 분모위에, 다시 지역(국가)성과 시대성 등의 차별성, 그리고 미적 특수성의 차이를 한·중·일의 현대목판화는 그 형식과 내용을 통하여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대_Halo 11-1008_35×60cm_2011

이런 동북아 3국 현대목판화의 현재 흐름의 비교·분석을 통한 아시아목판화의 양과 질의 발전을 위해, 이번 제1회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발』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세계경제가 블록화 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각 대륙과 국가간 문화의 블록화와 경쟁 또한 치열하게 전개되는 것이 현실이다. '문화' 라는 일반명사에 '정책' 이나 '산업', '전쟁'과 같은 소위 정치사회적(군사적)인 용어가 결합하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그만큼 후기산업사회에서 문화는 글로벌 경쟁을 주도하는 주요한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량 자본에 의해 서울과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그러면서도 인기 있는 장르를 중심으로만 반복 기획되는 유사한 대형 문화행사들의 교집합이, 오히려 독자적 콘텐츠로서의 가능성 있는 소수 장르들을 고사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문화의 특수성과 함께, 그 특수성을 넘을 수 있는 보편성을 얻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건 이 때문이다. 즉 중앙과의 차별화를 통한 소외된 분야의 문화컨텐츠 생산을 통한 중앙으로의 역진출이 유효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지역에서 좀 더 세밀한 시각으로 문화행사의 기획이 필요한 건 이런 독자적 문화생산력의 가능성 때문이다.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발』은 특정한 지역적 연고성을 갖지 않는 목판화장르를 통하여 가장 독특한 지역 문화콘텐츠 개발의 전략적 가능성을 선점한 예가 된다. 물론 그것은 첫 번째 전시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또 앞으로고 좀 더 많은 국가들의 참여와, 좀 더 큰 규모로 그 양와 질에 있어서 더욱 발전적인 과정을 이끌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 결과로, 한국 고·근·현대목판화의 우수한 미학적·역사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또 세계목판화의 가교역할을 하는 축제로 자리 잡으면서 울산에서 지역문화산업의 공공적 가능성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지역에서 성공한 문화 프로젝트와 그 결과물이 역설적으로 중앙으로, 그리고 국제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문화적 부가가치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발』의 향후 지속적인 활동은 그런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의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임영재_Loving touch-25_목판화_70×106cm_2012

동북아 3국인 한국·중국·일본은 전통적인 목판화 강국이다. 한·중·일 모두 목판인쇄술과 목판화의 전통은 깊고도 넓다. 한국은 세계최초의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無垢淨光大陀羅尼經, 751』, 세계최초의 목활자 인쇄술 『개국원종공신록권 開國原從功臣錄券, 1397』, 세계최고의 목판인쇄술로 평가받는 『팔만대장경 八萬大藏經』등의 전통이 있고, 다시 이를 바탕으로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하게 된다. 한편 중국은 세계최초로 목판화를 불경에 삽화로 사용했다. 868년 『금강반야바라밀경 金剛般若波羅密經』의 석가설법도 변상도가 그것이다. 일본에서는 770년에 제작된 백만탑다라니경(百萬塔陀羅尼經)이 한국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 751』 이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의 전통을 갖고 있다. 한·중·일 3국의 목판화는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뛰어난 목판 인쇄술과, 목판화의 전통을 갖고 있다. 이는 고대 한·중·일의 인쇄술 뿐 아니라 종교·학문·예술·출판디자인의 뛰어난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목판화는 인쇄술의 발달과 맞물려 있는데, 목판화의 강국이라 함은 곧 목판인쇄술의 역사가 길다는 뜻도 되지만, 이 말의 의미를 더 넓혀보면 출판, 종교, 학문이 존중받았고 그 수준 또한 상당하다는 것도 되고, 동시에 목판인쇄술이 일상문화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또 소통되었다는 뜻도 된다. 거기에 덧붙여서 현대미술로서의 목판화와 일상에서 사용되는 디자인(일러스트)적 기능도 활성화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You Yu_Manifestations of Nature Near the Hills I_목판인쇄_50×70cm_2011

각 나라마다의 독특한 전통을 바탕으로 상호 다르게 전개되어온 목판화의 미감은 오늘날 한·중·일의 현대목판화를 세계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은 토대가 되었다. 물론 어느 나라든지 목판인쇄술과 목판화의 전통이 있다. 그렇지만 한·중·일처럼 지속적인 발전과 독자적인 미의식을 오늘날 현대미술로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전개시켜온 나라는 드물다. 동북아 3국의 목판화가 그 지역적 독자성과 더불어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의 단서가 여기에 있다. 서책의 출판을 위한 삽화와 일러스트의 바탕에서 1,000년 이상 지속된 목판화는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순수미술로 그 영역을 넓혔다. 서구에서는 알브레이트 뒤러(Dürer, Albrecht 1471-1528)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기술되지만, 본격적인 것은 역시 19세기 후반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이나 뭉크(Edvard Munch 1863~1944)와 1910년대 독일표현주의 목판화를 엄밀한 의미에서의 현대미술로의 편입 가능한 독립된 판화장르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아시아에서도 목판화의 순수미술로의 편입은 20세기 초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 중국으로 확대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이미 에도시대(1603~1867) 서민계층을 기반으로 한 우키요에(浮(き)世絵)의 튼실한 전통을 갖고 있던 일본의 목판화는, 1900년대 본격적으로 현대적인 창작판화예술로 탈바꿈하며 오늘날까지도 일본 현대미술의 중요한 축이 된다. 1904년 문예잡지인 『명성明星』에 게재된 야마모또 카나에의 『어부漁夫』를 시작으로 이시이 하쿠테이, 모리타 코유우 등이 미술잡지인 『방촌方寸』에 창작목판화를 게재하며 근대적인 목판화를 진행한다. 이후 1914년 판화잡지 『월영月映』의 창간, 거기에서 온치(恩地)는 일본최초의 추상화를 목판화로 게재한다. 일본 추상미술의 시작점이 목판화로부터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그리고 1919년 『일본창작판화협회』의 설립, 종합판화잡지인 『흑과 백』『판화예술』의 창간, 1931년의 『일본판화협회』, 1932년 프롤레타리아 목판화를 추구하는 『신판화집단』 등으로 활발하게 전개된다. 그 결과 전후부터 일본의 목판화는 현대미술의 중심부에서 활발한 주요매체로 자리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Zhang Minjie_winter No.1_목판화_27×39×3cm_2010

중국에서는 1931년의 노신(1881-1936)이 주도한 강습회로(一八藝社 작가 포함)부터 근대적인 의미의 목판화가 전개되었다. 1902년 일본을 유학했던 노신은 이후 1910~20년대 일본을 왕래하면서 독일표현주의목판화와 일본의 목판화운동을 접하고 예술의 정치사회적 소통 가능성을 중국에서 실현시키고자 한 것이다. 胡一川, 夏明, 曹白, 力群, 葉洛등이 이 때 활동한 주요작가들이다. 이후 1940년대의 일본과의 항전기, 국공내전기, 1950년대 중화인민공화국까지 중요한 프로파간다 매체로 자리 잡으며 오늘날까지 여전히 활성화되고 있다. 또한 이와는 다르게 중국 고유의 뛰어난 장인적 기술에 기반한 수인(水印)목판화도 오늘날까지 중요한 장르로 자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1920년대 몇 몇 작가들에 의해 개별적으로 순수한 목판화미술이 시작된다. 현재 전해지는 작품으로는 1928년 『휘문徽文』교지의 표지화로 게재된 조각가 장발의 풍경화와, 1930년 『양정養正』교지에 실린 화가 이병규의 인물목판화가 최초의 근대목판화로 추정된다. 실제 작품이 전해지지 않고 인쇄된 표지화로만 남아있어서 추정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국과 일본에서의 목판화가 많은 작가들이 참여한 운동의 성격이 짙었음에 비해 한국에서는 작가들 개인적으로 진행된 이유로 본격적인 확산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한국근대미술에서 중요한 지점을 차지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장발, 이병규, 이인성, 최지원, 배운성, 최영림 등의 작품이 1930년대 이후의 맥락을 차지한다. 이후 해방공간에서 좌익미술운동가들의 선전매체로 활발하게 활용되었으나, 한국전쟁이후 상당기간 침체되었다가 1960년대부터 본격적인 현대미술로 등장하고 70년대의 성장기, 80년대의 활황기, 90년대의 완숙기를 거쳐 오늘의 다양한 형식과 내용에 이르렀다. 앞에서 개략적으로 기술한 한·중·일 현대목판화의 공통적 흐름을 보면 20세기 초반을 기준으로 근대적인 장르개념에서 그 출발이 전개된다. 이는 개화기 아시아권의 서구문화와의 접목과 관련이 있으며, 한편으로는 각 나라마다의 정치사회적 환경이 서구적 근대화를 수용할 수밖에 없어서이기도 했다. 시각문화인 미술에 있어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서양화의 수용과 함께 전통적인 회화의 시(視)방식과 그리기 방식 모두 획기적인 변화를 맞게 되었다. 목판화도 마찬가지였다. 천 여 년 이상의 전통을 갖고 있던 고판화(출판미술)의 '삽화'로부터 독립된 '작품'의 개념으로, 선각(線刻)중심의 형태묘사에서 선을 포함한 면과 작가내면의 드러냄을 중시하는 회화적 표현으로 자리 잡으며, 근대적인 독립된 매체로 창작판화의 성격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는 당시 동아시아 전체의 공통적인 역사적 배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기 서구의 근대적인 문물을 수용하면서, 전통과의 연계와 일탈을 새로운 현대적인 미의식으로 구축하려던, 개화에 대한 지향성이 그것이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미술에 있어서 이런 모던한 조형어법이나 복수성이 가능한 매체의 장점은 당연히 적극적으로 수용되었다. 이런 근대기 이후 한·중·일의 목판화는 앞서 거론했듯이 서로 다른 방식과 궤적으로 진행되며 오늘에 이르렀다. 고·근대 목판화가 당시의 역사적 배경에서는 한·중·일 모두 공통점을 갖지만 점차적으로 현대미술로 이르는 과정에서 각 나라마다, 지역마다, 작가들마다 서로 다른 다양함으로 전개되며 한·중·일의 현대미술에 있어서 중요한 자리를 잡게 되었다.

Akira Kurosaki_Forbidden Zone3_한지에 목판화_90×60cm_2009

제1회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발』은 앞서 기술한 한·중·일의 고·근대 목판화의 역사성에 바탕한 현재의 조형성이 결집되는 최초의 현장이다. 각국 목판화의 동시대적인 너비와 현대적인 깊이가 펼쳐진다. 그러나 이제까지는 각 나라마다의 목판화에 대한 정보교환이나 상호간의 비교 연구, 공동의 전시활동이 미비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을 보완하면서 우선 아시아권 목판화의 블록화를 위한 교두보로 제1회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발』이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중·일을 시작으로 차후 아시아 전체와 타 대륙 간의 목판화를 통한 교류의 진작은, 앞으로 이 전시의 역할이 단순한 지방 문화행사를 넘어서서 문화기획의 공공적 가치의 확인과, 우리 목판화의 국제적인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만들게 될 것이다. 올 해 첫 전시에는 일본작가 7명, 중국작가 7명, 그리고 한국작가 68명 등 총82명이 초대되었다. 각국의 현대목판화를 대표할 만한 뛰어난 현역작가들이다. 일본작가로는 Akira Kurosaki, Hiroko Furuya, Ikuhiro Kugo, Keisei Kobayashi, Saito Rika, Seiko Kawachi, Teruo Isomi 등이 있고, 중국작가로는 Chen Qi, Chen Zhao, Kang Jianfei, Wang Jianru, You Yu, Zhang Minjie, Zhao Haipeng 등이 참여한다. 그리고 한국은 김형대, 서상환, 송번수, 김상구, 이승일, 이상국 등의 6,70대부터 20대의 젊은 작가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넓은 스펙트럼을 갖는다. 각국을 대표할만한 이 작가들은 가장 원초적인 날 것의 목각판법으로부터, 각자 갈고 닦은 다양한 칼의 구사와 제판기법, 프린팅에 이르기까지 목판화가 보여줄 수 있는 온갖 기술과 형식을 보여줄 것이다. 뿐인가 각 작가마다의 내면적 서정과 세계에 대한 서사적인 내용들까지 아울러서 뛰어난 이미지로 펼쳐 보일 것이다. 한마디로 동북아 3국 목판화의 향연이라 하겠다.

Seiko Kawachi_Flyi Dubai_목판화_91×60.5cm_2010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향연 뒤로,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한·중·일 목판화 모두 과거 한 때의 전성기를 지나 지금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철저하게 장인성과 육체적인 노동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목판화의 특성이 디지털기술에 의한 정보, 자본, 속도를 추구하는 후기산업사회의 대중들과 소통의 간극이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강의 앞 물결이 뒷 물결에 밀려나듯이, 지난 시대의 문화가 뒤의 문화에 의해 거세당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목판화도 이런 문화 환경에서 점차 위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대미술 전반에 있어서 재료와 형식, 장르와 미디어, 개념과 관념 등의 획기적인 일탈과 실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존의 장르개념들이 전복되고 있는 지금에 있어서, 아날로그보다도 훨씬 이전의 수공적 방식에 의존하는 목판화의 정체성과 존재근거는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현상일 것이다. 이 지점이 바로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발』이 필요한 이유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별로 없이 그동안 작가들 개별적으로 진행되어온 아시아 목판화의 전후, 좌우, 상하, 과거와 현재를 총체적으로 반성함으로, 향후 전 세계와 교류하고 넘나들 수 있는 경쟁력의 토대를 보다 튼실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작가들의 열정과 의지만으로 생존해 왔음에도 오늘의 목판화가 그 형식이나 내용에 있어서 뛰어난 발전을 이루어 왔음을 보면,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발』과 같은 대형전시를 통한 지속적인 제도적 지원은 더욱 동북아권 목판화의 질과 양을 고양하며, 아시아 목판화가 세계 목판화의 중심축으로 성장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발』의 건투를 기대한다. ■ 김진하

Vol.20120606h | 제1회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발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