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라이프 그리고 다이어리 30년 Rhythm, Life and Diary 30years

김정임展 / KIMJEONGIM / 金靜任 / mixed media   2012_0604 ▶ 2012_0613

김정임_Diary-A Passage to the Spring_혼합재료_60×30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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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604_월요일

기획 / 가톨릭센터(가톨릭센터 개관 30주면 기념) 후원 / 가톨릭신문사_부산평화방송

관람시간 / 11:00am~08:00pm

갤러리 대청 부산시 중구 대청동 4가 81-1번지 가톨릭센터 Tel. +82.51.462.1870 www.bccenter.or.kr

그림은 크게 재현적인 것과 비재현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재현적인 그림이 라면 실제의 물상이나 인물을 대상으로 하며, 비재현적인 그림은 대체로 화가 자신의 심상에 의존하는 경우이다. 재현적인 그림은 실제의 사실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에 자의적인 해석의 여지가 좁은 편이다. 반면에 비재현적인 그림은 표현기법 및 방법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자유로운 해석 은 화가 자신의 심상이 주도하게 마련이어서 개인적인 감정의 흐름에 크게 좌우된 다. 다시 말해 일상적인 생활감정을 포함하여 특별한 경험이나 작업하는 순간 의 미적 감흥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그림 속의 소재는 물론이요, 점·선· 면·색·비례·균제·조화·통일 따위의 조형적인 요소에 감정이 그대로 반영된 다. 이렇게 보면 그림은 감정의 산물인지 모른다.

김정임_Isola Intaglio_16×24cm_1982

김정임의 판화는 비재현적이다. 그림 속에서 볼 수 있는 형상은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물상들이다. 그러나 실제를 충실히 재현하는 그림이 아니다. 우선 소재 및 대상의 형태가 사실성으로부터 벗어나 있기에 그렇다. 그 형태는 단순화되거나 왜곡 또는 변형되어 있다.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실제의 형 태미와는 상관없이 자의적인 해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울러 구성 및 구도 에서 현실적인 공간을 의식하지 않은 채 소재가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다. 이로써 알 수 있듯이 그의 그림은 사실성 또는 재현성과는 다른 성향이다. 그래 서일까. 그의 그림을 보면서 시각적인 자유로움은 물론 감정의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 사실적인 형태가 주는 경직된 분위기와는 달리 자의적인 해석을 통해 전개되는 형상에서는 열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까닭이다. 이처럼 그의 그림은 어떤 조형적인 규칙이나 형식의 틀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 움을 구가한다. 이는 그림이 그 자신을 가두어 놓는 장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시각에 기인한다. 즉, 그 자신을 얽매는 일상적인 규범이나 사회적인 약속 따위 가 주는 부담에서 벗어나 그 자신만의 독립적인 공간을 마련하려는 의지와 무 관하지 않다. ● 예술이란 궁극적으로 기존의 형식미를 타파하는 새로움, 즉 창의성을 윤리로 한다. 창의성은 다름 아닌 자유정신의 산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그림 또한 자유의지의 표상일 수밖에 없다. 그 자유로움이야말로 조형적인 개별성, 즉 형 식미를 보장하는 첩경이다. 어쩌면 그에게 그림은 개인사적인 기록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일기일 수도 있 다. 나날의 생활에서 부딪치는 일상사들에 대한 허심탄회한 감정의 토로일 수 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개별적인 체험과 그로부터 발 생하는 감정을 반영하는 작품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일상사는 대부분 교 수로서의 외부적인 활동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회활동과 관련이 있다. 그런 의 미에서 그의 그림은 한 여성으로서 교수로서 그리고 화가로서 부딪치는 일들에 대한 소박한 진술이라는 형식을 보여준다.

김정임_Rhythm 8601_애쿼틴트, 에칭_19.5×54cm_1986
김정임_Rhythm 9205_리소그래피_60×99cm_1992

소재도 이와 같은 일상생활의 범주를 넘지 않는다. 그림의 소재나 배경은 대체 로 실내라는 한정된 공간에 국한하고 있다. 이는 생활의 패턴과 연관성을 가지 는 것으로 이해된다. 학교 실습실과 개인공방 그리고 집으로 연계되는 단출한 생활공간에서 만나는 소재들이 중심을 이루는 까닭이다. 물론 피아노·첼로· 바이올린·악보 따위의 음악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소재들을 비롯하여 나무· 새·숲·꽃과 같은 자연 물상이나 자연 현상, 그리고 인물도 있다. 그럼에도 그림의 중심적인 소재는 탁자·의자·화병·화초가 대종을 이룬다. 이들 소재는 그 자신의 생활 공간과 사색의 영역을 그대로 보여준다. 다시 말해 사회 활동을 하는 가운데서도 여성으로서의 정서 및 삶의 내용이 숨김없이 드 러나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임에도 거기에 반응하는 감정 은 결코 동일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동일한 소재가 반복되는데도 불 구하고 민감한 그의 미적 감수성은 작품마다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만 큼 감정의 폭이 넓고 깊으며, 조형적인 사유의 폭 또한 거기에 비례한다는 사실 을 말해준다. ● 그래서일까. 그의 그림은 여성적인 섬세한 감정의 흐름을 그대로 묻혀낸다. 무 엇보다도 판화라는 작업이 가지고 있는 섬세한 표현력은 감정의 흐름을 포함한 내면적인 세계를 드러내는 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특히 목판 화는 예리한 조각도에 의해 형태가 만들어지는 까닭에 세밀하고 정밀한 표현이 가능하다. 그런가 하면 다색판화의 경우 판이 겹쳐지는 과정에서 예측하기 힘든 다양한 색채이미지 및 형태가 만들어지는데, 바로 이 우연성을 통해 미세한 감정의 흐 름이 드러난다. 그 미세한 표정은 그의 작품에서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거드는 한편 전체적인 색채의 뉘앙스를 풍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석판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석판화에서는 조각도 대신에 붓이 이용되지만 균질 한 판면에 처리되는 물감의 농도에 의한 변화는 눈부시다. 그는 수채 또는 과슈 에서 얻을 수 있는 색채효과를 응용하면서 자유로운 붓질을 그대로 살리고 있 다. 이렇듯이 붓질의 자국은 오히려 유채화나 수채화 또는 과슈화보다도 더욱 섬세하게 나타난다. 붓에 실린 그 자신의 감정의 올이 그대로 읽혀질 정도이다. 이러한 작품은 판화의 영역을 넘어 유채화나 수채화의 표현적인 순수성에 근접 하고 있다.

김정임_Life-0004_리소그래피_60×80cm_2000
김정임_Diary-In the PastⅢ_리소그래피_90×280cm_2007

그림의 소재와 구성 그리고 섬세한 표정을 읽어가다 보면 그의 내면세계가 손 끝에 잡힐 듯 싶다. 무언가 여리고 애잔한 감정이 묻어나는 것이다. 꽃, 새, 나 무, 악기 따위의 소재들은 사랑과 낭만과 행복 따위의 이미지가 연상되는데도 불구하고 그림의 정서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 왠지 외로움, 그리움, 기다림 따 위의 애조가 깃들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의 사적인 삶에 대한 선입견을 지울지 라도 그러한 정서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일상적인 감정에 솔직한 그 자신 의 삶의 태도에서 비롯되는지 모른다. 이러한 그림의 정서는 단수로 된 소재의 배치, 즉 화병이나 꽃, 의자, 탁자, 새 따위의 소재들이 여러개가 아니라 하나로 그치는 단출한 구성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렇듯이 단출한 소재는 어딘가 쓸쓸하다는 감정을 일으킨다. 소재의 단수는 어떤 식으로든지 그 자신의 일상적인 삶의 한 단면을 상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감정이 보는 이를 감염시킬 위험 성은 없다. 이는 순전히 누가 침범할 수 없는 그 자신의 사적인 공간에서 이루 어지는 사유의 한 증표로서 제시되기 때문이다. ● 다만 우리는 그의 그림을 보면서 그가 꿈꾸는 세계를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향 한 나만의 창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운다. 그리고 그 창을 통해 우 리는 이제껏 닫아 놓았던 마음의 창을 제칠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 의 그림에는 그런 조심스러운 제안이 담겨 있다. 따라서 그의 그림을 보면서 우 리는 세상을 긍정의 눈으로 보는 습관에 길들여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 는 것이다. ■ 신항섭

김정임_Diary-After Read the 'Shopaholic' Ⅳ,Ⅲ_우드컷_40×40cm_2009

작가 김정임 교수는 1982년 6월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동아대학교 문리과대학 회화학과 교수(전임강사)로 부임하여 후진 양성과 작품 활동에 매진한지 30년이 됨을 기념하여 5년여 간의 출판구상과 자료준비를 통하여 완성된 화집이다. 화집의 내용은 작품 주제 및 표현 기법에 따라 크게 4부로 나눌 수 있다. ● 제 1부 Etude(습작)는 1982년부터 1984년까지 동판화, 즉 Aquatint, Etching 기법으로 정해진 테마 없이 제작된 작품이며, 제 2부 Rhythm은 1985년부터 1995년 까지, Color Etching과 회화적인 기법의 Lithography(석판화)로, 리듬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표현 제작한 작품이다. 제 3부 Life는 1995년부터 2004년까지 석판화와 Woodcut(목판화)로 작가의 삶에 대한 느낌, 즉 희.노.애.락을 나무나 화병, 또는 악기 등으로 현실에 대한 작가내면의 세계를 상징하여 표현 제작한 작품이며, 제 4부 Diary는 2005년에서 현재에 이르는, 말 그대로 일상의 기록을 일기처럼 글로 써내려가듯 제작한 작품이다. 표현 기법으로는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에 부합하는 기법을 선택하거나 서로 혼합시킴으로써 그 표현 영역을 넓히고 있다. ● 작가노트에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적게 남은…."이라고 했듯이 작가 김정임은 새로움을 추구하기보다 30년이라는 시간을 되돌아봄으로 남은 생(生)을 정리해 보고자 하는 작가의 뜻이 담긴 화집이며 또한 교육자로써 초심의 자세로 남은 기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다짐의 기회가 되길 바라는 뜻으로 본 화집 발간의 의미를 두고 있다. 지난 30년 중 17년간 부산 가톨릭센터 2층에 임대 입주하여 작업하였고, 가톨릭센터 또한 올해로 개관 30주년을 맞아 그 기념으로 김정임 초대전을 기획하고, 부산 평화방송과 가톨릭신문사의 후원으로 6월 4일에서 13일까지 10일간 가톨릭센터 대청갤러리에서 김정임 초대전이 열린다. 화집의 첫 장부터, 끝까지 차근히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작가 김정임의 삶의 역사가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김정임

Vol.20120604a | 김정임展 / KIMJEONGIM / 金靜任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