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of City

이윤기展 / LEEYOONKEE / 李潤基 / photography   2012_0601 ▶ 2012_0614 / 일요일 휴관

이윤기_The Face of City#01_C 프린트_20×24inch_201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브레송 GALLERY BRESSON 서울 중구 충무로2가 고려빌딩 B1 Tel. +82.2.2269.2613 cafe.daum.net/gallerybresson

도시의 얼굴 ● 도시를 촬영한 사진들을 단순하게 분류해 보면 두 가지 커다란 흐름이 있다. 하나는 도시에 거주하는 인간들의 관계를 묘사한 사진이고, 또 다른 하나는 도시의 경관을 찍은 것이다. 19세기 나폴레옹 3세의 명을 받아 오래된 집들이 즐비한 곳이 새로운 시가지로 변화하는 모습을 기록했던 샤를 마르빌Charles Marville 의 도시 경관 작업은 외젠 아트제Eugene Atget 에 의해 꽃을 피운다. 30년 동안 파리를 배회하며 촬영했던 아트제의 사진은 비록 도큐먼트이지만, 기록이라고 하는 행위를 철저히 함으로써 기록이라는 그 목적 자체를 초월해 버렸던 사진이다. 아트제의 사진에 찍힌 것은 옛 파리의 외관뿐만이 아니라 그곳의 사진 아우라였다면 오늘날 도시의 경관을 찍는 사진가들은 도시의 아우라 대신에 끊임없이 변모하는 시공간의 뒤섞임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서울만큼 변화 속도가 빠른 도시가 또 있을까? 순식간에 건물이 사라지고 새로이 세워지는 오로지 자본의 논리만이 공간을 지배하는 서울은 역동적이고 그만큼 새롭고 낯설게 다가온다. 사라져버린 것들에 대해 추억하는 것이 힘들다.

이윤기_The Face of City#02_C 프린트_20×24inch_2012
이윤기_The Face of City#03_C 프린트_20×24inch_2012
이윤기_The Face of City#04_C 프린트_20×24inch_2012

현대의 대다수 예술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형성된 대도시를 실험 무대로 삼아 전개되어 왔다.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창조물이 도시라고 하듯이 자연의 물리적 위협과 편리성을 위해 형성된 도시가 공업과 기술 발전의 대명사인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팽창과 맞물려 발전하면서 사회, 문화적 모든 상황들이 집중되는 거대장소로 변모하였다. 도시는 만들어진 순간부터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들의 집합소였고 다양한 얼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다양성과 집중은 도시가 비인간적인 특징들 - 익명성, 고립, 소외, 밀집, 속도 - 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예술가들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윤기 작가 역시 도시의 매혹에 빠져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도시는 비인간적이지도 않고 낯선 이방인의 공간도 아니다. 오히려 매혹적인 대상이다. 이윤기는 벤야민이 지칭한 도시의 산책자(flanuer)인지도 모른다. 벤야민이 바라본 산책자는 거리의 존재이며 군중 속의 개인이다. 산업화된 도시의 거리를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면서 빌딩, 카페, 상점들을 관찰하였듯이 이윤기 역시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배회하며 도시를 찍는다. 지하철을 주요 이동수단으로 삼아 지상의 건축물을 찍는다. 거리를 거닐며 그 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도시의 평범한 모습들, 너무나 친숙하여 의식하지 못했던 낯익은 도시에서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어 엄정하면서도 정감어린 시선으로 사진에 담는다.

이윤기_The Face of City#05_C 프린트_20×24inch_2012
이윤기_The Face of City#06_C 프린트_16×11inch_2012
이윤기_The Face of City#07_C 프린트_16×11inch_2012

그에게 있어 도시의 건축물들은 무미건조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현대 문명의 총체적 집합체이다. 그래서 사진 속의 건축물이 빚어내는 다양한 생김새는 도시의 얼굴이기도 하다. 그 얼굴에서 인간이 만든 문명의 다양한 욕망이 빚어낸 표정을 찾아 사진에 담아내고 있다. 도시인의 삶과 욕망, 고립, 단절 등 사회에 얽힌 숨겨진 다양한 표정이 담겨져 있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도시의 다양한 표정을 빛으로 해석하고 엄격한 수평선과 수직선, 그리고 이들이 교차하는 선이 만드는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건축물의 표정을 담아낸다. 잘 정돈된 수평과 수직의 화면 구조와 빛과 그림자의 기본 요소를 활용한 사진에서 이윤기의 도시적 감성이 잘 들어나고 있다. ■ 김남진

Vol.20120602i | 이윤기展 / LEEYOONKEE / 李潤基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