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삼현갤러리 서울 강남구 도곡로2길 11 삼현빌딩
아침에 눈을 떠서 신문이나 인터넷을 보면 전날의 사건, 사고에 대한 기사나 선정적인 내용의 광고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고 어린 학생들이 자살을 하고 자신보다 힘이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내용들이다. 예전보다 많아진 채널의 TV에서는 범죄관련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사람을 죽이고 신체를 절단하고 시체를 유기하거나 성폭행하고 살인하는 등, 드라마의 스토리는 잔혹하고 선정적이어서 평범한 사람에게는 너무도 센세이션하다. ● 포름알데이드 속에 담겨진 절단된 생명체들, 피와 인간의 배설물, 혹은 작가 자신의 가학적인 행위들에 이르기까지 현대미술에서 담론화되는 예술작품들 또한 파격적이고 엽기적이며 센세이션하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떠나서 표현되어지는 방식들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과잉 공급되는 정보들과 픽션과 넌픽션을 넘나드는 잔혹하고 엽기적인 이미지에 너무나 많이 노출된 현대인은 과도한 감각적 경험에 의해 감성이 무뎌졌다. 굳이 수전 손택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지금 현대인에게 중요한 것은 손상된 감성을 회복해서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잘 느끼는 것이다. 미술을 포함한 예술이 오늘날 우리의 삶에 의미가 있다면, 그 이유는 상상적 사고와 투명한 직관 그리고 감수성을 회복시키는 힘 때문일 것이다. ● 작품을 보기 위해서 찾은 운촌리 작업실에서 조각가 박현경의 얼굴이 맑아 보였다. 작업을 하던 중이라 얼굴은 거뭇거뭇하고 팔에는 화상의 상처가 있었지만 어린아이의 얼굴을 하고 한층 건강해진 모습으로 우리를 맞았다. 7년 동안 그를 만나면서 보아왔던, 진지함과 천진함이 섞여있는 개구쟁이 같은 모습보다 더 자유로워 보였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오랜 침묵을 깨고 작품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도록 했을까? 하는 의문에 답을 찾듯이 천천히 그의 작품을 보았다.
'동행' '치유되는 몸'과 '치유된 몸'의 연작들은 누군가에게 어떤 이야기나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비워나가는 과정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운촌리 작업실 주변을 산책하던 중 눈에 띄는 돌들을 가져와서 작업실에 쌓아놓고 작업에 대해 고민을 하는 과정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평정심을 찾거나 누군가를 위해 애절한 마음을 담아 절에서 108배를 올리는 신도의 마음과 같았을 것이다. 긴 세월 풍파 속에서 상처 입은 돌들을 어루만져 반짝이게 하고 (치유된 몸), 동선이 그의 손 인양 돌을 꼭 붙잡거나 (치유되는 몸2), 감싸 안아서 나무를 키울 수 있는 생명력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그의 바람이 느껴지는 듯하다(치유되는 몸1). ● 이 시기의 작업은 그에게 있어는 명상과 같이 자신을 정리하고 치유하는 행위였고 그 후 작품에 변화가 생긴다. ● 작품들은 밝고 직설적이다. 부인과 여행을 하던 중 통영에서 본 밤바다를 마음에 담아서 작품으로 제작하였고(통영밤바다) 낮과 밤이 공존하는 바다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냈다(꿈꾸는 바다). 표현기법만이 아니라 작품의 주제 또한 그러하다. 화려한 조명과 네온싸인이 즐비한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별과 달빛이 그의 작품에서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는 자연에서 작품의 주제를 찾고 운촌리에 있는 시골에서 작품을 제작하고 자연을 작품에 담았다. 그는 자연에서 어떤 희망을 본 듯하다. '달빛에 물들다'연작과 '별헤는 밤'연작에는 달빛이 유난히 밝고 별은 너무나 많다. 고대부터 밤하늘에 떠 있는 노란빛, 쟁반처럼 둥근 달은 역경 속에서 찬란히 빛나는 희망을 의미했다.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은 보름달을 보거나 별을 셀 수 있는 새벽에 기도를 한다. '행복한 집'연작에서는 작가의 궁극의 목적을 읽을 수 있다. 정원이 아름다운 집, 미래지향적인 집이 아니라 행복한 집을 이야기 하고 있다. 혼자서도 즐길 수 있거나 타인에게 과시하고자 하는 목적의 집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집. 어쩌면 그는 작품으로 집을 만들면서 집만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행복한 집1' 과 '인생항해'에서는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이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치유되는 몸'에서 돌은 세상의 풍파 속에서 상처를 입은 존재였으나 '행복한 집1'에서는 그 돌이 반석이 되고 그 돌이 희망이 싹트는 집이 되었고, '치유된 몸'에서는 그가 처음 만났던 대상으로서의 돌의 형태를 우리는 알 수 없지만'인생항해'에서는 돌을 깎고 그림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돌의 형태를 유추할 수 있다. 그는 작업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사람들을, 사물들을, 상황들을 포용하고 이해하는 범위가 넓어졌는지도 모른다. ● 박현경의 작품이 여느 작가의 작품들 보다 더 순수해 보이는 것은 자연의 품에서 솔직한 자기의 모습을 보고 정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냈기 때문은 아닐까. 조각가로서의 그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가 바로 이점에 있다. ■ 최혜광
Vol.20120602e | 박현경展 / PARKHYEONKYUNG / 朴絢暻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