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ING-Blooming with dream

김보라展 / KIMBORA / sculpture   2012_0530 ▶ 2012_0612 / 월요일 휴관

김보라_꿈꾸다 Dreaming_혼합재료, 안개_70×140×9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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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530_수요일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_10:00am~05:00pm / 월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ARTSPACE H 서울 종로구 원서동 157-1번지 Tel. +82.2.766.5000 www.artspaceh.com

'물질적 상상력'으로 꿈꾸는 문학적 이미지물이라는 물질 김보라의 작품에는 한결같이 물이 있다. 액자틀 안에 물을 채워 꽃잎 형상들을 잠기게 한 조각들도 그러하지만, 물을 채운 탱크를 액자 밑에 숨기고 그 위로 말, 양, 자동차 형상을 올려놓은 조각들도 그러하다. 그뿐인가? 한지 위에 꽃잎이 가득 그려진 드로잉 작품들에도 물은 흠뻑 담겨 있다. ● "조각들은 그런데... 아니, 아무리 봐도 드로잉에는 물이 없는데요, 꽃잎들밖에 없어요!" 의아해 하는 관객을 위해 김보라의 아틀리에를 잠시 방문해본다. 아! 지금 그녀는 종이를 바닥에 펼쳐놓고 그 위에 물을 흠뻑 먹인 물감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더니 그것을 휙휙 흩뿌리기도 한다. 물감을 먹은 물이 종이로 스며들어 퍼져나가면서 서서히 물감만 남기고 증발해 버리고 나자, 작가는 남겨진 얼룩들의 외곽선을 보듬고 다듬어서 한 무더기의 꽃송이들을 그려낸다. 수술, 암술, 잎사귀를 그려 넣거나 때론 날개를 달아주기도 하면서 그녀는 이름 모를 꽃들을 자꾸자꾸 탄생시켜내고 있는 중이다. 물감과 동행해서 그것을 종이의 배면까지 깊이 침투시키고 저 자신은 정작 소멸하고 말지만, 그것의 흔적은 그녀의 드로잉 작품에 이렇게 남아있다. 따라서 그녀의 드로잉은 물의 고유한 물질감을 액체→기체로 변형시켜내면서 물의 유동적 본성을 어김없이 드러내는 작업이 된다. ● 이러한 물의 유동적, 순환적 본성은 그녀의 조각들(더 정확히는 설치적 조각들)에서 보다 더 잘 드러난다. 일테면 액자 안에 장치된 안개발생기가 물탱크로부터 끌어올린 물을 분무하면서 조각의 몸체 일부를 수증기들로 낮게 묻어버리는 설치방식은 물의 유동적 속성을 보다 효율적으로 드러낸다. 즉 그녀는 0°C~100°C사이에서만 존재 가능한 물이라는 물질이 본성적으로는 기체나 고체로 변모를 거듭하는 순환적 존재임을 시각적으로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액체로서 현실화된 물이란 '잠재성의 기체이자 고체'인 것임을 말이다. ● 결국 물의 물질적 존재론이란 '운동성 자체'이다. 또 다른 작품들, 즉 액자 속 나뭇잎, 꽃잎 위로 물을 가득 채우고 공기생성기를 통해서 그것을 연신 밀어내면서 물의 파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부조형 조각 작품들은 이러한 물의 물질로서의 유동적 운동성이 보다 직접적으로 가시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보라_꿈꾸다 Dreaming_혼합재료, 산소_10×50×50cm_2012
김보라_꿈꾸다 Dreaming_혼합재료, 산소_10×50×50cm_2012

몽상이라는 꿈꾸기 ● 김보라의 작업에서 물은 현실계와 상상계 사이를 유동, 순환한다. 그것을 담보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꿈 혹은 꿈꾸기'라는 것이다. 이번 전시 주제 'Dreaming : Blooming with dream'에서 드러나듯이, 이것은 그녀의 주제의식인 동시에 지금까지의 그녀의 작업태도를 해설하는 용어가 된다. ● 그녀의 작업에서 무의식 또는 기억의 저편으로부터 길어 올리는 '꿈'은 '꽃'으로 상징되고 은유된다. 이것은 그녀가 그리는 '꿈'을 약동하는 생명력으로 가득하게 만든다. 생각해보자. 꽃이란 종자식물의 번식기관이 아니던가? 그것은 아름다움과 화려함의 표피적 외양 안으로 내밀한 생명력을 분출한다. 마치 분출하는 물의 생명력만큼이나 강하고 풍요로운 것이다. 보자! 날개를 달고 있는 꽃잎들의 무리, 화려하게 꽃단장을 한 말과 양, 한 더미의 꽃을 배달하고 있는 자동차, 꽃송이들을 피워 올리는 굴뚝을 가진 작은 집들, 꽃바퀴를 가진 자동차들... ● 드로잉이라는 평면작업이든 설치적 조각이라는 입체작업이든 간에 김보라의 작업에서 등장하는 꽃들은 소망, 희망과 같은 '꿈'의 의미를 조형적으로 실현하려는 듯이 보인다. 게다가 작품 전반에서 발견되는, 산뜻한 녹색의 꽃받침과 나뭇잎 그리고 화사한 붉은 빛의 꽃잎이 주조를 이루는 보색대비는 선명하다. 그녀의 산뜻한 꽃들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는 척박한 삶을 이어나가는 다수의 현대인에게 청량제가 되고자 한다. ● 그런데 흥미로운 지점은 그녀 작업의 '꿈'이 단순한 꿈(dream)이기보다는 꿈꾸기(dreaming)을 지향한다는 것이며, 바슐라르(G. Bachelard) 식으로 꿈(rêve)이기보다는 몽상(rêverie)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즉 정신분석학자들이 대상으로 하는 '무의식적 활동으로서의 꿈'을 의미하기 보다는 '깨어있는 꿈인 몽상'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것은 '밤의 꿈'으로 정초되려고 하기보다는 '낮의 꿈꾸기'로 약동하고자 한다. '낮의 꿈꾸기'인 몽상은 마치 명상(réflexion)처럼 현실과 무의식 사이에서 이성과 감성이 서로 몰랑몰랑하게 만나고 서로의 영역을 끊임없이 오고가면서 발현된다. 그런 탓일까? 몽상은 자신을 테마로 삼는 아티스트들에게 집중과 훈련을 요구하기조차 한다.

김보라_꿈꾸다 Dreaming_혼합재료, 안개_35×50×50cm_2012
김보라_꿈꾸다 Dreaming_혼합재료, 안개_27×50×50cm_2012

물질적 상상력 & 문학적 이미지 ● 생명력이 넘치는 몽상의 이미지를 실험하는 김보라의 작업에서 물이나 꽃은 '물질에 내재한 상상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그것을 우리는 바슐라르의 언급처럼 '물질적 상상력(l'imagination matérielle)'이라 부를 수 있겠다. 바슐라르의 저작 '물과 꿈'(L'eau et les rêves)에 따르면 이러한 상상력에는 두 방향성이 존재한다. 하나는 물질이 스스로 형상을 만드는 상상력이며 또 하나는 물질에 잠입해서 형상을 만드는 인간의 상상력이다. 전자를 자연의 생성과 전개과정이라 한다면, 후자는 자연의 물질을 인공의 형상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라 할 것이다. 혹자는 예술가의 작업행위를 막연히 후자에 비교해볼 수 있겠지만, 예술행위의 이상은 우연과 의도라는 이름으로 양자를 끊임없이 오고가는 운동 속에서 존재한다. 물과 같은 역동성을 지닌 '물질적 상상력'이란 그가 '물과 꿈' 3장에서 '오필리아(Ophelia)의 주검'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듯이, 물질과 형상이 한 덩어리처럼 인식되는 가운데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물에 잠긴 오필리아의 옷과 머리카락 등 그녀 전체는 물이라는 물질과 한덩어리에 다름 아니다.

김보라_꿈꾸다 Dreaming_옥당지에 드로잉_135×70cm_2012
김보라_꿈꾸다 Dreaming_옥당지에 드로잉_30×20cm_2012

그런데 참으로 흥미로운 것은, 작가 김보라가 이러한 바슐라르의 '물질적 상상력'에 관한 사유를 물질과 형상 그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은 채 균형감 있는 조형언어를 구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 불, 공기, 땅이라는 4원소를 상상력의 근원적 물질로 보고 있는 바슐라르의 비유적 관점은 그녀의 작품 곳곳에 남아있다. 작품 전반에 나타난 물은 차치하고라도 자욱하게 낀 안개를 뚫고 아스라이 비쳐 올라오는 조명빛(불), 산소발생기가 물속에서 물의 파장을 만들어내는 기포들(공기), 조각체의 형상을 FRP로 캐스팅해내기 전에 빚어낸 점토형상들(흙) 등은 이러한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 아서라! '4원소와 관련한 바슐라적 관점'은 생명력 있는 유동성을 모색하는 김보라의 작업이 자연스럽게 배태한 외양적 특성일 뿐이다. 특히 '생명력 있는 입체같은 회화'를 갈망해오던 조각가 김보라가 물질과 형상의 부딪힘으로부터 출발한 여정에서 자연스럽게 맞이한 것일 뿐이다. 우리의 논의에서 그 보다 더 주요한 것은, 이미지에 대한 언어를 그녀가 매우 흥미로운 방식으로 개입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이미지를 '시적 이미지' 혹은 '문학적 이미지'로 전환시켜내는 것이다. 그것은 꽃=미+생명력, 물=생명력+순환과 같은 이미지가 태생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상징들을 내세우면서 가능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좀 더 다른 차원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날것의 물질 자체로 존재하는 물과 더불어 그것의 형상을 운동의 것으로 만드는 안개, 산소발생기 등의 조형장치와 그것을 구사하는 그녀의 조형전략 속에서 문학적 이미지는 산뜻하게 떠오른다. ● 한편, 그것이 '날것의 물질'(일테면 실제의 물)과 일견 '뻔한 형상'(일테면 꽃의 이미지)이라는 양극단의 대립을 하나의 장에서 극단적으로 화해시키려고 시도하는 가운데서 드러나는 장식적 특성(일테면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는 인테리어 공예품과 공유하는 외형적 특성)은 작가 김보라가 자신의 독특한 '문학적 이미지'를 보다 더 자유롭게 전개해나가기 위해서는 일정부분 극복해야 할 요소가 될 수도 있겠다. ■ 김성호

Vol.20120530d | 김보라展 / KIMBORA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