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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온 GALLERY ON 서울 종로구 사간동 69번지 영정빌딩 B1 Tel. +82.(0)2.733.8295 www.galleryon.co.kr
문명의 발달은 끝없이 현대인에게 새로움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반복적인 사회화가 일어난다. 그래서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지는 현대인의 판단과 행동은, 많은 부분 그 새로움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며, 나아가 자의적인 활동 역시 시스템의 의도가 잠재적으로 강요된, 무의식적인 사회화의 예비 행위일 수 있다. ● 사회화라는 표현을 빌렸지만 사실 그러한 현상들은, 개인이기 위한 에너지를 비개인화를 위해 소모시키고, 마침내 개인으로부터 개인성을 소멸시켜버리는 일체의 현상을 지시한다.
의지와 무관히 복잡하게 얽혀나가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성의 담보는 의심되지 못한 채, 무차별적으로 일어나는 비개인화를 통해 개인의 의식은 '집단 개인'이라는 벽안에 갇히게 된다. 흔히 '군중속의 고독'을 통해 개인은 자신의 존재를 관조할 기회를 갖지만, 여기서의 '집단 개인'이라 함은 의식이 집단화된 개인이기에 그 벽은 간파되지 않는다. 자신의 것을 시스템의 것으로 대치함으로써만, 다시 말해 스스로 더욱 정교하게 시스템화 됨으로써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모순적 개인이다.
물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하지만 그 명제가 반성 없이 추구되면, 사회적 특성을 지닌 인간을 사회적 특성만을 가진 동물로 등가 정의하려는 시선이 증가할 것이며, 그로 인해 시스템 내의 가치로서만 평가하려는 시각이 우세해질 것이다. 그러한 관점의 강도가 어떤 임계값에 근접하면, 인간에게 존재하는 비사회적인 부분은 정상적이지 못한 경로로 분열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이러한 현상의 가치 판단은 유보한다. 분열로 인해 소멸되어버릴 수도 있지만, 분열 이후 개인성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적 상황을 이러한 문맥에서 감지할 때, 나의 작업은 개인적 존재들과 그것을 훼손하고 잠식하려는 존재들의 뒤섞임이다. 화면을 가르는 3개의 축은 개인적 공간을 은유하는 구석의 도상이다. 그곳은 무작위로 쏟아져 들어오는 존재에 의해 점유 당한다. 그 존재들은 마치 무한한 증식만을 노리는 유기적 단세포 같다. 이로 인해 그 공간은 낯설고 혼란스러워지며, 3개의 축은 각성되지 않는 유리벽을 연상시키는 도상으로 변질된다. 자연은 문명화된 공간에서 사유지를 상실한 개인성이 옮아갈 수 있는 원형적 공간이지만, 개인이 비개인화 할수록, 문명에 힘입을수록, 그곳은 낯설어지며, 개인과 자연의 간극은 점점 벌어지게 된다. 이렇게 침해되고 변질된 공간에서 개인은 왜곡되며 우울을 겪는 불안정한 몸짓으로 나타난다. ■ 김기석
Vol.20120527a | 김기석展 / KIMKISEOK / 金基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