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523_수요일_03:00pm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추계예술대학교 현대미술공간 C21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190-1번지 추계예술대학교 창조관 3,4층 Tel. +82.2.393.2601(내선 400,410,420)
Art to Art : 새로운 역사의 문턱 넘기 ● 추계예술대학교가 개원한지 올해로 38년을 맞는다. 미술학부의 역사도 그동안 이 곳을 거쳐 간 수 많은 인간들의 흔적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졌다. 초로에 접어든 대선배들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기대를 가지고 막 교문을 나선 20대 중반의 애송이 졸업생들, 초창기 열정을 바쳐 추계의 미술학부를 일구고 은퇴하신 원로교수님들, 그리고 현직 교수들과 여러 지도 선생님들이 모두 그 역사의 주역들이다. 삼대에 걸친 구성원들이 남긴 족적의 크기는 서로 다를지라도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미술창작을 향한 꿈과 열정이야말로 추계예술대학교란 공간에서 그들을 맺어준 소중한 끈이다. ● 미술가로 살아가는 것이 쉬웠던 적은 결코 없었지만 지금만큼 순수미술을 고집스럽게 추구하는 것이 버거운 때는 없었던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순수예술교육을 지향해 온 추계예술대학교에 창조관 건물의 신축과 그 안의 "21세기 현대미술공간"의 개관은 여러 모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곳은 미술가가 되고자하는 꿈을 가진 학생들을 미래의 작가로 키워내는 산실이자 세대와 지역을 넘어선 미술가들 간의 교류의 공간, 미술과 지역 공동체와 대중들 간의 소통을 유도하는 플랫폼(platform)을 지향함으로써 미술학부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현실적이고 상징적 공간이 될 것이라는 추계 미술인들의 바람과 기대로 가득 차 있다. ● 개관 기념전으로 동문전을 개최하는 것이 혹 우리들끼리의 잔치처럼 구태의연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미술학부의 역사를 일구어 온 구성원들과 함께 새로운 역사의 관문을 들어서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개관전에는 미술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국내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일부 졸업생과 교육자들의 작품이 포함되었다. 한정된 공간과 현실적 애로점 때문에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동문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그동안 배출된 졸업생들이 많은 만큼 그들의 삶의 양태도 각양각색일 터이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현실적 성공여부를 떠나 작가로 활동하는 졸업생들이 적지 않음은 매우 고무적이며 그들이 끝까지 작가로 또 인간으로 잘 견뎌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 개관전을 위해 미술학부의 서양화, 동양화, 판화 전공의 세 과에서 총 89점의 작품을 수합한 결과를 살펴보니 윗세대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작가로 지낸 시간의 인고와 노련함이 보이고, 젊은 작가들에게서는 작가로 생존하기 위한 치열함과 갈등이 배어난다. 그러나 다른 미술대학교들과 비교할 만한 추계 미술인들 만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참가 작가의 수만큼이나 작품도 제 각각의 개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눈에 띄는 점은 회화 작품이 월등히 많은데 비해 최근 미술현장에서 자주 접하는 설치나 사진, 미디어 작품들은 LED, 유리, 엑스선 필름을 활용한 몇몇 작품이 고작이다. ● 이런 현상은 미술학부의 지난 교육 과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며, 최근 몇 년 간 교과과정이 변함에 따라 앞으로 점차 다양한 매체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이 말은 회화가 시대에 뒤떨어진 매체라 추구할 가치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진지한 그리기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와 더불어 동시대적 감성에 조응하는 폭넓은 매체에 대한 관심과 도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평면작품들의 경우 장지나 한지, 비단에 분채나 먹을 사용한다거나 캔버스에 유화나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부터 흙, 자개, 책, 콜라주 등의 복합적인 재료적 실험이 돋보인다. 판화의 경우는 완숙한 기법을 통한 미학적 탐색이나 판화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과 그 틀을 확장한 시도가 주류를 이룬다. ● 작품의 주제가 가장 적합한 매체와 표현방법과 결합될 때 의미 소통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줄일 수 있는데, 삼 대에 걸친 출품작들은 그런 점에서 다양한 층위에 구성한다. 전체 작품들을 편의상 다음의 몇 가지 범주로 나눠보긴 했지만, 사실상 한 작품에서 그 경계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풍경화들이 가장 많은데, 도시풍경, 자연풍경, 심상 풍경 등 사실적 묘사에서 조형적 변형을 통한 추상적 전환까지 폭 넓은 접근방식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나 자연의 미가 여전히 중요한 주제로 탐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직, 간접적인 형태의 인물이나 인체 역시 원초적 욕망에서 물질과 정신세계가 투사되는 장으로 지속된다. 회화의 본질이나 물질성, 시공간에 대한 끈질긴 탐구와 전통적 기물을 활용한 매체의 정체성의 추구나 순수한 조형미의 구축도 중요한 축을 이룬다. 최근 미술시장에서 큰 인기를 모은 극사실적 재현이나 초현실적 공간을 연출해 인간사의 역설을 드러나거나 논리를 넘어서 상상의 세계로 유도하는 작품들은 몇몇 30, 40대 작가들에게서 발견된다. 사회적 내용을 담은 작품들의 경우는 개인적 기억이나 경험을 사회적 문제와 은유적으로 결부시키는 작품이 있는가하면, 최근 한국 사회가 당면한 정치적, 경제적 사건을 보다 명백하게 표방하는 작품도 보인다. 마지막으로 신진 작가들에게서는 세대적 감성과 대중매체와의 긴밀한 교감이 작업의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추계예술대학교의 38년의 역사를 인생에 비추어 본다면 현실과 부대끼며 한창 활동할 나이이자, 또 다른 새로운 꿈을 찾아 과감한 모험의 길을 떠날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중년에는 한번쯤 현실에 안주할 건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새로운 인생의 문턱을 넘을 것인지 갈등과 고민을 하게 된다. 중년을 맞은 미술학부는 두 갈래 길 중 새로운 모험을 향해 막 첫 발을 내디뎠다. 역사의 새로운 문턱은 처음 넘는 것이 어렵지, 넘고 나면 결코 왔던 길로 되돌아갈 수 없다. 21세기 현대미술공간에서 열리는 개관 기념전은 작가로 사는 것이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진지한 삶의 방식이며, 앞으로 미술가의 꿈을 가지고 추계를 찾아올 미래의 후학들과 인연을 맺고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한 문턱 넘기의 실천이다. ■ 김현주
Vol.20120523f | 현대미술공간 C21 개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