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sports

정찬호展 / JEONGCHANHO / 鄭贊昊 / sculpture   2012_0522 ▶ 2012_0531

정찬호_Broken time baseball_은행나무, 스테인레스, 합성수지_1m이내 설치_2012

초대일시 / 2012_0522_화요일_07: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센텀아트스페이스 Centum Art Space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1505번지 센텀호텔 2,3층 Tel. +82.51.720.8040~1 www.centumartspace.co.kr

도시적 삶, 그 역설의 플롯(plot) ● "당신에게 도시의 삶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런 유의 질문에는 즉답이 불가능해 보인다. 한참을 돌이키고 판단해야 겨우 자신의 경험을 반영한 코멘트를 기대할 수 있다. 범주가 너무나 광범위하거나 함축적이어서 질문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이 피상적이기 일쑤다. 과연 질문을 받은 자의 현재적 삶에 대한 컨디션을 묻는 것인지, 시골생활에 대한 상대적 경험치를 요구하는 것인지도 의문스러울뿐더러, '삶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철학적 사유를 요구하는 질문으로도 들린다. 그래서 대체로 우리는 이러한 질문들 앞에서 무력해진다. ● '행복'이라는 단어는 이런 질문에 해답을 줄 수 있는 표준개념이다. 그러니까 '행복'하다거나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면 그냥 순간을 모면할 수도 있다. 이처럼 특정 단어들은 우리 삶을 규정하는데 매우 편리한 도구처럼 사용된다. 우리는 결국 '행복'이라는 추상의 올가미에 삶을 담보하고 있다. 그래서 구체적인 현실은 대개 불행하다. 행복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경쟁한다. 이미 이 '경쟁'은 우리 삶의 모든 형태들을 결정하는 이미지이다.

정찬호_Building bungee jump_은행나무, 스테인레스, 합성수지_1m이내 설치_2012
정찬호_Business athletics_은행나무, 스테인레스, 합성수지_2m이내 설치_2012

우리가 열광하는 스포츠에 우리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함축되어있다. 경쟁에서 이긴 자가 승리하고 모든 것을 차지한다. 그 이미지가 행복이고 우리가 찾던 것이며 그래서 이긴 자의 모습에 환호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 팀의 매 경기 승점을 체크해야 하고, 내가 좋아하는 선수의 성적과 연봉 순위를 체크 하는 것과 나의 성과급이 얼마나 올랐는지, 투자한 항목의 주가가 얼마인지를 살피는 것은 다르지 않다. 우리 아이들의 성적과 학과 등수에 신경이 쓰이고 옆집 가장의 연봉이 궁금하며 누가 어떤 차를, 어떤 옷을 입는지가 사무치도록 알고 싶은 속내는 우리의 삶을 전투 모드로 무장하게 한다. '이런 도시를 사는 당신은 안녕하신지?' ● 오른 물가에 비해 오를 낌새가 보이지 않는 월급이 우리의 어깨 죽지를 짓누를 때 도시적 삶의 피로감이 밀려온다. 이런 소시민의 삶에서 어떤 진취적 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매우 힘든 일이다.

정찬호_Stock long jump_은행나무, 스테인레스, 합성수지_1m이내 설치_2012
정찬호_Oil put_은행나무, 스테인레스, 합성수지_1m이내 설치_2012 정찬호_Receipt lifting_은행나무, 스테인레스, 합성수지_1m이내 설치_2012

정찬호의 작은 캐릭터들이 소위 소시민의 애환을 은유하고 나섰다. 작가는 자신의 캐릭터를 동원하여 질문에 대해 단호한 어조로 답을 한다. 몇 마디의 답들은 너무나 간결한 즉답이라 오히려 당황스럽다. 하지만 그 단호한 즉답은 직설에 가깝지만 반전이 있다. 좀처럼 희망이 없어 보이는 도시 속 현대인들의 생활을 경쾌하고 재기발랄한 어투로 다룬다. ● 작은 인간형의 캐릭터들은 주로 폴리에스테르수지로 성형된 입체물이다. 겨우 인형만한 크기의 인간들은 자신의 고유한 얼굴을 지니지 않은 채 서사를 반전시킬 중요한 단서의 기호들로 복면을 썼다. 그들의 의복은 양복이나 와이셔츠 차림이라 우리주위의 평범한 샐러리맨에 닮아있다. 그들은 매우 격정적이고 동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눈여겨보면 모두가 어떤 특정 스포츠의 운동을 은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 운동의 동력은 역설적이게도 우리 삶의 무게나 얼룩을 만드는 요인들이다. 폭탄머리는 번지 점프를 하고, 전력 질주를 하는 스프린터의 모습은 더치페이(Dutch pay)라는 합리성을 외면한 채 서로 지불하겠다는 우리만의 희한한 배려주의가 경쟁문화와 오버랩 된다. 사직서(辭職書)는 어느 순간 아슬아슬하게 곡예 하듯 미끄러지는 보드(Board)가 된다. 이 스포츠에 은유된 도시일상의 시추에이션들이 지시하는 기의(signigié)는 너무나 명료하다. 작가 스스로가 샐러리맨의 일탈 행위라고 명명한 이 역설의 플롯(plot)은 단편 만화를 보듯 하지만 삶을 성찰하게 한다. 과장된 동적 포즈는 위기나 긴장을 적절하게 나타낸다. 도포성 강한 원색의 깔끔한 표면은 서사에 집중하기에 적절해 보인다. 그래서 작가가 다루는 캐릭터는 강한 가독성이 있어 진부하지 않다. 또 하나의 캐릭터가 하나의 스포츠 종목의 특정 장면을 연출하는데 공간을 적절하고도 유효하게 활용한다.

정찬호_Salary board_은행나무, 스테인레스, 합성수지_1m이내 설치_2012 정찬호_Rush hour cycling_은행나무, 스테인레스, 합성수지_1m이내 설치_2012
정찬호_straw pole vault_합성수지, 은행나무, 스테인레스_1m이내 설치_2010 정찬호_Smoke high jump_은행나무, 스테인레스, 합성수지_1m이내 설치_2012

표현의 재기발랄함과 소재를 선택하고 배치하는 것에서 젊은 청년작가의 혈기왕성함이 충분이 엿보이지만, 도시사회의 삶에 대한 비판적 진단은 진지하고도 성찰적이기까지 하다. 오히려 이 이중적 요소가 작품의 역설과 반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약간의 아쉬움은 정찬호의 작품이 주는 지나친 각성효과는 감성을 자극하는데 인색하다. 너무나 명시적이고 단호한 캐릭터들이 조금은 심미적이고 비유적인 언어 안에서 쉬어가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 ■ 김영준

Vol.20120522g | 정찬호展 / JEONGCHANHO / 鄭贊昊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