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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522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7:00pm / 월요일 휴관
평범한 사물들 위에 빛으로 쓴 성화(聖畵) 사람들의 발길에 무늬가 지워져가는 낡은 마룻바닥,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문짝, 먼지가 내려앉은 성모마리아 조각상, 심지어 지저분하게 낙서가 된 시멘트벽... 사진가 소정수의 사진 속에서 배경이 되고 있는 사물들은 이처럼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물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자신들을 감싼, 혹은 일부에 스미거나 응결된 빛에 의해 일시에 성스러운 느낌으로 전이된다. 마치 우리에게 숭고미를 선사하는 성물(聖物)과도 같이.
보라색, 파란색, 분홍에 가까운, 아니 그 중간색. 불길이 타오르는 형상 같기도 한 이 빛은 스테인드글라스(유리화)를 통과한 빛이다. 오래된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공간 내부에 들어 온 빛이 사물들에 부딪히고 반사되면서, 혹은 머물면서 평범한 사물들의 외연을 이전과는 다른 것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이 빛을 거슬러 가면, 감상의 깊이는 더 깊어진다. 하늘로부터 내려 온 태양광이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통과한다. 이때의 스테인드글라스 창은 하나의 이야기가 담긴 프레임이다. 그 이야기는 성모마리아가 아기예수를 안고 있는 예수 탄생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야이로의 죽은 어린 딸을 되살리는 기적을 행하고 있는 예수, 또는 십자가에 못 박혀 고난 받는 예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즉 모두가 성경 속의 이야기가 담긴 성화다. 그러므로 저기 저 마룻바닥에 무지갯빛으로 스몄거나 쏟아진 물 위에 영롱하게 맺힌 저 빛은, 빛이 성화(聖話)가 성화(聖畵)로 이루어진 창을 통과함으로써 쓰게 된 새로운 감탄과 탄식의 성화(聖話)이자 성화(聖畵)인 것이다.
작업 노트에서 스스로 고백했듯이 "마주한 대상의 주변부에서 오는 울림을 느낀" 사진가 소정수는 그 대상들과 울림까지를 고스란히 사진에 담았고, 이제 소정수의 사진을 통해 '울림'은 성당 밖으로까지 확장된다. 쉬이 해독할 수는 없지만, 아름답고 경외케 되는 울림이 사진 속에 있다. ■ 박미경
Vol.20120522a | 소정수展 / SOHJUNGSOO / 蘇正秀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