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 VS 이윤엽

한국민예총 룰루랄라 개관기념 배틀展   2012_0520 ▶ 2012_0715 / 주말,공휴일 휴관

이철수_나뭇잎 편지

초대일시 / 2012_0520_일요일_02:00pm

참여작가 / 이철수_이윤엽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주말,공휴일 휴관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6-5번지 대광빌딩 3층 Tel. +82.2.739.6851 kpaf.kr

싸우는 사람 VS 성찰하는 사람? ● 『이철수 VS 이윤엽 배틀』展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이 '싸우는 사람과 성찰하는 사람의 만남'이었다. 몇 년간의 열정적인 현장미술 활동으로 이제는 꽤 유명작가가 된 이윤엽, 일상과 생명에 대한 관조적이면서도 번득이는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나라를 대표하는 목판화가로 꼽히는 이철수. 얼핏 둘은 매우 달라 보인다. 굵고 거친 선과 가늘고 날렵한 선의 대립은 한 쪽은 전투적이고 다른 한 편은 명상적이라고 생각해버리기 쉽다. '싸우는 사람 VS 성찰하는 사람'이라는 구도는 여기서부터 비롯됐을 거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이런 생각들이 선입견에 기반한 편견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이철수_나뭇잎 편지
이철수_나뭇잎 편지

이철수의 작품은 그가 매일 생산해내는「나뭇잎 편지」가 주종을 이룬다. 편지의 내용은 4대강, 정부의 방송장악, 생명의 경이, 원자력의 맨얼굴, 비정규직 등을 가로지른다. 생명에 대한 성찰, 권력에 대한 경고, 욕망에 대한 경계,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고발까지 세상사를 두루 훑어낸다. 작품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다 보면 이걸 싸움이라 부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생명의 가치와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풍경이 대비될 때는 가없는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삶의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을 '누가 떠밀었나요?'라고 묻는 순간, 가슴이 서늘하다. 문득 내 손을 펴고 물끄러미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꿈틀거린다. ● 이윤엽의 작품들은 싸움의 현장과 갈등의 주체들을 보여주지만, 그가 일상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을 담아내는데도 게으르지 않다. 「호박에 깔린 사람」은 이웃집 노인이 매일 가져다주는 호박을 처리할 방법을 몰라 곤혹스러워하던 작가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보여준다. 싸움의 현장에서 잡아채는 모습들에서도 전투적이라기보다는 명랑함이 살아 있다.「공권력과 맞짱뜨는 사람」이나 오키나와의 노인이 듀공을 타고 미사일을 막아서는 작품 등 초현실적인 이미지가 돋보이는 몇몇 작품에서는 현실의 제약을 쉽사리 뛰어넘지는 못하겠지만, 쉽게 물러나지도 포기하지도 않겠다는 의지가 우회적인 방식으로 유머러스하게 드러난다. 판화로 치자면 이철수의 최소주의와 이윤엽의 현장주의를 구분할 수 있겠으나, 결국 근본바탕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삶에서 길어올리는 성찰이다.

이철수_나뭇잎 편지
이철수_나뭇잎 편지

두 작가 모두, 일하는 이들에 대한 애정과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과 동경을, 딱딱한 권력과 눈먼 탐욕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는다. 싸움은 성찰에서 시작되고, 성찰은 싸움에서 다시 돋아난다. 성찰과 싸움을 통해 이들이 보여주는 것은 다른 세상에 대한 꿈, 희망, 기대, 바램이다. 새로운 세상이 특별한 세상일 리 없다.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 생명을 앗아가는 폭력이 득세하지 않는 세상, 폭주하는 욕망을 다스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작가들은 오늘도 현실과, 자신과 싸우고 성찰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안태호

이윤엽_맨드라미 꽃밭에서_종이에 목판_2010
이윤엽_민주경찰_종이에 목판_2009

룰루랄라 진화하는 예술 ● 여기 유쾌한 만남의 장이 열린다. 만남의 주인공은 이철수와 이윤엽이다. 이철수는 현실 비판과 저항의 언어로 1980년대를 갈파했으며, 1990년대 이후 명상적인 성찰의 언어로 대중성을 획득했다. 그는 민중미술의 전형성으로부터 진일보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근년에 제작한 판화들과 더불어 팬과 붓으로 그려낸 글그림들을 선보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상적인 언어의 판화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나왔는지를 짚어볼 수 있는 생생한 그림들이다. 그는 판화와 그림들 속에 동시대의 사회적 의제와 개인적인 사유를 담았다. 매일매일 끊임없이 붓과 팬과 칼을 드는 그의 진지한 태도가 오롯이 담겨있다. 공인으로서 또는 사인으로서 예술가 이철수가 품고 있는 고뇌와 희망이 묻어난다. 정제된 언어의 목판각 작업 이전의 생생한 날것들까지 만날 수 있어 더없이 좋다.

이윤엽_땅_종이에 목판_2003
이윤엽_승죽골사람_종이에 목판_2005

이윤엽은 민중미술의 계보를 잇는 목판화가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장르적 위상의 문제에 고정하지 않는다. 그의 장점은 오히려 예술 내부의 문제, 그러니까 장르니 기법, 매체, 양식 따위에 묶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추리에서 용산, 기륭전자, 한진중공업, 4대강, 그리고 강정마을에 이르기까지 지난 10년간 첨예한 사회적 의제의 현장에 뛰어든 이윤엽의 예술행동은 예술동네 안의 예술이 아니라 세상 속의 예술을 창출했다. 그는 현장에서 절규와 환희, 두려움과 용기, 죽음과 삶을 만났다. 버려진 물건들을 모아서 동네박물관을 만들기도 했고, 거대한 크레인에 걸개를 설치하는 등 파견미술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예술적 실천으로 첨예한 사회적 의제를 공론화하는 데 앞장서 온 이윤엽은 우리시대 예술행동의 최전선에 서있는 예술가이다.

이윤엽_프리티벳_종이에 목판_2008

이들의 만남이 열리는 곳은 새로이 문을 여는 민예총의 사무실 겸 복합문화공간이다. 한국 예술계의 한 진영을 대표하는 거대조직 민예총의 육중함을 덜어내고, 세대와 지역, 계층, 장르 등 그 모든 차이들을 훌쩍 넘어서 모두 함께 '룰루랄라' 경쾌하게 만나는 곳이다. 한국민예총 굿위원회와『연영석 vs 야마가따 트윅스터』의 공연이 함께 열리는 공간 개막일에 두 예술가가 전시를 연다. 1980년대 민중미술운동 세대인 이철수와 2000년대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윤엽, 두 예술가의 만남은 목판화라는 장르 동일성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핵심은 세대공감에 있다. 굳이 말을 짓자면, 80년대 민중미술가와 486예술가의 만남이다. 그러나 이런 표현도 상투적이다. 이들의 행보는 세대와 진영의 논리를 넘어서 끊임없이 동시대성을 획득해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의 진화를 이야기하는 시대에, 여기 새로운 진보의 장이 열린다. ■ 김준기

Vol.20120520c | 이철수 VS 이윤엽-한국민예총 룰루랄라 개관기념 배틀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