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Born Color-本色系列

용태돈展 / YONGTAEDON / 龍泰燉 / sculpture.installation   2012_0516 ▶ 2012_0522

용태돈_한국인의 성씨_전돌_400×400cm_2010_부분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10809b | 용태돈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2_0516_수요일_05:30pm

기획 / 공평아트센터 공평갤러리

관람시간 / 10:00am~06:00pm

공평아트센터 공평갤러리 GONGPYEONG ARTCENTER GONGPYEONG GALLERY 서울 종로구 공평동 5-1번지 공평빌딩 1층 Tel. +82.2.3210.0071 www.seoulartcenter.or.kr

Natural Born Color-성씨(姓氏)를 드러내다 ● 용태돈의 성씨(姓氏)를 주제로 하는 목조 작품에서는 전통적 목조와는 다른 조형적 구성을 엿볼 수 있다. 나무를 깎아 내며 특정한 형태를 취해 가는 것이 아니라, 목재를 동일한 크기의 육면체로 분할한 후, 이를 쌓아 올림으로써 구조화하고 있으며, 각각의 블록 표면에는 성씨가 새겨져 있다. 문자라는 매개체를 놓고 봤을 때, 중국작가 쉬빙(徐冰)이 현실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 문자를 만들어 표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용태돈은 실존하고 있는 성씨들을 새기고 있다. ● 작가는 어린 시절 친척을 제외하고 학교에서 같은 성씨를 만난 적이 없고, 독특한 성씨로 인한 달갑지 않은 주목을 받으며 학창 시절 내내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했다고 한다. 다수가 생각할 땐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은 사소한 일도 소수 당사자에겐 때로 그 일이 전부일 수 있다고 깨달은 작가는 이 같은 메시지의 소통을 위해 작품에서 성씨를 다루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다수의 남과 다르다는 점이 놀림과 달갑지 않은 주목의 원인이 되었고, 그로 인해 마음에 상처가 남는다는 것이 어쩌면 쉽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타인이 처한 상황에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이유는 직간접적 경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희귀한 성씨를 지닌 이들이 그의 작품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

용태돈_한국인의 성씨_고벽돌_170×60×60cm_2010
용태돈_한국인의 성씨_고벽돌_170×60×60cm_2010_부분

성씨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인 초기작 Anonymous는 작가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 벽돌을 소재로 사용했다. 작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작업실이 갑작스레 헐리게 되어 바닥에 깔렸던 벽돌만이 남게 되었다. 그는 장기간 이 곳을 거쳐 갔던 많은 이들이 창작에 쏟은 열정과 희망을 사라지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를 거둬 각 장의 벽돌에 글씨를 새겨 쌓아 올렸다. 비록 무명의 작가들이 사용하던 공간은 이제 사라지고 없지만, 그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세월은 Anonymous작품으로 형상화 되었다. 이로써 생성에서 소멸까지 이르는 과정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생성 후 다른 형태로 전이되며 생명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순환적 구조를 엿볼 수 있다.

용태돈_한국인의 성씨_알루미늄_74×17×17cm_2010
용태돈_한국인의 성씨_알루미늄_74×17×17cm_2010_부분
용태돈_한국인의 성씨_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_200×30×30cm_2011_부분

첫 개인전 제목인 刻骨銘姓은 마음 깊이 새긴다는 중국어 표현인 刻骨銘心에서 착안한 것으로, 원래 표현의 마지막 글자를 비슷한 음을 지닌 한자이자 작가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인 성(姓)으로 대체하여 언어적 유희를 취한 제목이다. 작가에게 있어 성씨는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이자 사회 문제를 의식하기 시작한 계기가 된다. 남다른 시선에 주눅 들어 이름표를 가리곤 했던 그의 학창시절 움츠러들던 기억이 단초가 되어, 동일 크기의 정형화 된 블록에 각각의 성씨를 새겨, 같은 성씨를 지닌 인구 수 순으로 배열하여 쌓아 올려 구조화 하고 있다. ● 작가는 이전의 개인전에서 화두로 제시한 성씨 이야기를 어떤 재료를 사용하여 조형적으로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새김과 쌓기를 주된 표현 방식으로 하여 풀어가고 있다. 새기는 행위는 염원을 담고 있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시간의 한계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인류의 소통방식을 표현하고 있다. 쌓기는 우리 조상들의 염원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표현 방법인데, 산길 중턱에 있는 돌무덤이 그러한 예일 것이다. 작가가 구현해내는 형태들은 원형, 사각형과 같은 원초적 기하학에 가깝다. 동일 크기의 블록으로 해체되었다가 재구조화 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 원통형은 바람이 흐르고 기가 통한다. 이는 소통과 순환의 공간을 마련해 주는 철학적이고 명상적인 형태이다.

용태돈_한국인의 성씨_알루미늄_50×140×8cm_2012_부분

'한국인의 성씨'에서는 통계청의 인구 조사결과에 기반을 두고, 판재를 족보책의 형태로 만들어 표면을 그을려 고서의 느낌이 나게 처리하였고, 현존하는 한국인의 모든 성씨들을 새겨 인구 수가 많은 순으로 배열하고 있다. 찬찬히 훑어가다 보면 몇몇 특이한 성씨들이 눈에 들어온다. 성씨의 인구 수가 많고 적음은 다수(majority)와 소수(minority)의 문제로 볼 수도 있는데, 통상적으로 수적인 열세는 권력 구조에서 하단에 위치하게 되며, 다수와 소수는 강자와 약자의 대립으로 귀결되곤 한다. 자신에 대해 보다 많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성씨,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만큼 나름대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해 왔을 것이다. 그는 성씨를 다룬 작품을 통해 다수와 소수의 대립구도로 인한 문제를 부각시키기 보다는, 소수가 원하는 것이 남들처럼 사는 평범함과 공존임을 보여주고 있다. 염원을 담아 새기는 적극적인 행위를 통해, 각각의 성씨를 같은 크기의 블록에 새겨 쌓아 올리는 형상으로 담담하게 성씨들을 나열함으로써 감상자로 하여금 자기 자신 및 타인의 존재에 대해서 자유롭게 생각해 보도록 하고 있다. ● 작가의 초기작은 주로 목재와 벽돌을 사용한 반면, 최근작은 금속 소재를 다루고 있다. 목재의 경우 표면을 불살라 바랜 듯한 색감을 내고, 다시 그 위에 성씨를 새겨 파낸 부분에서는 목재 고유의 색을 드러내고 있다. 다루기 까다로운 금속 소재 표면에 강한 컬러감을 입힌 후, 표면에 성씨를 새겨 본래 지닌 색과의 대비를 이루기도 한다. 본연의 색감이 가공을 거쳐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점이 아이러니 하지만, 그렇다고 작가는 시각적인 강렬함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잡아 두고자 하지 않는다. 오래도록 잔상이 남아 마음 속에서 잔잔히 퍼져 나가 계속 떠올리며, 사색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는 시각적 효과를 연출하고 있다. 작가에게 있어 향후 새로운 소재로의 탐색과정이 보다 밀도 있게 진행되기를 바라며, 차기작의 조형성 확보에 있어 성씨를 통한 인류학적 성찰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형상화 할 지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 박영지(Erica Park)

Vol.20120519c | 용태돈展 / YONGTAEDON / 龍泰燉 / sculpture.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