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라이브-냉정한 풍경 탐구생활

심효선_이윤경_허보리展   2012_0517 ▶ 2012_0704 / 일,공휴일 휴관

심효선_조우1_애니메이션_가변크기_2012

초대일시 / 2012_0517_목요일_05:00pm

신한갤러리 역삼 공모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신한갤러리 역삼 SHINHAN GALLERY YEOKSAM 서울 강남구 역삼동 731번지 신한은행 강남별관 B1 신한아트홀 내 Tel. +82.2.2151.7684 www.shinhangallery.co.kr

『51% 라이브 – 냉정한 풍경 탐구생활』은 일상적이지만 결코 일상적이지 않은 풍경을 그리는 세 명의 작가가 기획한 전시이다. 공적인 공간 또는 공적이면서 동시에 사적인 공간 또는 완전히 사적인 공간에서 심효선, 이윤경, 허보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특정 장소에 주목한 이들의 작업은 일상과 환상의 경계에 있다. 이들은 구상적 표현을 통해 리얼리즘과 판타지 사이에서 도출되는 낯선 감정을 극대화했다. 가장 일상적인 것이 오히려 가장 비일상적일 수 있듯 이들이 제시한 풍경은 익숙하지만 한편으로는 낯설다. 이들은 각자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새로운 미학적 세계를 구축해나갔다.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개인 뿐 아니라 사회 그리고 역사의 문제까지 접근하여 삶의 궁극적 의미를 찾고자 했다.

심효선_세우다-이승만동상_종이에 연필_39×27cm_2012
심효선_사라진 조각상의 행방2_종이에 연필, 수채_54.5×78.8cm_2012
심효선_검은 상징의 땅_장지에 연필_210×450cm_2012
심효선_그것에 대처하는 법_영상_가변크기, 설치, 23.6×24.5cm_2012

심효선은 공공 장소의 조각상과 주변의 풍경을 그린다.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동상뿐 아니라 아파트 단지의 크고 작은 조형물까지 모두 작업의 대상이 된다. 연필로 세밀하게 표현된 조각상은 실재와 비실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작가는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의 동상을 세워 이러한 혼란을 야기했다. 이러한 정교한 표현은 작가가 대상을 바라보는 주관적 감정을 배제하기 위한 조형적 전략이기도 하다. 객관적인 묘사로 관람자의 시선을 고정시켜 조각상의 기념비적인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검은 상징의 땅'에서 주목할 만한 풍경은 국회의사당의 입구를 지키는 해태상도, 평화와 번영의 상도 아니다. 공사현장이 공존하는 바로 그 일상이다. 새까맣게 칠해진 땅은 언제든 폐허된 땅으로 변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일상적인 풍경을 소재로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다루었다. 그녀의 작품에는 권력과 존재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하고 있다.

이윤경_문들-진양상가아파트_디지털 프린팅, 드로잉_가변크기_2012
이윤경_문들-진양상가아파트_디지털 프린팅, 드로잉_가변크기_2012
이윤경_숨은풍경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2
이윤경_숨은풍경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2
이윤경_숨은풍경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2

이윤경은 작가가 거주하고 있는 오래된 아파트의 모습에 주목했다. 이는 곧 재개발이 되면 사라질 진양상가아파트의 현재 모습이다. 작가는 각양각색의 현관문을 찍은 사진을 나열한 후 한쪽 구석에 기울어진 상가 건물을 목탄으로 그렸다. 기존의 사진 설치작업에 드로잉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즉흥적으로 그린 이미지와 짧은 글귀는 진양상가아파트에 대해 부가적인 설명을 해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색깔, 문양, 동 호수의 숫자까지 모두 다른 현관문은 조형적으로 아름답기까지 하다. 정렬된60여개의 사진은 이웃의 얼굴조차 모르고 지내는 아파트라는 주거형태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유분방한 필치로 빠르게 그려진 건물 외부는 그녀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내려다 보이는 기와 지붕을 그린 '숨은 풍경'에서도 어린 아이의 낙서처럼 보이는 자유로운 표현을 찾을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의 작품은 가공되지 않은 강렬한 느낌을 줄 수 있었다. 극적인 구성을 통해 복잡한 심리상태를 도출해내며 대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었다.

허보리_누워서 자거라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2
허보리_줄줄이 소세지의 공격을 피해 은둔하기_천, 솜, 실, 플라스틱 등_가변크기, 설치_2012
허보리_줄줄이 소세지의 공격을 피해 은둔하기_천, 솜, 실, 플라스틱 등_가변크기, 설치_2012

허보리의 작업에는 가상의 내러티브가 존재한다. 진솔하게 표현된 작가의 일상은 재치로 가득하다. 작가는 대상에 대한 경험과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 비유적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사랑의 아픔은 병원에 입원해 링겔을 맞는 하트 모양의 인형으로, 피곤한 상태는 침대에 납작 엎드린 오징어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녀의 상상은 비현실적이지만 구체화된 상황의 묘사는 낯선 풍경을 다시 익숙하게 만들었다. 작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사건에서 출발하지만 일상과 비일상의 틈에서 왜곡된 이미지로 상상과 진실 사이의 경계가 모호한 작품을 제작했다. 한편 전시장에 설치된 '줄줄이 소세지의 공격을 피해 은둔하기'는 유아용 텐트를 개조하여 만든 작품으로 해야 할 일을 암시하는 소시지 쿠션을 피해 숨을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고요한 산 속에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초록색으로 위장된 텐트 안쪽에는 돌 모양의 베개와 나뭇잎 모양의 이불도 있다. 이 안락하고 안전한 쉼터는 작가가 관람객에게 선물한 작은 휴식 공간이다.

허보리_엉엉_캔버스에 유채_60×60cm_2011
허보리_완전 피곤 오징어 바디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2

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Henry Lefebvre)는 『현대세계의 일상성』에서 현대인들이 느끼는 일상성의 의미에 대해 언급한바 있다. 일상성과 현대성의 상호 유기적 관계에 대해 고찰했는데 그에 따르면 일상성이란 단순한 일상적 반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현대 사회의 도시적 특징을 대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심효선, 이윤경, 허보리가 주목한 일상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 르페브르가 『공간의 생산』, 『일상생활의 비판』 에서 제시한 공간과 공간의 발생에 관한 연구 또한 이들의 작품을 심층적으로 읽기 위한 자료가 된다. 르페브르는 '공간적 실천', '공간 재현', '재현 공간'으로 공간 생산의 계기를 구별했다. 여기서 '재현 공간'은 이미지와 상징을 통해 체험된 공간을 뜻하는데 이들의 작업과 연결되는 개념이다. 세 작가는 일상 생활의 공간에 특별한 상징적 의미를 부여했다. 검은 상징의 땅이라 부르는 국회의사당 앞, 이순신 동상과 비둘기가 조우하는 곳, 언제 사라져버릴지 모르는 오래된 나의 주거지, 편히 쉴 수 있는 나만의 침대, 해야 할 일들을 피해 숨을 수 있는 위장 텐트 등 작품 속에서 세 작가가 보여주는 일상 혹은 비일상적 풍경들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과 구별되는 '재현 공간'의 적합한 예가 될 수 있다. ● 이번 전시의 도록은 추억의 '탐구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의 요청으로 최대한 탐구생활 교재처럼 보이도록 디자인되었다. 전시의 주제를 잘 반영한 위트 있는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탐구생활은 초등학교의 방학 과제물로 자발적으로 탐구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된 학습교재이다. 세 작가의 작업은 마치 탐구생활 과제를 하듯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풀어나갔다. 이들은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 자신만의 특별한 장소에서 관찰일지를 쓰듯 일상에 기록을 남겼다. 나아가 이들이 명명한 '냉정한 풍경'은 우리에게 일상을 되돌아 볼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작가가 51%의 표현이 실은 100%에 가까운 표현임을 강조했듯 이들이 펼치는 51%의 진솔한 생중계가 복잡한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고군분투하는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휴식처를 100%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안선영

Vol.20120517f | 51%라이브-냉정한 풍경 탐구생활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