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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516_수요일_06:00pm
본 전시는 하동철장학금에 의해 지원되었음.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에뽀끄 GALLERY EPOQUE 서울 종로구 재동 38-1번지 Tel. +82.2.747.2075 www.galleryepoque.com
양쪽 끝-둘로 갈라지고 있는 너 ● 이제 나는 페미니스트가 된 것 같다. 하지만 남성우월주의자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여성으로서 자신을 항상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나머지, 남성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이 혼재해 있다. 강함을 원하고 정복자, 지배자가 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여자로서 연약함과 섬세함을 유지하며 보호받고 싶은 것이다.
커다란 거인은 내가 만든 수호자다. 작은 상상친구에서 거인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현실에서 불안정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나는 어떤 대상이든지 상반된 감정을 오가며 느끼기 때문에 어떤 것이 나의 진짜 생각인지 모를 때가 많다. 사람을 좋아하면 할수록 싫은 감정이 생기고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렵다. 처음 본 사람이 가장 편하고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좋다. 그리고 희미한 기억일수록 미화해서 간직하려고 하고 또렷한 기억, 최근의 기억일수록 잊어버리고 싶다. 흐릿한 기억 속에서 가장 좋은 추억들을 추출해 만든 나의 상상친구는 시간이 더해갈수록 거대해졌는데, 거인이 되어버린 그는 친구라기보다는 외부세계로 부터 나를 보호하는 수호자의 역할을 한다. ● 내가 약자의 입장에서 외부 세계로부터 보호받기 위하여 만든 거인(수호자)은 듬직해 보이는 넓은 어깨를 가지고 있지만 하반신은 잘려있거나 흐릿하다. 특정한 상황을 만들어냄으로써 이 상상의 존재는 나를 지켜주듯 감싸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같은 존재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이 모든 과정을 회의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거인이야 말로 나를 경멸하게 만드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를 떨쳐버리지 못하는 나는 거인을 죽이고 다시 살리면서 방황하게 된다. 상반된 감정들이 솟아난다.
양가적인 감정들은 자신의 모순을 여과 없이 느끼게 해준다. 그림은 불안한 대칭 구성을 통해 어떤 동등한 대상이 양쪽으로 나뉘는 것처럼 보이는데, 동시에 가깝게 연결되어있기도 하다. 수많은 생각들이 오가고 나면 내 머릿속은 그 생각의 잔상으로 인해 뿌옇게 변한다. 그림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다. 복잡하고 모순된 생각들로 인해 결국은 페인팅을 통해 나를 드러내고 싶다가도 감추고 싶어지기 때문에, 그리고 덮기를 반복한 그림은 엷은 레이어들로 그간의 시간만을 보여준다. 그렇게 쌓인 감정들은 때로는 극단적으로 폭발하는 에너지가 되어 거친 붓자국으로 그림에서 마무리된다. ■ 양희애
Vol.20120516i | 양희애展 / YANGHEEAE / 梁熙愛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