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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516_수요일_06:00pm
사이아트갤러리 뉴디스코스 작가선정展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_02:00pm~07:00pm
사이아트 갤러리 CYART GALLERY 서울 종로구 안국동 63-1번지 B1 Tel. +82.2.3141.8842 cyartgallery.com
관악산과 호랑이가 의미하는 것들 ● "관악산 호랑이 프로젝트"라는 조금은 특이한 테마를 가지고 전시하게 되는 작가 이병수는 사진, 영상 등 매체들을 활용한 설치작업을 주로 해왔다. 그가 해온 작업 내용을 살펴보면 자전거에 네비게이션을 매달고 '희망'이라는 단어를 검색하여 나타난 위치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기록하거나, 길에서 마주친 가로수를 인격적 대상으로 상정하여 연애하는 행위들을 통해 자신의 감정변화를 하나의 '에피소드'로 기록하기도 하는 등 일견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일들을 현실 공간에서 자신의 경험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 이번 전시에서도 호랑이를 추적하는 개인 연구소를 만들고 관악산에 호랑이가 존재하는가를 탐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도로가 도시 외곽을 여러 겹 감싸고 있는 서울에서 관악산이라는 울창한 산림이 있다고 해서 그곳에 호랑이가 살 것이라고 믿기는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런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하나의 경험적 사건으로 만들고 이를 기록물로 남겨 전시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은 "도큐멘테이션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을 것인가"와 관련한 작업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비현실적 상상들을 현실화시키고자 하는 의도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작업 내용에 대한 질문에 이르기 까지 여러 가지 의문들을 낳게 되리라고 본다. 왜냐하면 상식적으로만 생각한다면 나무라는 존재가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이 될 수 없고 희망이라는 말로 명시할 수 있는 위치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호랑이를 도시공간에서 찾아 나선다는 것은 무의미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 예술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기록으로서의 예술이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점도 점검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 작가가 비현실적 상상을 현실로 끌어들여 진지하게 수행해 내고 이를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하여 남기는 것은 돈키호테적 아이러니를 연상시킬 정도로 혼란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모하리만큼 우직하게 개인사적이고 사소한 경험을 사건화하고 특이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몽상적이고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가시적 현실로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기록으로 남겨낼 때에는 무심코 비현실적이라고 제쳐놓았던 부분들에 대해 다시 살펴보고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음은 분명한 것 같다. ● 작가의 영상작업에 나오는 내용에서 호랑이 연구자들의 진술처럼 관악산에는 호랑이가 산다고 보기는 힘들다. 호랑이는 하루에 20㎞, 한 마리가 최소 400㎢의 광범위한 지역을 오갈 수 있다고 하므로 혹시 1~2마리의 개체가 발견된다 할지라도 사실상 멸종된 것으로 본다는 학술적인 판단에 의하면 관악산에서 호랑이를 찾는다는 것은 사실 무의미해 보인다.
그럼에도 호랑이를 찾는 과정을 사건화하여 기록하는 작가의 행위들에서 읽을 수 있는 점은 어쩌면 작가가 찾고자 하는 것이 호랑이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도시의 현대인들에 부재한, 존재해 있기를 소망하지만 현실 불가능하다고 제쳐놓았던 그 모든 것들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작가는 그러한 지점들을 현실 속에서 과감하게 찾아 나서고 이를 기록하여 가시화 하고자 하는 것이다. ●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 꿈에서나 꿈꿀 수 있는 일들이라고 치부하고 사고하기를 멈춰버린 영역들에 대해 작가는 반기를 들고 인식의 변경을 요청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문제제기 방법을 기록물을 제작하는 방식을 통해 사물의 재현이 아닌 사건의 재현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며, 전통적 예술개념에서 제작되었던 물질화된 아트웤(Artwork)이 아닌 비물질적 시각정보 차원의 아트웤을 제시하고 있다. ● 이러한 태도는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영역이 일정한 시간과 공간 안에 물질로 고착될 수 없는 상상, 믿음, 희망과 같은 비물질적 체계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며 일정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수행 과정을 통해서만 드러날 수 있는 시간성을 기반으로 한 체계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작가는 이성이나 합리성이라는 기반 위에 눈 앞에 보이는 물질로 구성된 현실들만을 믿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결핍된 부분들에 대하여 직접 참여하여 사건화하고 이를 현실의 일부로 제시함으로써 비현실적일 수 있는 영역을 현실이라는 카테고리와 마주치게 하고 있는 것이다. ● 이로써 작가는 상상 속의 생각들을 하나의 사건으로 전개하고 이것을 작가의 예술적 언어로 번안함으로써 단순한 일상의 사건이 아니라 일정한 내러티브를 내포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예술의 지평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으며 일상을 다른 각도에서 인식하게 하고 이를 새롭게 각성시키는 방식을 통해 일상의 사건을 미적 사유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독특한 작업을 보여주고 있기에 주목하여 볼만한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 이승훈
Vol.20120516f | 이병수展 / LEEBYUNGSU / 李秉洙 / video.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