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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빛갤러리 VIT GALLERY 서울 종로구 소격동 76번지 인곡빌딩 B1 Tel. +82.2.720.2250 Vitgallery.com
나무를 심는 노총각 청산(靑山)에 은거(隱居)하다. ● 나무는 공기와 물과 같이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자연물 중 하나이다. 여자와 나무를 택하라면 조금의 고민 끝에 나무를 택할 것이다. 나무 없다면 연필도 붓도 종이도 캔버스도 없고 결국 화가도 없는 것이다. 전원 주택은커녕 나무 한 그루 심을 땅 한 평 없는 노총각이 캔버스에 한 그루 한 그루 그려 넣어 『나무를 심는 노총각』이라는 타이틀로 2011년 봄에 전시회를 열었다. 그 나무들이 봄을 지나 여름을 맞아 청산으로 우거지고 노총각은 그 속으로 은거 작업에 열중하여 「나무를 심는 노총각 청산으로 은거하다」라는 2012년 5월의 작품이 된 것이다. 청산 즉 여름의 산은 먹고 살 걱정하나 없어도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던가. 지천에 먹을 것 마실 것이며 난방걱정 하지 않아도 되는. 먹고 살 걱정 태산인 노총각의 전업작가(專業作家)에게는 정말 좋은 계절이다. 또한 흰색의 화강암과 청록의 숲의 조화는 보는 이에게 더욱 청량감을 선사해 준다.
이제현의 운금루기에 " 세상에 구경할 만한 경치가 반드시 먼 지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임금이 도읍한 곳이나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 아름다운 경치가 있다." '"마음이 한곳으로 쏠리면 다른 곳을 볼 겨를이 없는 법, 조정에서는 명예를 다투고 저자에선 이익을 다투다 보니 비록 좋은 경치가 바로 옆에 있어도 이를 아는 사람이 드문 것'" 이라 언급했듯이 북한산 및 인왕산, 도봉산(오봉)등은 천하제일의 명당이라는 서울을 품고 있는 명산 중에 하나이다. 작가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서울의 명산(학창시절 교가에도 등장)을 그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연적인 모습들이 많이 파괴된 그곳에 인간의 건축물들을 거의 제거하고 집 한 채와 정자, 다리 하나 놓여있는 풍경은 익숙하지만 낯설고 새롭기까지 하다. 이것은 자연의 무분별한 파괴를 반성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한 현대인들의 지나게 노출된 사생활과, 작품보다 작가 자신이 돋보이려는 예술가들의 모습이 익숙하지 않아 산속에 은거 하여 작업에 열중하는 작가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과 바람을 그리고 있다. 은거는 세상을 등지는 것이다. 세상이 싫어 떠나는 경우와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잠시 웅크리고 준비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은거는 혼자 잘난 척 하는 것이 아니라 노출된 삶을 피해 자신을 단련하고 수련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기법적인 면을 살펴보면 주산의 모습은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 보게 그려 더욱 웅장한 모습을 보이며 앞쪽의 모습은 위에서 내려다 보아 좀더 넓은 장면을 묘사하며 주산의 뒤에는 겹겹이 산을 그려 넣어 깊은 산중의 느낌이 나게 한다. 이것은 동양회화의 3원법으로서 한가지 시점으로 관찰하기 힘들고 여러 곳을 탐방해야만 얻어낼 수 있는 장면표현 방식이다. 또한 점으로 묘사한 여름 나무의 모습과 선으로 마무리된 바위는 일반적인 점과 테두리 같지만 하나하나 서예의 영(永)자 팔법에 기반한 점, 획과 닮아 있다. 점과 선은 동서고금 회화의 기본이 되는 기법이다. 하나하나 밥 먹고 아무 생각 없이 찍어대는 점이 아닌 온갖 삶의 고민과 번뇌가 숨어 있다. 또한 산은 겸손하게 오르고 경의를 표해야 하듯 그것을 그릴 때도 어렵게 그려내고 있다. 대표적인 현대서양 재료인 아크릴릭 컬러와 캔버스를 사용하였지만 섬세하면서 웅장함으로 동양회화의 한가지 정신인 기운생동이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기법과 준법이 기반이 되어 나타난다. 이는 수 천장의 인물 모필드로잉과 매일 100여자씩 쓰고 있는 붓글씨로 단련한 필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짚신이 좋다 하더라도 그것을 신고 육상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듯이 새로운 시대에 맞게 대중과 가깝게 접근 할 수 있는 익숙한 현대적인 재료로서 표현하는 것 또한 작가가 해내야 할 임무이다.
『개자원 화보』와 곽희의 『임천고치』를 탐독하여 동양회화의 이론과 실기의 기반을 얻어내고 수많은 탐방과 관찰을 통한 넓고 다양한 시야, 현대적인 재료로 전통적인 기법과 정신의 일체가 된 은거도. 이는 지나치게 노출되고 삭막한 현대인의 삶에 청량제 역할을 할 것이다. ■ 이동협
Vol.20120515e | 이동협展 / LEEDONGHYUP / 李東協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