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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511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_10:00am~05:00pm / 월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ARTSPACE H 서울 종로구 원서동 157-1번지 Tel. +82.2.766.5000 www.artspaceh.com
조송이 그리는 화면은 중후한 깊이가 있다. 어두운 표면, 그 배후에 조용하고도 엄숙한 기운이 중첩되어있기 때문이다. 보통 검은색은 '죽음'을 의미하는데, 작가가 그려내는 검은색은 우울한 기운과 평온함이 혼재하고 있다. 이는 죽음이란 인간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고 끊임없이 함께 한다는 그녀의 사상 때문일지도 모른다."과학자가 실험을 통해 일종의 이론을 만들어내듯 나는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일련의 메시지를 도출한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인간의 증명』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내러티브가 담긴 삶의 기승전결을 선보인다.
인간의 삶이란 끊임없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의 과정이다. 각자 위치에서 어떤 경험을 하든 결국 이 길고도 덧없는 여정은한 개인의 고유한 것이며, 그 누구의 삶도 동일할 수는 없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이론적으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본인의 굳은 신념이나 의지를 뒤흔드는 수많은 요소들이 존재하며, 이것은 결국 가치혼란을 일으키는 결과를 얻는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개별성보다는 집단성이 더욱 강조되기 때문에 누구나 한번씩은 자아가 흔들리는 경험을 가지고 있을 법하다.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라는 작품제목에서도 이러한 특징은 잘 드러나는데, 초점을 잃은 한 인간의 모습이 어두운 화면에 배치되고 동물들 사이에 둘러싸여 불안과 긴장상태로 대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이라는 집단 사이에 있는 한 인간의 모습은 앞서 언급했듯 개별성과 집단성의 혼란에 빠진듯하다. 또한 조송의 작품에는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浮游)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기적을 바랬을 때가 언제였던가」에서는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 장난감 인형 얼굴들이 둥둥 떠있다. 목적지를 잃은 배처럼 핵심이 빠진 빈 껍데기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같은 곳을 향하는 사람들, 그리고 매일 눈물 흘리는 동상」에서는 매우 안정적 부유(浮遊)함을 보여주며 앞서 드러난 모든 감정구조를 정리하는 결말을 암시한다. 한 배에 동시에 올라 타있는 인간과 동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무대를 암시하는 푸른색 장막은 한 인간의 삶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듯하다. 공연이 막을 내리듯, 모든 인간은 '죽음'을 맞이하며 삶의 막을 내리게 되는데 결국 그 앞에서는 모두가 겸허해질 수 밖에 없는 모습이 나타난다.
조송의 작업은 화면 구조뿐 아니라 제작과정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 또한 인간 삶의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녀가 주로 사용하는 재료인 '먹'은 주변환경요소에 따라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적당한 습도 유지, 배접상태 등 물리적 요소까지 세심하게 컨트롤하며 인내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작가는 결국 붓을 통해 삶의 과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표면에 드러나는 검은 화면은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을 오롯이 담아낸 결과물과 같다. 문답형식으로 이어지는 작품제목도 마찬가지로 마치 깨달음을 얻게 되는 작가의 독백처럼 전개되고 있으며, 살아있는 생물이 느끼는 감정의 변화과정을 화면에 표현하고 여기에 내러티브를 첨가 함으로서 결국 조송은 『인간의 증명』전에서 한편의 플롯(plot)을 선보인다. ■ 김혜영
Vol.20120511c | 조송展 / JOSONG / 趙松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