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나展 / PARKHANA / 朴하나 / mixed media   2012_0509 ▶ 2012_0514

박하나_TUBE 12-d05_DTP, machine knitting with stainless steel wire_103×103cm_201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토포하우스 TOPOHAU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1층 Tel. +82.2.734.7555/+82.2.722.9883 www.topohaus.com

섬유는 기다란 선이다. 그 선들은 서로 교차를 거듭하면서 평면인 직물의 상태를 향하려 한다. 그리고 그 직물은 사람의 몸을 감싸며 입체의 공간을 만드는 껍질이 된다. 선, 평면, 입체의 수순, 이것이 섬유에게 주어진 질서다. 그런데 섬유는 기하학적에서 말하는 순수한 공백성(blankness)으로서의 선과 더불어 미약하나마 물질성을 지닌 적재성(loadedness)으로서의 선의 성격도 함께 가지고 있다. 씨실과 날실이 반복적 교차라는 계기적(繼起的) 질서를 충직하게 지킬 수가 있는 것은 섬유의 한 성격인 선의 공백성이 지닌 기하학적인 질서가 연장되었기 때문이다. 공백성의 선들이 질서정연하게 공간을 메워나가며 적분(積分)된 결과는 평면으로서의 천이다.

박하나_TUBE 12-d06_DTP, flame burning on stainless steel mesh_103×103cm_2012
박하나_TUBE 12-d07_DTP, hand machine knitting with copper wire, flame burning_103×103cm_2012

한편, 섬유의 또다른 측면인 물질성과 적재성이 더 예민하게 의식되고 강조될 때, 섬유는 선에서 평면의 단계로 향해야 하는 질서를 거부하고 곧바로 입체로 도약하려는 꿈을 꾸게 된다. 그 꿈은 섬유의 가느다란 두께를 최대한 부풀리는 꿈이다. 이렇게 부풀려진 입체공간을 차지하는 건 텅 빈 내부와 얇은 껍질이다. 1차원의 선이자 동시에 3차원의 입체가 혼재된 상태, 이게 박하나의 '튜브' 작업이다.

박하나_TUBE 12-e03_machine knitting with stainless steel wire, hand knitting_200×90cm_2012
박하나_TUBE 12-e04_machine knitting with stainless steel wire_62×31cm_2012

실제 작업에 동원된 튜브는 기실 가느다란 철사들을 엮어 짠 것이다. 그 튜브들은 서로 뭉쳐서 다시 직조(knit)되는 프로세스를 반복하며 제 몸집을 불리려는 생명체처럼 전시장을 바닥부터 채워나간다. 튜브는 내부를 가진 섬유의 메타포다. 내부에는 자아(에고)가 깃들기 마련이다.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듯, 자아와 내부를 지닌 존재는 가끔 외부로부터 주어진 질서를 거부하거나 어둠 속으로 자신을 숨기기도 한다. 섬유 또한 마찬가지다. 섬유는 단순하게 기다란 선이 아니라 연약하기는 하나 질서를 벗어나려는 유기적인 물질이고 스스로 자라나고 번식하는 예측불허의 생명체라는 것이 박하나의 입장이다. ■ 황인

Vol.20120508b | 박하나展 / PARKHANA / 朴하나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