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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10:30pm / 주말,공휴일_12:00pm~10:30pm
아트스페이스 ZAKO Art Space ZAKO 서울 광진구 화양동 94-7번지 2층 Tel. +82.2.466.4778 www.zakoimage.com
본 전시는 시간과 기억, 그리고 남아있는 감정을 소제로 기획되었다. 한 장의 사진은 어떠한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스토리만을 담은 것이 아니다. 이미지 안에는 그 공간에서 카메라를 들고 바라봤던 이의 감정과 감각이 깃들여 있다. 찰나의 순간이 지나면 사건은 소멸하고 사람의 기억 역시 망각되거나 왜곡된다. 그리고 당시의 감정과 감각은 가공되거나 편집되어 이미지로 남겨진다.
침대에 누어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에 드러난 무수한 먼지들이 볼 때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이 방안에는 멈춰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예전에 살던 집 근처에는 토끼들이 아주 많았다. 그 애들은 새벽이나 해질녘에 인적이 뜸해지면 숲 속에서 튀어나와 자기 앞마당인양 주변을 배회하곤 했다. 당연하지만 토끼들은 나한테 전혀 살갑지 않았다. 늘 주변에 있었지만 우리는 절대 가까워 질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당시에 나는 청소 일을 했으므로 내가 청소해주는 곳으로 갈 때 항상 마주치는 건 날 반가워 해주지 않는 토끼들 뿐이었다. 우리는 서로 눈치 보거나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사이였다. 그 짧은 도보 여행 동안 나는 머리 속에 온갖 잡생각을 집어넣고 다녔고 토끼들은 자기 용무를 볼 뿐이었다. 밖은 고요하고 토끼들은 여유로운데 내 머리 속은 항상 북적이고 소란스러웠다.
나에게 이미지는 둔탁하고 건조해지기 쉬운 감각을 자극해주는 무엇인 것 같다. 당연하지만 무언가를 창작하는 작업에는 항상 집중력과 몰입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느낌 혹은 감성 같은 것들도.. 어쩌면 그러한 것들을 끌어 올리기 위해 나 자신을 길들이고 훈련시키는 것일 지도 모른다. 나는 녹슨 기계가 아니라고 스스로 느끼기 위해서 말이다. 나는 다양한 장소에서 많은 사진을 남겼다. 하지만 그것들한테선 창작의 고정된 목적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아마도 그 장소에서 셔터를 누르고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과거의 기억은 대부분 꿈결처럼 흐릿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사진을 찍은 나 조차도 그곳에서 내가 본 실제들은 분명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어쩌면 나한테 있어서 사진과 같은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은 사적인 경험의 기록이라기보다 남겨진 감정을 토대로 만든 시의 한 구절을 짓는 것에 가까운 행위 같다. 물론 그 감정이란 것은 찬란한 환희의 순간에 남겨진 자취 같은 것이 아니다. 목적지를 향한 느리고 담담한, 그리고 때로 피로한 걸음 중에도 나는 무언가를 바라보고 무언가를 느낀다. 마치 예전 토끼들 사이를 거닐 때처럼 말이다. 토끼들은 냉담하고 주위의 모든 것들은 무심하게 흘러간다. 나는 외부의 일상과 대비되는 수많은 감정의 움직임과 함께 그 길을 걸어 간다.
아무튼 나는 여행에 들어섰고 사실 아직도 진행 중이다. 나는 목적 없이 떠돌며 바스러져가는 시간을 담았다. 그러나 내가 담은 것은 현장과 현상이 아니라 내 머리 속의 북적거림이다. 방 안을 부유하는 먼지들처럼 나는 떠돌다 그 장소에 있었고 이제 희미해진 감정들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 김성재
Vol.20120507a | 김성재展 / KIMSEONGJAE / 金成在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