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연구 - If the skin has emotions

안중경展 / ANJOONGKYUNG / 安重京 / painting   2012_0502 ▶ 2012_0508

안중경_인간연구-피부자아_캔버스에 유채_72.5×60.5cm_201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팔판동 115-52번지) B1 Tel. +82.(0)2.737.4678 www.gallerydos.com

피부 너머의 얼굴: 새로운 인간성을 찾다 ● 얼굴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대하는 친숙한 존재이다. 또한 가장 감정표현이 풍부한 몸의 일부분으로서 미세한 근육 운동들은 다채로운 인상을 남긴다. 얼굴 안에는 그 사람의 감정, 의지 그리고 본성 전체가 드러나게 마련이며 가릴 수 없는 노출이란 이유에서 일종의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얼굴은 내 신체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는 나의 모습을 의미하기도 한다. 작가는 그 중에서도 피부라는 감각기관에 집중한다. 대상을 진지하게 관찰하고 연구하는 태도로 표현 활동에 임하는 것은 작가의 독특한 작업방식이기도 하며 측백나무에 이어 피부가 그 두 번째 시도가 된다. ● 고유한 개개인의 얼굴들은 작가에게 직접적인 신호로 다가온다. 작가는 얼굴과 접촉할 때 보고 느끼는 경험과 순간의 감각 그리고 상상을 더하여 형상을 자유롭게 무너뜨린다. 여기에는 피부가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로써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과학적 가설이 전제되며 얼굴은 그것을 드러내기 위한 표현의 장이 된다.

안중경_인간연구-피부자아_캔버스에 유채_72.5×60.5cm_2011
안중경_인간연구-피부자아_캔버스에 유채_65.5×53cm_2011

세상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감각이라는 문을 통과해야 하며 피부는 그 첫 번째 관문이다. 피부의 감각은 만져짐과 만짐이라는 접촉의 결과이며 인간은 이에 따른 자극을 수용하게 된다. 피부는 외부환경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고 나와 세상을 구별하게 해주는 경계면의 기능을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정이나 기억을 담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피부는 곧 인생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감각을 자극하는 얼굴을 만나게 되면 피부의 색, 두께, 질감, 탄력 등을 관찰하고 인지적 해석과 함께 다른 형태로 변형시킨다. 뼈대와 근육을 단단히 감싸는 피부의 지지 기능은 상실되고 얼굴의 형상은 액체처럼 흘러내리고 일그러진다. 만져질 듯 생생한 살의 느낌과 선명한 색채는 하나의 생명체로써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있는 그대로의 재현과는 거리가 멀지만 개인의 인성, 감정, 분위기, 시간 등 다양한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반영되어 있어 오히려 더 사실적이다. 작가는 분명한 형태를 찾기 위해 표현하기보다는 변형되는 진행 자체에 더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는 인간 연구를 위한 실험의 일부라고 여긴다. 여기에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바탕이 된다. ● 얼굴이란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의사소통의 통로이기 때문에 몸을 대변하는 영혼이라고도 말한다. 인간이라는 정체성은 결국 얼굴에서 가장 분명하게 표현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예술에 있어서 중요한 소재 중 하나였다. 작가는 얼굴 중에서도 피부라는 경계면을 통해 대상을 관찰하고 그 내면을 주관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변형된 형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다분히 현대적이다. 인간 연구라는 큰 맥락에서 작업을 풀어나가는 작가의 결코 가볍지 않은 실험의 결과물을 이번 전시를 통해 감상해보길 바란다. ■ 김미향

안중경_인간연구-피부자아_캔버스에 유채_72.5×60.5cm_2011
안중경_인간연구-피부자아_캔버스에 유채_65.5×53cm_2012

모든 살아있는 존재, 살아있는 기관은 피부, 가죽, 껍데기, 싸개, 막 등의 껍질을 지니고 있다. 인간의 피부는 신체의 가장 바깥에 위치하면서 외부로부터 신체의 여러 기관들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는 보호막이다. 또한 피부는 외부의 여러 자극을 인지하여 신체의 내부로 전달하는 첫 감각기관이기도 하다. 그러나 흔히 알려진 바와 같이 피부는 단지 신체의 보호막이나 감각의 경계선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피부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기관으로서 외부의 자극에 대한 기억을 지니고, 그것에 대한 일종의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근래의 과학적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안중경_인간연구-피부자아_캔버스에 유채_65.5×53cm_2012
안중경_인간연구-피부자아_캔버스에 유채_65.5×53cm_2011

여러 가지 감각기관(촉각, 압력, 통증, 열기 등을 감지하는)의 체계인 피부는 다른 외부 감각기관들(청각, 시각, 후각, 미각), 운동감각, 그리고 평형감각 등과도 자체적으로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신생아 때는 피부의 복합적인 감각(촉각, 열, 통증 등에 대한)이 오랫동안 산만하고 미분화된 채 남아있다. 그러다가 피부는 점차적으로 민감한 감각기관으로 변모해간다. 즉 여러 가지 다른 유형의 감각들을 느낄 수 있게 되고(주도권의 기능), 그 감각들을 피부와 연결시키거나(연결기능) 혹은 분별해내고, 신체의 전체 표면이라는 하나의 배경으로부터 떠오르는 형상들로서 그러한 감각들을 위치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스크린의 기능). ● 피부는 귀보다는 못하지만 시간을 판단할 수 있고, 눈 보다는 못하지만 공간을 측정할 수 있다. 그리고 공간적 차원과 시간적 차원을 조합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피부뿐이다. 피부는 멀어지는 소리로부터 우리의 양쪽 귀가 거리를 측정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자신의 표면으로부터 어떤 물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디디에 앙지외, 『피부자아』 중에서)

안중경_인간연구-피부자아_캔버스에 유채_72.5×60.5cm_2011

강렬하거나 지속적인 통증 경험은 몸에 '통증 기억'이라고 표현되는 '비문(엔그램)을 남긴다. 통증은 (민감한 피질의) 접촉감각과 통증감각의 신호로서 저장될 뿐 아니라 감정적 통증 기억('감정지능중추' 변연계에 속하는 대상회)에도 저장 된다. (요하임 바우어, 『몸의 기억』 중에서)

안중경_인간연구-피부자아_캔버스에 유채_72.5×60.5cm_2011

나는 회화를 통해 인간을 연구함에 있어서 이러한 피부의 특성에 주목하였다. 피부가 어떤 감정을 지닌 독립된 기관이자 내부의 여러 신체 기관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생물체일 수 있다는 가정으로부터 ( 초기에는 이렇게 뚜렷한 생각을 떠올린 것이 아니라 피부에 인간의 기억과 감정이 기록되고 기억되며, 피부를 통해 한 인간을 표현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작업을 해 나갔다.) 진행된 작업은 피부를 통한 인간의 보편적 특성들(유전적, 본능적, 동물적, 문화적 특성들)과 한 개인에게서 드러나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특성들(개인적인 사연들과 구체적인 시공간에 처해진 상태)을 이해하고 감각하고자 하는 시도의 기록이 되었다.

안중경_인간연구-피부자아_캔버스에 유채_72.5×60.5cm_2011

나는 인간의 피부를 표현함에 있어서 특히 얼굴에 주목하였다. 얼굴은 한 개인의 감정이나 생각이 표정으로써 드러나거나 감추어지는 가장 극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신체 중 얼굴의 피부에 범위를 한정짓고 집중하면서, 여러 사람들의 얼굴에 드러나고 감추어진 감정과 기억들에 의해 사람들의 피부가 제각각 다른 형태와 두께, 색깔, 질감을 지니며 그 피부로부터 감각되거나 유추되고 상상되어지는 것들이 매우 다양하고 그 각각의 것들이 음미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피부는 해부학적으로 각질층, 표피, 진피, 피하조직, 지방세포, 땀샘, 모공, 모낭, 모근, 신경말단, 피지선, 털세움근, 결합조직, 신경, 소동맥, 소정맥 등의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내게 인간의 얼굴 피부는 대지의 흙이나 부풀어 오른 풍선, 그리고 동물의 내장처럼 보이기도 하며 갈등과 긴장이 일시적으로 멈춘 장소, 혹은 속으로 깊숙이 감정을 감춘 잔잔한 표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떤 사람의 얼굴을 보았을 때 그 사람의 얼굴 피부가 자아를 완전히 노출시킨 상태를 하고 있어서 외부의 자극에 쉽게 상처가 날 수 있을 것처럼 경계나 보호막이 사라진 것으로 인지되었을 때 그 사람의 얼굴은 그 형태가 금방 허물어질 듯이 보여서 내게 극도의 불안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나의 인간 연구는 과학적인 실험과는 다른 방법을 택하고 있고 과학처럼 증명될 수는 없는 것이지만 회화를 통한 하나의 실험으로서 그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 안중경

* 참고문헌 Didier Anzieu. 『피부자아』, 권정아・안석 역, 인간희극, 2009. Joachim Bauer. 『몸의 기억』, 이승은 역, 이지북, 2006. 傳田光洋. 『제3의 뇌』, 장인숙 역, 열린과학. 2009. Marc Kirschner, John Gerhart. 『생명의 개연성』, 김한영 역, 해나무, 2010. Edward O. Wilson. 『인간 본성에 대하여』, 이한음 역, 사이언스북스, 2009. Desmond Morris. 『털 없는 원숭이』, 김석희 역, 문예춘추사, 2011. Richard Dawkins. 『이기적 유전자』, 홍영남・이상임 역, 을유문화사, 2011.                  『확장된 표현형』, 홍영남 역, 을유문화사, 2011. Gilles Deleuze. 『감각의 논리』, 하태환 역, 민음사, 2010. Temple Grandin, Catherine Johnson. 『동물과의 대화』, 권도승 역, 샘터, 2006. Jean Kazez. 『동물에 대한 예의』, 윤유진 역, 책읽는수요일, 2011. Marc Bekoff. 『동물의 감정』, 김미옥 역, 시그마북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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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