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자展 / WONMOONJA / 元文子 / painting   2012_0502 ▶ 2012_0516

원문자_사유공간_한지, 순지에 먹_160×13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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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502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선화랑 · 선 아트센터 SUN GALLERY · SUN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 184번지 1,2층 Tel. +82.2.734.0458, 5839 www.sungallery.co.kr

존재의 숨결과 빛의 나래 - 원문자의 근작에 대해 ● 일종의 릴리프 회화 또는 회화적 릴리프를 추구해오던 원문자의 작업은 또 하나의 변모의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지금껏 해왔던 작업 내역은 으깬 한지 풀을 스티로폼 판에 다 덮고 떠내는 요철 판을 근간으로 해서 수묵과 각가지 채색을 시술하는 형식이었다. 한지를 물에 풀어 한지 풀을 만들어 이를 일정한 형태로 떠낸다는 것은 한지의 물성화를 말하는 것으로 지금껏 한국화의 실험적 수위가 주로 내용상에 치우쳤던 것과는 다른 형식의 실험으로 돋보인 것이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한지가 지닌 내면으로서의 정서의 재발견과 문맥 되는 것으로서 한국화 실험의 차원을 한껏 높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그러면서도 그는 단순한 물성의 극대화란 실험의 영역에 안주하지 않고 물성과 이미지를 융합하여 독특한 회화세계를 펼쳐나갔다. 종이가 지닌 평면성을 입체화 시킴으로써 종이 질료의 다변성을 확인한 것은 물론이려니와 요철의 변화에 기대어 수묵과 채색의 시술이 보여준 변화 있는 표현은 때로 화사하면서도 은은한 깊이로 그의 실험의 폭을 한층 확대해 준 것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한국화가 소지(지지체)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보여주었던 것은 좀처럼 없었다.

원문자_사유공간_한지, 순지에 먹, 한지끈_100×119cm_2007
원문자_사유공간_한지, 순지에 먹_130×160cm_2012
원문자_사유공간_한지, 순지에 먹_163×45×52cm_2012

근작에서 보이는 또 하나의 변모는 더욱 유연하면서도 풍부한 외양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예리하게 면을 구획하던 이전의 평면구성과는 여러 면에서 대비된다. 구겨진 작은 순지의 조각들을 일정한 틀 속에 몇 겹씩 쌓아 올리면서 전면화하는 방법이다. 릴리프의 형식은 띠고 있으나 방법상으론 콜라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순지의 사용은 이미 이전 작품 가운데 부분적으로 등장된바 있다. 한지에다 순지를 결합한다든가 한지에 순지와 한지 끈을 결합시켜 구성에 변화를 시도했던 것이 그것이었다. 근작들은 이처럼 부분적으로 사용되었던 순지를 구성의 기본인자로 확대한 것이며 그것을 전면화한 것이다. 그의 변모의 내역이 언제나 앞선 것에서 자연스럽게 유도되었던 과정을 여기서도 발견할 수 있다.

원문자_사유공간_한지, 순지에 먹_152×152cm_2012
원문자_사유공간_한지, 순지에 먹_162×260cm_2010

구겨진 순지의 조각들은 일률적으로 몇 겹씩 쌓여 지면서 전체로 확대되는 양상을 띠고 있어 마치 대양의 수면처럼 작은 물결들이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가 하면, 꽃밭에 모여드는 나비떼같이 파닥이는 작은 생명체의 황홀한 장면을 떠올리게도 한다. 또는 부풀어오르는 꽃봉오리가 일시에 만개한 순간을 만나게도 한다. 가녀린 생명의 운집이 자아내는 삶에 대한 희열이 그 어떤 상상보다 강하게 전해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작품 이라기에는 존재에 대한 자기 현현이 강하게 다가온다. 일정한 시스템에 따라 완성 되어지는 회화란 형식에 앞서 끊임없는 생성의 기운으로 인해 나타나는 존재의 가변성이 회화란 형식을 띠어 넘어 다가오는 것으로서 말이다. 지금까지 그가 추구해오던 릴리프 회화가 이제 회화의 한계를 극복해 갈려는 의지에 차있음을 간과할 수 없게 한다.

원문자_사유공간_한지, 순지에 먹_130×160cm_2012

사실 그럼에도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순지의 파편들은 수묵과 한지의 융합으로 이루어진 한국화의 질료적 맥락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님을 암시한다. 수묵과 한지의 대비적 조형이 주는 간결하면서도 깊은 내면의 울림은 여전히 근작에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흑과 백의 기조로 이루어지는 두 유형은 전체가 동일한 색채로 통일 되는가 하면 때로 점진적인 토온의 변화, 일정한 구획을 만드는 변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모노톤에 지지되면서도 모노톤의 건조함에서 벗어 나려는 시도를 반복해 보이고 있다. ● 그러나 구조상의 어떤 변화의 시도에도 앞서 나타나는 것은 생성의 질서, 생명에로 향한 존재의 구현이다. 그래서 화면은 단순한 모노톤이 아니라 화사하고도 난만한 색채의 여울로 넘치게 된다. 한없이 가벼운 존재의 숨결, 빛의 나래가 가득히 내려앉는 화면 앞에서 명상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게 된다. ■ 오광수

Vol.20120506c | 원문자展 / WONMOONJA / 元文子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