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504_금요일_06:00pm
참여작가 김범수_김윤아_김황록_왕지원_정수용
주최 / 조관용_CSP111 아트스페이스 기획 / 조관용(Director)_박진(Curator)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CSP111 ArtSpace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88-55번지 현빌딩 3층 Tel. +82.2.3143.0121 blog.naver.com/biz_analyst
개에게 먹힌 뇌 - 감각 너머의 보이지 않는 실체의 흐름으로 ● 육체가 삶의 시작이며 끝이라는 생각이 전부일 때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육체가 인간 정신의 모든 근원이라고 생각하며, 과학 기술만 급속히 발전해갈 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미래의 사회는 어떤 세상일까? 그러한 미래의 사회는 왕지원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이보그의 인간이나, 김범수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클론의 도움으로 신체의 장기를 끊임없이 이식 받은 기괴한 유형의 인간들이 사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두뇌 중추만을 살리고,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근원이 되는 제반의 육체들을 제거한 왕지원의 사이보그 인간 "mechanical Xanadu"이 인간과 동일하게 세상을 인식할 수 있을까? 그것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나무 - 완전한 은둔자"에서 몸통을 분리하고 뇌로만 살아가는 학자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 소설 속의 학자는 인간을 둘러싼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뇌'만을 남기고, 자신의 몸을 거세한다. 그는 뇌를 통해 의식을 확장시키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하지 못하는 그의 뇌는 어린 아이의 시선에선 집안에 놓여 있는 장식용의 돌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그의 뇌는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전락하고, 거리를 배회하던 '개'의 먹이가 되는 비운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뇌와 기계적인 몸통으로 이루어진 "mechanical Xanadu" 역시 소설 속의 학자와 같이 외부의 사물과는 격리된 채로 자신의 세계 속에 갇혀 지내는 사람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기계의 몸통을 지니고 있는 뇌가 생물학적인 몸과 같이 부드러운 바람이나 살아있는 생명체들의 그 미세한 차이를 동일하게 느낄 수 있을까?
인간이 과학 기술의 발전을 거듭하여 육체와 뇌를 분리시키지 않고, 클론(인간 복제용의 세포)을 통해 새로운 장기를 이식함으로써 부드러운 바람이나 살아있는 생명체들의 그 미세한 감각을 느끼면서 죽음과 고통의 질병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 클론을 통해 죽음과 고통의 질병으로 벗어난다고 하여 자신이 지니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였다고 할 수 있을까? 그 미래의 인간은 김범수의 「Super-Objet: 25, 2012」의 작품에서 보듯이 자신의 신체의 형태를 자신의 취향대로 변형시키며 살아가는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삶으로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자신의 신체를 장난감과 같이 변형시키는 일로 일상의 삶을 지속시키는... 그러한 분열된 몸을 지닌 인간들이 살아가는 사회가 유토피아의 세계라고 말할 수 있을까? 깨지기 쉬운 폴리로 만든 김범수의 인체 형상은 모래로 만들어진 성들과 같이 클론을 통해 생명을 연장시키면서 살아가는 미래의 불안한 인간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죽음의 두려움은 육체의 소멸보다는 '나'라는 의식이 영원히 사라진다는 무상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은 육체의 소멸보다는 장 그리니에가『섬』에서 말한 것과 같이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물들과 교감하지 않고, 고립되어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에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생물학자인 맥클린톤은 DNA도 인간의 정신과 분리되어 자신만의 기계론적인 질서에 따라 변화해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상호 교감하며, 변화해간다고 말한다.
정수용과 김윤아와 김황록의 조각은 그러한 세계로 시선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정수용의 신체 조각이 탐구해 들어가는 지점은 정신과 우리의 육체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의 인체 형상은 우리의 일상의 삶에서 드러나는 실존적인 상태를 여성인지 남성인지 분간을 할 수 없는 상징적인 인체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인체 형상은 몸을 웅크리고 있는 여인의 인체 형상이나, 또는 배가 풍선과 같이 배가 부풀려져 공중으로 날아갈 것과 같은 신체의 모습에서 육체와 정신이 서로 긴밀하게 상호 작용하는 내밀한 의식 세계로 시선을 향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김윤아의 신체 조각은 인간과 자연이 서로 순환하는 감각 너머의 생명의 흐름을 포착하려고 한다. 그의 조각은 인간의 뇌에 흐르는 생명의 흐름을 실의 재료를 사용하여 제작하고, 뇌에 흐르는 그 에너지가 나무를 잉태시키는 생명의 흐름과 맞닿아 있음을 실의 재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아크릴 박스에 조명을 받아 주위가 반짝이는 부드러운 실은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자연의 모든 것들에 생명의 활력을 불어넣는 에너지이자 동양 사유에서 말하는 기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김황록의 조각은 인간과 자연의 모든 생명들에 연결된 고리를 보다 확장된 의식 체계를 통해 접근해 간다. 인간과 자연의 모든 실체들은 불교에서 말하기를 4생(四生:태생, 난생, 습생, 화생)의 생명체 중에 하나에 속하는 것이다. '나'라는 의식을 벗어나 생명의 흐름을 통해 모든 사물들을 세밀히 들여다보면 인간은 생명을 잉태시켜 나오는 사물들의 일부인 것이다. 김황록의 「사물의 꿈」은 사생을 상징하는 아크릴 판으로 부터 바닥으로 길게 늘어진 철사 줄로 감각 너머의 사물들의 보이지 않는 의식의 움직임들을 상징화하고 있는 것이다. 평면의 점들이 공간을 가르며 입체화된 철사 줄의 형상은 공간에 대한 인식을 우리에게 코페르니쿠스 적으로 전환하게 하는 것이다. 공간은 그에게 인간과 사물이 거주하는 매개체가 아니라 인간과 사물이 생성되어 나오는 근원적인 모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물의 꿈」은 감각 너머로 인간과 사물들이 서로 상호 작용하며 순환되는 의식의 실체들을 탐구한 것이다. '나'라는 인간이 자연의 모든 생명체들과 다르며, 물질이 생명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회에서 죽음으로 인식되는 무상함은 자연스런 현상인 것이다. '개에게 먹힌 뇌'를 주제로 하는 5인의 조각 기획전은 죽음이라는 시선을 통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인식 체계에 대한 반추이자 감각 너머의 생명의 흐름을 통해 육체와 정신을 바라보는 또 다른 의식의 세계로의 탐험과도 같은 것이다. ■ 조관용
Vol.20120505e | 개에게 먹힌 뇌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