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손길 The Touch of Missing You

제4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특별기획展   2012_0427 ▶ 2012_0510 / 월요일 휴관

김순임_Drawing For Lee Ok Lan_한지에 연필, 촛농, 무명실_73×140cm_2012

초대일시 / 2012_0429_일요일_03:00pm

참여작가 김순임_김지수_김희경_다발킴_안재홍_윤경숙_이윤숙

후원 / 수원시_수원문화재단 협찬 / 대안공간 눈 기획 / 박영지

관람시간 / 01:00pm~08: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눈 ALTERNATIVE SPACE NOON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 232-3번지(보시동 3길 15) Tel. +82.31.244.4519 www.galleryartnet.com

정월 나혜석 선생이 여성적 역할 수행에 대한 압박과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고통 받았던 것에 비해 오늘날은 양성평등과 여권신장에 있어 각성의 목소리가 높아졌으나,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여전히 편견과 차별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제4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에서는 여성작가 7인의 특별기획전을 통해 여성적 자아인식의 형상화 및 삶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의 확장과정을 살펴보고 과거 나혜석 선생이 직면했던 사회적 현실과 지금의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각해 보기로 한다. ● 자신을 스쳐간 모든 존재들에 대한 그리움과 경외감을 섬세한 손길로 엮어내고 있는 김순임, 내면적 자아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수행적 선 그리기로 유기적 생명체를 구현하고 있는 김지수, 한지에 주름을 잡아가며 빛과 색채를 더해 생명력을 부여하는 김희경, 여성 작가로서의 당당한 삶의 족적을 기록하며 창작 및 기획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다발킴, 동선과 파이프를 다루며 물리적 힘의 한계를 극복하여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구축해 가고 있는 안재홍, 남성위주 및 한자중심의 서예분야에서 한글의 조형미를 탐구하고 생활 소품과의 접목을 시도하는 서예가 윤경숙, 자신의 창작활동 보다는 지역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윤숙 이들 여성작가 7인의 작품에서는 고정관념과 한계를 극복함에 있어 적극적으로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고, 끊임없이 연구하며 여성적 삶과 작가로서의 삶을 조화롭게 이끌어 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소재의 물성을 거스르는 작업을 통해 힘의 과시와 극복의 의지를 드러내는 작품들과는 달리, 김순임은 돌, 솜, 실타래, 천, 울펠트 등을 이용한 이전의 대형 설치작품을 통해 소재의 특성에 순응하면서도 감상자들을 압도하는 공간 장악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그녀는 여성성의 발현이 극대화된 표현방식으로 볼 수 있는 바느질을 통해 같은 시공간을 공유했던 이들과의 기억을 재현하고 있다. 오랜 시간 실과 바늘을 사용하여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이미지를 재구성함으로써, 지나버린 인연과의 재회를 이룬다. 이를 위해 택한 소재 중 하나인 실의 한자 독음과 생각하다는 뜻의 한자인 思의 독음이 같다는 점이 흥미롭다. 실(絲)을 사용하여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념(思)을 엮어낸 그녀의 작품에서 섬세한 손길이 느껴진다.

김지수_Time Perception_종이에 색연필, 펜_70×100cm_2010

김지수의 작품은 끝을 알 수 없이 반복적으로 뻗어 나가는 선들이 모여 유기체적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의 삶은 늘 아무 의미 없이 반복되는 일상처럼 보이지만, 실은 매 순간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다를 뿐이다. 그녀는 양육과 살림에 있어 당연시 되는 여성적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작업실에 들어서는 순간 만큼은 자신을 둘러싼 삶의 시공간을 지각하며 반복적 선 그리기에 몰두한다. 짧게 끊어지다가도 어느 순간 이어져 무리를 형성하는 선들의 집합 속에서 그녀의 유기체적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느낄 수 있고, 나와 타인의 존재가 더 이상 배타적, 독립적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것에서 불교의 연기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김희경_Bloom No.58_한지에 채색_100×100×11cm_2011

김희경의 Bloom No.58은 한없이 붉은 색의 꽃잎이 활짝 피어나 강한 생명력을 발산하고 있어, 마치 붉은 해가 떠오를 때와 같은 조용한 감동을 전해준다. 남성에 비해 여성 조각가로서 거친 재료를 다루기에는 물리적인 힘에 있어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희경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돌과 금속을 다루며 Soul-Tree (영혼의 나무) 연작을 진행해 왔다. 물리적 힘의 한계와 조각가로서의 정체성을 절충하는 방식으로 택한 한지에 풀을 먹여 형태를 만들어 가는 작업을 통해 선보이고 있는 근작 Bloom 연작에서는 동양적 미감이 크게 두드러진다. 앞으로 천연 염색기법을 응용할 예정인 차기작에서는 부드러운 색감과 빛의 조화를 구현해 낼 것으로 보이며, 현대적 감각을 더해 우리의 아름다움을 널리 전파할 수 있으리라 본다.

다발킴_19c 자화상_캔버스에 펜, 아크릴채색_91×73cm_2010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다발킴의 자화상에서 그녀의 자아가 쓰고 있는 높다란 붉은 모자를 통해 당당한 독립적 자아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드러내고 있다. 모자에 달린 여러 개의 스폿라이트를 통해 작가로서 화려한 주목을 받고자 하는 열망도 보인다. 그림 속 시력측정을 위해 착용하게 되는 검안경은 풍경 사진이 보이면서도, 한쪽에는 벌어진 다리가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상의에도 빨간 힐을 신은 벌어진 다리들이 그려져 있다. 이는 작가로서의 성취, 전시기획자로서의 성과 및 일상적 삶에 있어서 그녀의 다중 역할 수행을 기록하는 족적이면서도, 섹스어필과 여성 해방적 코드가 동시에 중첩된 것으로 보인다.

안재홍_나를본다-파랑새_동파이프_85×32×30cm_2011

안재홍의 최근작 '나를 본다-파랑새' 는 서로 다른 굵기의 선들이 잘 조화되어 음영을 형성하고 있는데, 전작에 비해 색감이 한결 밝아졌다. 동파이프를 구부리고 용접하고, 일부 부식시키며 소재의 물성과 끊임없이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거쳐 그녀는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불안감과 희망, 억압과 자유가 혼재된 자아와 대면하고 있다. 그녀가 구현해 내는 사람과도 같은 형상은 한편으로 생명력을 지닌 나뭇가지가 뻗어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중첩된 선들 안에 오롯이 위치한 파랑새는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그녀의 바람인 동시에 우리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메신저로 보인다. 앞으로 더욱 많은 곳에서 그녀의 희망적인 자아와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윤경숙_경희_먹, 혼합재료_65×45cm_2012

서예가 윤경숙은 서예의 기본 도구인 지필묵(紙筆墨) 이외에도 다양한 재료와 도구를 사용 하여 자유분방한 표현력을 보이고 있다. 1918년 여자계2호에 에 발표된 나혜석의 소설 '경희'의 주인공은 일본의 여자미술학교 학생으로, 나혜석은 경희를 통해 자신의 예술관과 여성해방 사상을 피력했다고 한다. '경희'에서 발췌, 써 내려간 윤경숙의 서예작을 통해 사회적 편견에 억눌리는 여성에서 예술을 통해 당당한 독립적 인격체로 인정받고 싶어했던 나혜석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경희도 사람이다' 문장 중 사용된 '사람'의 서체는 국문학 고전 기록 연구를 통해 과거 실제 쓰여졌던 서체를 바탕으로 응용한 것으로, 윤경숙의 자유로운 표현력은 오랜 수련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윤숙_모태_브론즈_176×43×30cm_1996

대안공간 눈은 김정집 관장과 이윤숙 대표의 부모가 40여년 간 살던 집을 개조하여 2005년 문을 연 전시시설을 갖춘 문화 공간이다. 휴식과 사적 사유의 공간에서 공공의 문화예술적 공간으로 전환된 이 곳에서 이윤숙의 작품 '모태'가 잉태한 생명은 젊은 작가들의 열정과 새로운 지역 문화예술 공동체의 탄생으로 치환되었다. 그녀는 자신만의 작품세계에 몰두하기 보다는, 젊은 작가들에게 전시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 공동체 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길을 택했다. 작가로서 자신의 이름을 건 창작 활동에 대한 열망이 절실함에도 이를 잠시 뒤로 하고, 대중과의 소통과 지역사회 예술 문화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매진중인 그녀의 노력이 앞으로 어떤 결실을 맺게 될 지 기대된다. ■ 박영지(Erica Park)

Vol.20120427h | 그리움의 손길 The Touch of Missing You-제4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특별기획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