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NANJI ART SHOW Ⅱ

사실, 주의! Real?! : 임페터스 (Impetus)展   2012_0427 ▶ 2012_0506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2_0427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 강이연_김용관_바스켄 말디키안_오재우_장우진

공동기획 / 강이연_김용관_바스켄 말디키안_장우진(6기) 기획협력 / 이진명(독립큐레이터)

주최 / 서울시립미술관

관람시간 / 01:00pm~06:00pm / 월요일 휴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난지갤러리 NANJI GALLERY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로 108-1 Tel. +82.2.308.1071 nanjistudio.seoul.go.kr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운영하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6기 입주작가의 기획전시『2012 NANJI ART SHOW』로서 두번째 전시입니다. 전시는 현재 입주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에 의해 기획되었으며, 입주기간이 끝나는 10월말까지 10회에 걸쳐 지속적으로 진행됩니다. ■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강이연_Unveiled_비디오 설치_가변크기_2011

Impetus ● '사실, 주의!' 전시회의 2부 주제는 '임페터스(Impetus)'이다. '임페터스'란 주로 물체를 움직이는 동력과 추진력이라는 의미로도 쓰이지만, 시대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내적 움직임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저번 1부 전시 '모옌가르드(Moyen Garde)'는 한국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성향과 가능성을 타진해보려던 의도였다. 이번 2부의 전시 역시 한국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의식과 시도에 초점을 맞추었다. 난지 갤러리 1관에서 강이연, 김용관 작가가 호흡을 맞추며, 2관에서는 오재우, 벨기에 출신의 바스켄, 그리고 장우진 작가가 실험적 성격의 전시방법을 선보인다.

김용관_닮은꼴, 그때와 그곳_도서를 자른 후 재조립_15×15cm_2012 김용관_닮은꼴, 조건 없는 사랑_도서를 자른 후 재조립_15.5×15.5cm_2012

요한 복음은 세계를 둘로 나눈다. 그 세계는 빛의 세계와 어둠의 세계가 둘로 나뉜다. 빛의 세계는 로고스의 세계이며, 어둠의 세계는 카오스의 세계이다. 이러한 세계관은 정확히 가사세계(可思世界)와 가시세계(可視世界)라는 플라토니즘의 변환일 것이다. 현대미술 역시 가사세계와 가시세계의 변증적 충돌의 역사라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미니멀리즘, 추상표현주의는 가사세계이며, 팝아트와 사실주의는 가시세계이다. 이 두 세계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세력을 과시하며 경쟁했던 과정이 현대미술의 역사였다. 가사세계는 정신적이며, 가시세계는 물질적이다. 현재의 시기에는 물질적 특성을 극화시킨 미술이 각광받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바스켄 말디키안_Skull 2_비닐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0×110cm_2012

이번 전시주제 '임페터스'는 우선 로켓의 움직임을 연상시킨다. 직선적이며 물리적 폭발력에 의지하는 힘의 논리를 앞세운다. 그런데 또 다른 '임페터스'는 드러나지 않는 은미하고 오묘한 힘으로서의 섭리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자연의 운행이나 역사의 흐름과 같은 은미함이다. 전자의 임페터스는 남성적이며, 호전적이고, 단선적이다. 즉, 가시적이며 가시세계의 첨병이다. 뒤의 임페터스는 부드럽고, 눈에 쉽게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아우르는 지극함과도 같다. 정신적이며 가사세계의 섭리이다. 그런데 현대미술에 있어서는 전자의 임페터스가 크나큰 미덕으로 자리잡았다. 바로 현대미술의 길은 '가시성(可視性, visibility)'의 극화야말로 미술의 최대 미덕이라고 부추겨온 역사였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자. 가시성은 압도적으로 크거나 화려한 스펙터클의 장관을 말한다. 작가의 삶과 역사, 사회적 맥락보다 시각적 볼거리를 추구하는 경향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이는 영국의 대처리즘과 공조한 레이건 정부의 보수적 아메리카니즘과 관련이 있다. 강한 대외정책, 기업 프렌들리 정책, 노조에 대한 탄압, 복지후생의 감축, 심화된 반공주의, 국민 우민화 정책 등은 이 시대 사람들로 하여금 자유로운 개인의 삶과 좋은 사회의 유대라는 지침을 퇴락시켜갔다. 예술 역시 사회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심화된 사고를 멈추려는 경향이 눈에 띄어갔다. 우민화, 그리고 공산권에 대한 체제 우위적 파수꾼 역할을 수행한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의 폭발적 성장은 사람들의 감각기제와 가치관 자체를 왜곡시켰다. 선남선녀보다는 근육질과 글래머, 소박한 일상보다는 화려한 불야성의 삶, 목적으로서의 인간이 아닌 수단으로서의 인간, 이렇게 극단적으로 변화된 의식의 결과가 작가나 관람자나 모두 예술이 담는 내용보다는 예술의 겉모습(appearance)에 천착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비극을 가리켜 '예술의 글래머화(glamourization of art)'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오재우_Peter Doig, TELEMARKER (PAS DE CHEVRE), 1995-6_캔버스에 유채_235×182cm_2011

온갖 화려함과 지극한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물질적으로 글래머화된 현대미술의 극단적 치우침, 편향성은 반성되고 재고해야 할 부분이다. 동양의 고전 '중용(中庸)'에서 자사(子思)는 '군자의 도(道)'는 드러나 있어서 알기 쉬운 듯 하지만 가물가물 숨겨져 있다'는 가르침을 준다. (中庸 3章(朱熹 編), 君子之道, 費而隱.) 자사의 세계에서는 가시세계와 가사세계가 따로 없다. 그것은 가까운 주변일상의 소소한 진실을 터득하면서 저 멀리 큰 질서까지 나아가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공자의 '하학이상달(下學而上達)'의 가르침과 같은 말이다. ● 이번 전시 '임페터스'에서 작가들은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계기를 제공해준다. 진정한 힘은 로켓의 추진력이나 물리적 힘, 에너지의 폭발이 아니다. 이것들은 압도적인 물리적 양의 세계이다. 그러나 진정한 힘은 시간의 축에 달려있다. 기다리면 모든 것이 드러난다. '임페터스'의 작가들은 보이는 물리적 양의 힘보다 보이지 않는 정연한 섭리를 증험시킨다.

장우진_Where Happiness Lies_디지털 프린트_300×185cm_2010

이번 전시는 강이연 작가와 김용관 작가가 추구하는 세계에서 아이디어가 비롯된 것이다. 강이연 작가는 앞서 말한 '비이은(費而隱)'의 미묘함을 작업으로 실현시킨다. 작가의 작업실천력은 실재와 가상, 가시와 가사, 존재(being)와 생성(becoming)의 구분을 철저히 무화시키는 힘을 증시한다. 김용관 작가는 이번에 고서(古書)를 절단시켜 정사각형으로 만드는 작업을 새로이 보여준다. 처음에는 절단의 작업 속에서 고서와의 만남, 고서가 갖는 사회적 맥락, 고서의 내용은 철저히 배격되는 것처럼 보인다. 심미적 프로세스의 긴장만이 두드러진다. 급기야 절단과 재조합이라는 과정 속에서 상실된 내용은 관객의 궁금증과 상상을 더욱 자극한다. 김용관 작업의 요체는 정화(淨化)라고 할 수 있다. 바스켄(Vasken Mardikian)은 도시공간의 야외 광고판을 매체에 탁본으로 전사한 후, 다시 이 탁본을 유화로 덧칠하는 작업을 한다. 바스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분위기를 수집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수집된 시대의 분위기를 예술작품이라는 카테고리에 포섭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오재우 작가는 사회화된 특정 작품을 재현한다. 피터 도이그(Peter Doig)의 회화를 재현시키는 것이다. 작가는 미적 속성, 작가의 사회화 과정의 맥락, 감상자의 태도와 의식의 심층을 파고들어가고 싶어한다. 작가의 미덕은 아름다움이나 붓질이 갖는 회화의 전통적 가치를 묻는 것이 아니다. 회화라는 메커니즘 전반에 관해서 묻는 대승적 오케스트레이션(orcastration)이다. 장우진 작가의 작업은 드로잉과 사진이 섞여있다. 어디까지가 드로잉이고 사진인지 묻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장우진의 작품은 결코 스펙터클의 위용이나 기교적 손놀림을 말하지 않는다. 결과가 아닌 과정의 치열함 속에 예술의 의미가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이번 참여작가 모두는 예술내부의 카테고리에서 벌어지는 미래적 예시(豫示)를 정치(精緻)하게 드러나게 해준다. ■ 이진명

2012 난지아트쇼 전시 안내 Ⅰ. 0412 목 - 0422 일 Ⅱ. 0427 금 - 0506 일 Ⅲ. 0525 금 - 0606 수 Ⅳ. 0615 금 - 0624 일 Ⅴ. 0629 금 - 0711 수 Ⅵ. 0717 화 - 0729 일 Ⅶ. 0830 목 - 0909 일 Ⅷ. 0918 화 - 0930 일 Ⅸ. 1004 목 - 1014 일 Ⅹ. 1019 금 - 1021 일

Vol.20120427f | 2012 NANJI ART SHOW Ⅱ-사실, 주의! Real?! : 임페터스 (Impetus)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