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426_목요일_06:00pm
주최 / 갤러리 175 기획 / 최은경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175 GALLERY 175 서울 종로구 안국동 175-87번지 안국빌딩 B1 Tel. +82.2.720.9282 blog.naver.com/175gallery club.cyworld.com/gallery175
그림의 어원은 '그리움'이라 한다. 동사 '긋다'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말(言)로 그으면(그리면) '글'이 되고, 선이나 색으로 그으면(그리면) '그림'이 되는 것이다. 어떤 생각이나 형상을 마음에 긋는(그리는) 것이 '그리움'인 셈이다. 그러니까 '그림'이란 무언가에 대한 부재와 연민으로 비롯된 '그리움'이며, 무언가를 잊지 않으려고 '긋는(그리는)' 행위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그림을 그릴 때 통상 본 것을 그린다고 말하지만(생각하지만), 결국엔 무언가를 잊지 않으려고, 우리의 소회와 기억을 통해 그리는 것이다. 어쩌면, '그리움'이란 늘 오늘 같지만, 어제이자 내일(來日)인 일신우일신(日身又日身)의 우리 앞날의 풍경이자 삶에 대한 만화경 같은 비망록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의 그림들은 각자 다른 (소회와 기억의) 동선을 따라 각자의 방식으로 어제에서 비롯된 오늘 같은 앞날의 풍경을 '그리움'으로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때 오늘과 내일 내가, 우리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 최은경
나는 시간을 메워나가는 하나의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일상'은 그림의 소재가 된다. 등산을 많이 갈 때는 등산길을 그리고 공원과 동네를 산책하게 되면 그곳의 인상을 그린다. 자주 거니는 거리는 별로 특별할 것 없지만 매일 새롭다. 사실 그것들은 나에게 애틋한 느낌을 준다. 기울어진 가로등의 주황색 불빛이 빛나는 모습, 자동차의 어두운 그림자, 불 켜진 누군가의 창, 길을 재빠르게 가로지르는 고양이, 도로변 바람에 뒹구는 낙엽들이 있는 풍경은 까만 비닐봉지처럼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고, 쉽게 찢어질 것 같아 위태롭게 느껴진다. 계절에 따라 꽃과 낙엽과 눈이 있는 거리에도 관심을 가진다. 내가 본 것은 그다지 눈에 띨만한 사건이 없고, 금세 변해버릴 풍경이라 그림 안의 모든 대상들은 공평하게 헐겁고, 조금은 빠른 붓 터치로 그려진다. ■ 임진세
인도여행 중에서 본 익숙하지만 낯선 용도 불분명의 붉은 벽과 어떻게 쌓아 올렸는지 알 수 없는 곡선의 벽에서 묘한 매력을 느꼈다. 의도 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기록의 풍경이 기억 속에서 잔상으로 맴돌았다. 그래서 매순간 더 먼 과거가 되어버리는 공간에서 현재의 내가 조우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떠났다. 계속 멀어져 가지만 여전히 이렇게 남겨질 것 같은 정지된 순간을 대하고 보니 나는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곳에 서 있었다. 바스락 거리는 발걸음조차 소음이 되어버린 공간의 압도는 나 자신을 미미하게 만들었다. 온 정신을 마비시켜 버리는 듯한 시간의 공간, 그 공간 안에 발을 내딛는 순간 지금의 풍경(현재) 속에도 또 그전의 풍경(과거) 속에도 나는 있지 않았다. 코끝으로 돌 냄새, 풀 냄새, 흙 냄새를 맡는다. 이제는 일상 속에서 마모되고 녹아내린 풍경으로 고요하게 남아있다. ■ 신하정
전라도 정읍 외곽 일대의 풍경이다. 부모님 집인 관청리(전북 정읍시 고부면)에서 정읍 시내를 오고 갈 때마다 차창 밖으로 본 정경들로 대략 1년 동안의 시간차 풍경이다. 저기 보이는 건물은 조립식으로 지어진 축사이고, 그 앞마당에는 무슨 이유인지 몇 달째 땅이 파헤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곳 또한 풀들이 무성해지기도, 단풍이 들어 쓰러졌다가 곧 늙어 죽거나 얼어 죽기도 했지만, 특히 계절과 날씨에 따라 땅의 색이 달랐다. 이런 풍경은 지방 어디를 가든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풍경이지만, 너무 비루하고 비풍경적이라 기이하다, 라는 생각을 요즘 들어 하게 됐다. ● 어느 여름 날 오후의 초안산 산책길.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그늘 사이의 대조를 통해, 순간에 불과하지 않는 어떤 '충만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 사이로 살랑대는 선선한 바람은 땅에서 흔들리며 일렁이는 잔상이 된다. ■ 최은경
Vol.20120426d | 앞날의 풍경-임진세_신하정_최은경展